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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흐림
퐁니마을 도착 첫날, 위령비 주변에 나무를 심으로 위령비로 갔습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검은 구름들이 낮게 떠 있었고, 학살이 시작되었다는 당산나무는 무척이나 푸르렀습니다.
위령비를 세우면서 마을에서는 논을 가로질러 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위령비만를 위해서 말입니다. 이미 위령비는 제모습을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남은 일은 위령비 겉면에 대리석으로 새긴 학살된 사람들의 이름과 추모의 비문, 그리고 갖가지 장식들을 하는 일만 남아 있는 듯 보였습니다.
나무를 심는 동안 당산나무 아래 그늘에는 마을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학살사건과 관련된 분들이겠지요. 자신들이 30년 넘게 바래오던 위령비가 세워지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과거를 닫고 미래를 보자
작년 생존자 인터뷰 촬영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우리들에게 적대감은 커녕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러한 활동이 왜 필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패배의 역사가 아닌 승리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아량인 것인지, 아니면 한국군은 단지 미군의 용병이므로 굳이 한국을 미워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베트남 정부의 정책이 '과거를 닫고 미래를 보자'라서 그런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한국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저리도 담담하고 평온할 수 있을까?
말이 나왔으니 '과거를 닫고 미래를 보자'라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정책이 마치 과거를 잊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그것은 완전히 오판입니다. 작년 <미친시간>작업을 하면서 여러마을을 다녔는데 놀랍게도 베트남 사람들은 당시의 사건을 문서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철저하게 조사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마을의 위령비에는 신원미상의 사람 몇 명이 아닌 신원미상이 6명이면 6명의 신원미상 표시가 차례로 되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과거를 잠시 닫자는 말인 겁니다. 잠시 닫고 나중에 열겠다는 말이지 잊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스콜 그리고 촛불만찬
저녁에 비가 왔습니다. 순식간에 엄청남 폭우가 쏟아졌고 정전이 되었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촛불을 켜고 식탁이 차려졌습니다. 어떤 화려한 만찬보다도 더 아름다운 식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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