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불편함

'근대적'이라는 용어가 뭔가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시대 구분 도구라면 이전 시대, 이를테면 전제왕조시대 혹은 봉건시대와는 다른 '진보'가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물론 근대가 전근대에 비해 '더 합리적'으로 '발전'했다는 표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만. 자연의 진화가 그러하듯이 인간 사회의 '진화'가 반드시 기술적, 사상적으로 우수한 쪽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시대가 과거보다는 그래도 나아졌으리라고 믿는 것이 한오라기라도그럴듯하려면 말입니다. 무엇이 나아졌을까요? '능지처참형 같은 야만적 신체 형벌'에서 조금 벗어난 것? 속으로는 때려 죽이고 싶도록 미워도 꾹꾹 누르고 그래도 '공개적인 심판' 장에서 동료 인민들 앞에서 변명할 기회를 주는 것? 그래서 폭력 앞에서 똑 같은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기를 적어도 공적으로는 약속하고 그 장치를 만드는 것? 그 장치들이 바로 복잡한 법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요? 이성이 감성을 억제하는 시스템이라고요? 글쎄, 교과서에서는 그러한데, 그리고 수많은 사법관료 지망생들이 헌법 책, 형법 책을 외우며 시험을 치는 내용이 그럴 것인데 현실은 여전히 조선시대 방식의 '조리돌림'이 횡행하고,  아직 한번도 그 입으로 변명을 들은 적도 없는데 그는 이미 사형수가 되어버리고, 누군가의 어린 시절의 추억마저 지금 그가 지금 저지른 범죄의 싹으로 쉽게 해석되어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심지어는 그의 어린 시절 사진까지 꺼내고, 부모와 친구들까지 불러내어 범죄적 인간의 뿌리와 배경을 집요하게 추적하지 않습니까? 무시무시한 감옥을 늘리고 언제든 목을 매달수 있는 교수대를 보여주어야 유지되는 사회라면 길거리 장대에 역적의 목을 매달았던 지난 시대와 뭐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백년간 그토록 많이 죽고 많이 죽이고도 이만큼 정도 '진화'했습니다. 모질게 그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이 동네 인민들의 모습을 테레비에서 보고 든 생각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