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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방문기-2

1번국도

 

베트남은 매우 길쭉한 나라입니다. 무려 1800km나 됩니다. 지금 하노이에서 호치민을 잇는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지만, 현재까지 두 곳을 잇는 도로는 1번국도 뿐입니다. 물론 기차가 있기는 하지만 비싼 요금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스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이 1번국도가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매우 중요한 도로였을 겁니다. 누가 이 길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또한 이 1번국도를 따라 저질러 졌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가야 할 곳은 베트남 중부지방이었습니다. 호치민에서 버스를 빌려타고 26시간 동안 가야지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1번 국도는 오가는 길이 하나씩인 좁은 도로입니다. 이곳으로 오토바이도 지나다니고 소들도 지나다닙니다. 한국에서 2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라면 지겨워서 아무도 타지 않았겠지만 퐁니마을까지 가는 1번 국도는 매우 아름다웠고 생각보다 그리 지겹지는 않았습니다.

 

                                                                             <1번 국도변에서 만난 아이들>

 

 

밀라이 박물관에서 본 두장의 사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결정적인 사건들 중에 중요한 사건이 미군에 의한 밀라이 학살이었습니다. 1968년 1월 구정대공세에서 결정타를 입은 미군은 3월 16일 베트남 중부의 한 마을이었던 밀라이 마을에 들어가 5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합니다. 아마도 구정대공세에 대한 보복이었을 겁니다. 당시 희생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인들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이었습니다. 지금의 전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아무리 정밀폭격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죽는것은 힘없는 여성들과 아이들입니다.

 

                                                                                    <밀라이 박물관의 조각상>

 

퐁니마을로 향하는 도중 밀라이박물관에 들렀습니다. 그곳에는 당시의 학살과 관련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두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장은 한국전투병이 베트남에 첫발을 딛는 순간의 사진이고, 다른 한장은 학살되었던 밀라이 마을의 한가족 사진이었습니다.


 

호치민에 있는 전쟁박물관에 가면 베트남 전쟁에 파병했던 나라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사진이 두장 걸려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중에 가장 많은 전투병을 파병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라크전쟁이 끝난 뒤를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는 이라크에도 이러한 전쟁을 기억하는 기념관이나 박물관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곳에 또다시 한국군 사진이 걸릴 겁니다. 미국과 영국 다음 세번째로...

 

 

이 사진을 보면서 잔혹한 학살사진보다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누가 저들을 무슨 이유로 죽인겁니까? 무슨 권리로 가족을 파괴합니까? 이 세상에 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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