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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씨와 서울대

이 사람 참 멋지게 생겼다.

생긴 것 뿐만 아니라 말하고 글쓰는 폼새도 그렇다.

 

그 멋진 사람도 자신을 둘러싼 든든한 구조의 벽 안에서는 별 수 없는 초라한 인간임을 발견한다.

 

어제 우연히 서울대 동창회에서 나온 '개교원년바로세우기' 어쩌구 하는 글 모음집을 뒤적이니,

이 아저씨도 역시 서울대 개교 원년을 1946년이 아니고 1895년 법관양성소 개소 시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 서울대가 세계 몇십대 대학에 드는데 역사가 60년밖에 안되었다고 말하면 다른 나라 분들이 실망한다는 대략 그런 것이었다. 이런 씨*. 그 멋진 조국씨가 유치하게도 서울대가 세계 몇십대 대학에 드네 마네 지껄이는 것도 유치하고, 외국인이 그걸 듣고 실망한다거나 우습게 볼지 모르니 개교 시점을 올려 잡자는 말씀은 참 듣기 거북하시다. 조씨가 해방 정국에서 서울대가 탄생하고 자리잡은 역사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모르지 않을텐데.

 

물론 나는 조국씨가 서울대의 기원을 조선 말로 잡아야 한다고 했을때, 굳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면  '후배'들은 그들이 만들어내거나 살아온 역사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말을 실수로 빠뜨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끄러움과 아픔은 애써 감추고 역사만 엿가락처럼 늘린다고 '자랑스러움'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미대 설립자 장발씨의 친일 행적을 비판했다고 김민수 선생은 6년이나 길바닥에서 헤매지 않았나. 조국씨를 비롯한 서울대 동문들은 그 자랑스럽다는 선배들의 친일행적도 매국 행적도 받아들일 용기가 있을까? 식민지 시절 경성제국대학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역사로 받아들일수 있을까? 해방정국에서 그리고 국대안 반대 투쟁 시기, 이후 1950년 내전시기 좌파 쪽에서 혹은 이북의 입장에 동조하여 싸웠던 선배들의 역사도 자신들의 역사로 담담히 기록해낼 수 있을까? 쿠데타의 주역이고 개발독재의 첨병이 되었던 잘난 동창들, 그리고 그에 맞서 싸웠던 또다른 동창들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걸 담아낼 수 있어야 비로소 서울대가 턱도 없이 주장하는 '겨레의 대학 민족의 대학'에 발가락이라도 들이밀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해체해 볼 용기도 없는 자들이 '당당함'만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온통 승리자와 지배자들의 냄새만 날리면서.

 

가소롭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이 벼슬살이 양반 족보 다시 만들기 정도로 아는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서 한다는 짓들이. 그리고 아쉽다. 거기에 조국씨도 어느덧 '동문'으로서 한 글 보태고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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