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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사 논고> 인용문

<로마사 논고>의 일독을 끝냈다. 이제 토플 공부 좀 하면서 천천히 재독 들어가야겠다.

 

일독하면서 가치가 특별한 듯한 문장들을 노트에 정리했다. 코멘트를 달 만한 인용문에 몇 마디를 붙여 블로그에 기록해 놓는다.

 

                                                                                                                                                                                    

 

87p. "모든 도시는 인민에게 그들의 야심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 자유를 희구하는 평민의 열망이 자유에 해로운 경우란 거의 없다."

 

88p. "키케로가 말하듯이, 인민은 비록 무식하지만, 그들의 신망을 받는 사람이 무엇이 진리인지를 이야기해줄 때 그 진리를 납득하고 거기에 쉽게 복종하는 법이다."

-> 인용자 주: 마키아벨리가 견지하는 특유의 인민(Popolo)과 귀족(Grandi)의 변증법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마키아벨리 당대의 이탈리아 도시들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로마에서는 마키아벨리의 메타포 그대로 계급적인 차이로서 양자가 드러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볼 때 대중과 엘리트, 혹은 전위의 구분은 언제나 등장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인간의 의식 발전이 균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구절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부분은 인민이 진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 다만 인민에게서 신망을 받을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역량과 진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올바른 자세를 겸비한 전위가 인민과 상호 작용할 때에만 그것이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100p. "만약 그가 폭도에 의해 살해되었더라면 ... 그로 인해 개인과 개인 간에 피해가 속출했을 것 ... 그러한 피해는 공포를 낳고, 공포는 방어하고자 하는 욕구를 낳고, 이는 파벌로 발전한다. 파벌로부터 국가의 당파가 생기고, 이로 인해 국가는 파멸된다."

 

108p. "... 어떤 사람이 왕국을 조직하거나 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사용한 부당한 행위에 대해 책망하지 않는다. 비록 그 행위가 비난받을 만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가 용서받을만한 것이라면 여하튼 적절한 것이다. ... 왜냐하면 복원하기 위해서 폭력을 행사한 자가 아니라 파괴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자가 비난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118p. "실로 어떤 입법자도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비상시 법률을 제정하여 인민들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할 수 없다. 또한 많은 좋은 일들이 신중한 사람에게는 명백하지만, 그 자체로는 뚜렷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 어려움을 제거하기 위해 현명한 사람은 신에 호소한다."

-> 인용자 주: 여기에서 마키아벨리는 국가에 있어 종교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고전 독해가 그렇듯이 우리는 여기서 종교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핵심은 '많은 좋은 일들'이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사회적 합의에 있어서  합리주의의 본질적인 무력성이다. 즉 여기에서의 종교란 이데올로기 일반이며, 모든 입법자 혹은 혁명가는 그 자체로서는 증명 불가능한 많은 필요한 조치들을 선험적 도덕으로 표현되는 대항 이데올로기로써 뒷받침해야 함을 의미한다.

 

120p. "... 공화국이나 왕국을 구원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잘 다스리는 군주를 갖는 것이 아니라 죽은 후에도 잘 유지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군주를 갖는 것이다."

 

134p. "... 새롭게 자유를 얻은 국가는 열렬한 적은 있지만 열렬한 동맹은 없다는 점이다."

 

135p. "... 다중을 다스리고자 하면서도 새로운 정부의 적에 대해 단단한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은 자는 단명에 그칠 국가를 수립한 셈이나 다름없다."

 

157~158pp. "... 그 개혁된 정부가 잘 유지되고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의도하거나 소망하는 자는 적어도 구제도의 외양을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 ... 왜냐하면 일반 사람들은 실제에 못지않게 외양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인용자 주: 이것은 많은 개혁가들이 잊고 있는 것이다. 구제도의 흔적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새로 설계된 사회구조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 유명한 코뮌이나 소비에트 역시 기존에 각국에 이미 존재하던 풀뿌리 기구에 권력을 부여하여 변형시킨 것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구제도 중에 그러한 외양을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어떤 것을 핵으로서 활용할 수 있겠는가?

 

163p. "인민은 자유를 잃지 않고 지속할 때보다도 오히려 일단 잃었던 자유를 되찾았을 때 더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법이다."

 

176p. "... 이와 달리 처신하고 나서 위험이 닥쳐왔을 때 은혜를 베풂으로써 당장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면 ... 단지 일신의 파멸만을 재촉할 뿐이다."

