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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1. 말 못할 지병이 있어 국가가 특별관리까지 하여 보건복지부 장관 이름으로 얼른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아니하면 큰일날듯 호들갑을 떨길래, 그말을 믿고 만오천원인가를 주고 주사를 맞았었지요. 그것도 보건소에서는 안된다해서 일반 병원에 가서 맞았지요.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부작용이 있다는데 어쩔까나 별 걱정을 다하면서. 

 

2. 봄 되고 그 유행병이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는지 인제는 정부에서도 언론에서도 아무 말이 없습디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 게시판에 '신종플루 무료접종-보건소' 안내문이 붙은 것을 엊그제 알았습니다. 

 

3. 아, 그러니까 말 못할 병이 있는 '국가특별관리자'인 나는 복지부 장관님의 공문까지 받은 나머지, 지난 겨울 내내 접종 순서를 기다리며, 혹시나 그 사소한 바이러스의 잔혹한 희생자가 되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다가 겨우 예약하고 돈 내고 주사 한 방을 꽝 맞았는데, 그 게시판 내용을 읽고 나니 사기당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내 속의 병마저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어째 좀 기분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급하고 위험하니까 사람사람마다 돈들여 공들여 편지까지 보내서 접종을 권유하지 않았겠는가, 이 방법 밖에는 없지 않았겠는가 싶었는데, 그게 문득 '가련한 사람 겁주고 돈 뜯는' 사기공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짜르르 드는 겁니다. 

 

4.지난 가을과 겨울 내내 세상을 '휩쓸었다는' 신종 플루가 완전히 진압되었다든가, 그게 지나고 나니 좀 뻥이었다든가, 알고 보니 다국적 제약회사랑 국제보건기구들이 짜고 논 국제 사기극이었다든가, 그건 아니고 인제는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바이러스처럼 되어서 별 걱정이 없다든가 하는 식의 변명을 먼저 들었으면 그런 생각이 좀 덜 들었으련만, 그 엄청났던 공포와 호들갑이 날 풀리기도 전에 갑자기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자초지종을 모르겠으니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 수 밖에요. 

 

5. 나는 내 돈 만 오천원이 정말 억울한 공갈삥이 아니었는지, 내 몸에 주사기를 타고 들어오신 백신 바이러스는 정말 효과가 있긴 있는 것이었는지, 내가 '국가관리특별대상'인 질환이 있음을 나 모르게 이리저리 관리해야 할만큼 위급한 사태였는지, 그런 정보를 이런 사태를 이유로(신종 플루가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된 사태도 아닌데) 원래 정보 관리 목적인 질병통계나 의료보험 급여 관리를 벗어나 이렇게 저렇게 편집하고 이용하고 공지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를 거쳤는지, 혹은 그런 경우에 작동하는 근거와 절차는 있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6.'이건희가 제일 정직한'  이상한 나라에서 지난 가을과 겨울의 일들을 돌아볼 리 전혀 없겠지요. 그 놈이 오자마자 위기라는데, 위기라니까 또 겁에 질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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