 

177~178pp. "내부적인 또는 외부적인 원인으로 비롯되는 위험 ... 그러한 위험이 심각하여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사로잡힐 경우, 가장 안전한 계획은 그것을 기어이 제거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적당히 대처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다."

 

182p. "... 무력만 가지고 있으면 어떤 명칭이 붙은 관직이라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관직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해서 꼭 권력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183p. "... 공화국은 그 제도 가운데 임시 독재 집정관(인용자 주 - Dictator의 번역어)과 같은 관직을 꼭 설치해두어야 한다."

 

190p. "... 잘 정비된 공화국은 그들의 국고를 넉넉하게 하고, 시민은 가난하게 만들어야 한다."

-> 인용자 주: 여기서 시민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도 시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마키아벨리 당대에나 로마 시대에나 '부'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풍요롭게 사용하고도 남는 잉여자원을 의미했다. 즉 무위도식이나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소외시킬 만한 정도의 사치,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분배를 좌우할 권력을 부여할 수 있는 생산 수단으로서의 부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시민을 배곯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그들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자원만을 제공하고, 한 번에 큰 자원을 요구하는 대사(大事)나 사고에 대해서는 공공 사업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205p. "... 인민들이 호감을 느끼고 부자들이 적대감을 느끼는 참주들은 훨씬 더 확고한 지위를 누린다는 결론이 나온다."

 

209p. "... 공화국이나 왕국을 유지할 것을 기대한다면, 당신 자신의 백성들로 구성된 군대를 조직해야 한다."

 

210p. "... 우두머리가 없는 다중의 무력함 ..."

 

213p. "그러므로 어느 누구든 공격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아니면 일거에 잔혹한 조치를 취하고 그 후에는 인민 사이에 평온과 확신을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통해 공공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20p. "... 인민은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잘 속지만,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으로 내려오면 재빨리 그리고 쉽게 사태를 직시하게 된다."

-> 인용자 주: 문제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만으로는 사회 전체의 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도자들은 인민이 쉽게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사안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그들에게 일반적인 사안의 형태를 드러내 줄 수 있어야 한다.

 

232p. "... 인민은 좋은 것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에 현혹되어 자주 그들 자신의 파멸을 스스로 초래한다..."

 

241p. "... 토지소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인해 일하지 않고도 사치스럽게 사는 자 ... 이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모든 공화국은 물론 모든 나라에 위험한 인물들이다. ... 왜냐하면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전적으로 모든 종류의 자유로운 정부에 적대적이기 때문이다."

-> 인용자 주: 예나 지금이나 잉여자원을 생산 수단으로 활용하는 무위도식자들은 자유의 적이다.

 

246p. "... 지도자가 없어 걷잡을 수 없는 다중보다 더 무서운 것도 없겠지만, 다른 한편 그보다 더 연약한 존재도 없는 것이다. ... 다중이 이러한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의 지도에 따라 단결을 유지하면서 방어책을 강구해야 한다."

 

253p. "다중의 잔인함은 모든 다중의 재산을 탈취할 것이라고 염려되는 한 사람에게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나 군주의 잔인함은 군주가 자신의 개인 재산을 탈취할 것이라 염려하는 모든 사람에게 저지르는 것이다."

 

262~263pp. "... 세계는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고 나쁜 것만큼이나 좋은 것도 많았다고 판단된다. ... 전체로서의 세계는 본래 동일하게 남아 있었다."

-> 인용자 주: 마키아벨리 특유의 순환론적 관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그가 역사를 횡단면으로 잘라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드러난다. 즉 마키아벨리에게 있어서 역사란 각각의 시대를 통괄하는 사이클을 단면으로 잘라내어, 다른 시대의 단면들과 겹쳐 봄으로써 그 일치함을 확인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는 나선형으로 전진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마키아벨리의 방법과 마찬가지로 역사를 관찰하면 당연히 그 원형 운동의 궤적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것을 관찰할 수 있지만, 그것과 반대로 역사를 종단면으로 관찰하면 - 즉, 각 시대를 통과하면서 변화한 모든 요소들을 연속선상에 놓는 방식을 사용하면 - 역사는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272p. "... 도시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개별적인 선이 아니라 공동선이기 때문이다."

 

291p. "... 전쟁을 일으킨 자라면 누구든지 이익을 획득하고 유지하려는 의도를 가지며 ... 위의 지침을 따르고자 하는 자는 ... 무엇보다도 ... 전쟁의 기간을 짧게, 그리고 규모는 크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 인용자 주: 이것은 전쟁 뿐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의 내전에도 적용된다.

 

301~302pp. "... 내가 어떤 군주와 전쟁을 했으면 하는데 그 군주와 우호조약을 맺어 오랫동안 준수해온 사이라면, 그 군주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그의 동맹국들 중 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정의의 명분이나 다른 핑계를 쉽게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그 군주가 분개하고 나서면 그에 대해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 나의 의도가 실현되는 것이고, 만약 그가 분개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속국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해 그의 나약함과 신의 부족이 만천하에 폭로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인용자 주: 전쟁을 하고자 하는 군주를 현체제, 혹은 현체제의 표상으로서의 국가로 바꿔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303p. "군주가 자신의 군대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력을 금력이나 지형상의 유리함 또는 사람들의 선의로만 측정한다면 그는 항상 스스로를 기만하는 셈이 될 것이다."

 

308p. "...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쉽게 원조할 수 없거나 ...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인해 무력을 사용하여 원조할 수 없는 군주와 동맹을 맺는 것은 ... 실질적인 원조를 제공하기보다는 단지 허명(虛名)을 가져다주는 데 불과하다는 점이다."

 

315p. "... 전쟁에 대비하여 무장을 하고 훈련된 인민을 거느리고 있는 군주는 강력하고 위험한 전쟁을 수행할 때 항상 자국 안에서 기다려야 ... 그러나 신민들이 무장하지도 않고 전쟁에 익숙하지도 않은 나라의 군주는 가능한 한 본국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 인용자 주: 역시 사회적 내전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전선을 모순이 첨예화되는 노동의 영토, 즉 현장으로 전제하거나, 아니면 적들의 심장부인 국가기구로 전제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무장'한 인민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가 다른 곳에서도 지속적으로 조언하고 있듯이, 결국 최종적으로 무장한 인민을 가지는 것 이외에 승리할 방법은 없다.

 

317p. "나는 원래 비천한 운명에 놓여 있는 자가 정정당당한 실력만으로 정직한 방법을 통해 위대한 권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347p. "... 공화국이 그 좁은 경계 안에 멈추어 있으면서 자유를 누리기란 불가능하다."

 

358p. "... 사람들은 널리 퍼진 자기 기만을 통해 선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사람을 추종하거나, 아니면 공공선보다는 대중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추천된 어떤 사람들을 추종하게 된다. 그러나 역경에 처하면 이런 기만은 마침내 폭로되게 마련이고, 당연히 사람들은 평온한 시기에는 거의 잊혀졌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362p. "무릇 통치라는 것은 백성들이 당신을 해칠 수 없거나 백성들이 당신을 해치는 것을 원하지 않도록 백성들을 다루는 것에 다름 아니다."

 

393p. "인간은 운명의 구도에 따라 부딪혀 나갈 수는 있지만 그것을 파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인간은 아주 패배한 것처럼 체념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운명의 목적을 알지 못하고 운명 또한 구부러진 미지의 길을 따라 움직이므로, 인간은 어떠한 운명이나 어떠한 고난에 처해 있든지 항상 희망을 품어야 하고 절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420~421pp. "... 참주의 권력을 강탈하고 나서 브루투스와 같은 자를 죽이지 않는 자나, 국가를 자유롭게 하고 나서 브루투스의 아들과 같은 자들을 죽이지 않는 자는 권력을 단지 일시적으로밖에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어떤 악이 선을 쉽사리 분쇄할 염려가 있을 때 그 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코 그 악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453p. "... 군주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되, 자신의 권한과 그들의 권한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또 왕국 이외에 무언가 소망할 것을 그 중간에 남겨두어야 한다."

 

458p. "... 왜 .... 자유로운 정부로부터 참주정으로의 변화와 그 역의 많은 변화들 중 어떤 것은 유혈사태를 수반하고, 또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지 ... 이는 ... 변화된 어떤 정부가 폭력에 의해 수립되었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만약 어떤 정부가 폭력에 의해 수립되었다면,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고 생겨났을 것이며, 붕괴할 때에도 과거에 해를 입은 자들은 필연적으로 복수를 시도하고, 이러한 복수의 열망을 유혈과 죽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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