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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안 6월9일]한미 FTA, 낯선 식민지 땅으로 가는 통로

한미 FTA, 낯선 식민지 땅으로 가는 통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 연구단장 이해영 교수를 만나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
FTA 협정에 대해 제일 선봉에 서서 반대하고 있는 만큼 그의 비판은 예리하고 분명했다. ⓒ 이정훈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FTA 1차 본 협상이 시작되자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6월5일 광화문 열린 시민 공원에서 열었다.

시민사회단체이건 민중단체이건 간에 FTA로 인해 국민들에게 돌아갈 폐해를 우려해서 많은 단체 대표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정광훈 민중연대 의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해영 교수가 조목조목 한미 양국의 FTA 협정 안을 분석해 발표했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한미FTA 협정에 대해 제일 선봉에 서서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 교수의 비판은 예리하고 분명했다.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준비를 “부실과 졸속” 한 마디로 지적한 그의 표현은 이를 증명했다.

기자회견이 마치고 공원 의자에서 만난 이 교수는 “한미 FTA는 한국을 또 다시 낯선 식민지로 걸어가게 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미국 자본의 경쟁의 땅이 되기 때문에 한국 땅은 한국 사람들의 땅이 아닌 낯선 땅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FTA에 대해 경제학자들도 대학생들도 너무하다고 싶은 정도로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무지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종으로 지적한다. 정말 FTA에 대해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여기에 가장 번뜩여야 할 대학생들은 오로지 자기 경제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국민경제가 죽는데 자기는 살아남을 것 같은가?”라고 반문하는 그의 태도는 냉소적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무지를 깨고 싶어서였는지 일주일 전에 FTA에 대한 책도 한 권 출판했다고 한다.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했다. 워낙 특수한 분야라 쉽게 쓴다고 했지만 어려울 것이라며 웃어보였지만, FTA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다음은 이해영 교수와 나눈 대화이다.

▲ FTA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IMF 이후부터 한미가 추진하고 있던 BIT(투자협정)의 형편없는 내용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FTA는 원래 상품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형(수준 높은) FTA는 상품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분야에 걸쳐 있는 기형적인 것이다. 한미 FTA는 BIT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 BIT는 또 뭔가?

   
▲ FTA에 대해 경제학자나 대학생들도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무지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종으로 지적한다.
BIT는 투자협정이라는 말이다. 투자협정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투자협정 중에서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이라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이 조항은 미국의 회사가 한국 영화관을 산다고 가정하면 스크린쿼터에 따른 146일간의 한국영화 상영의무가 없어진다는 것이고 이런 의무를 요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이익만 내면 되고 의무 같은 것은 없다는 조항이다.

투자협정도 실패했었다. 투자협정에 대한 개정 없이 FTA로 가겠다는 것이다. FTA의 투자조항이 투자협정을 그대로 떠안은 것이고 서비스와 투자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M&A(Mergers and Acquisitions: 인수와 합병)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직접 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제일 먼저 기존에 있는 직원들 정리해고 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고용창출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 정부가 문건들을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
그래도 추정 가능하다. 투자 조항은 이미 나와 있다고 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투자협정의 내용들이 그대로 FTA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없어서이다. 내 생각에는 거의 미국 쪽 받아쓰기 한 수준이다. 이미 2004년부터 서로 협정 안을 만들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왜 이렇게 일반 시민들은 FTA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가?
몰라서 그런다. 90%이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인데, 수출 자유화에 왜 반대하냐고 한다. 본래적 의미를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식민지 협정이다. 투자협정이 가져올 피해는 FTA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FTA의 피해는 클 것이다.

▲ 학자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통상 분야에 중에서도 그렇고, 특수한 분야이다. 경제학자들이 이미 신자유주의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니다. 법학, 정치 문제이면서 경제 분야에 총망라 되어 있는 고도의 전문적 문제이다.

▲ 한미 FTA 교수학술공대위에는 몇 명 정도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가?
200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각 전공분야가 다르다. 또 워낙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데, 교수들이 다들 시간이 없다. 경제 관련 교수들도 20명 정도 있다.

▲ 경제를 전공한 교수들 정도면 이 문제에 심각성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경제학계는 신자유주의가 총정리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일부 극소수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참여연대나 시민연대에 속해져 있는 분들 정도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을 만나면 말이 안 통한다.

자신들도 교육자인데 교육은 장사가 아니라 공공성 분야임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전혀 안 먹힌다. 만나서 토론하게 되면 서로 으르렁 거린다. 정말 답답하다.

▲ 원래 전공이 경제학이었는가?

   
▲ 일주일 전 출판된 이 교수의 책. FTA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 이정훈
아니다. 독일 Marburg에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논문도 쓰지만, 교수자격논문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독일에서는 교수자격논문까지 쓴다. 그런데 박사학위논문과 교수자격논문이 서로 주제나 전공이 다른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독일은 전공이 2개라고 보면 된다. 정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식이다.

통상 분야는 국제정치경제분야이다. 그래서 관심 영역일 수밖에 없다. FTA 문제로 토론회에 참석하게 되면 경제학자들의 흔한 비판이 왜 정치학자가 경제문제에 관여 하냐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경제학자들이 정치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응수한다. 답답하다.

▲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이 조금 늦지 않았나?
경제 이슈는 하드 코어이다. 특히 통상 분야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다가 IMF 이후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는 국내 이슈보다도 더 관심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

▲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이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않은가?
관심이 많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그런데 자기 경제 문제만 관심이 많다. 국민 경제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쌩깡통이다. 어리석기 짝이 없다. 국민경제가 죽는데 자기는 살아남을 것 같은가?

FTA가 체결되고 나면 더 이상의 고용창출은 없을 것이다. 미국 기업의 수직 계열사와 한국의 경쟁력 있는 몇몇 기업만 고용 창출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고용창출 기대는 없다.

▲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실업률은 어느 정도가 되리라 생각하는가?
실업률은 예상하기 조차 어려울 것이다. M&A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면 정리해고부터 할 텐데 그것만 해도 엄청날 것이다.

현재 IT 산업에 정부가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IT 산업은 고용효과가 낮은 분야이다. 성장해도 고용효과 없는 분야인 것이다.

▲ 현재까지 가장 열심히 FTA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시민들을 위해 FTA에 대한 책을 낼 계획은 없는가?
지난주에 출판되었다.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제목이다. 쉽게 쓴다고 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쉽게 써도 통상, 경제 분야의 책은 어렵다. 기본 지식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일반 시민이 경제학 용어에 익숙하기도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 동안 썼던 글을 모아서 낸 것이 아니라 새로 쓴 글이라 처음 공개되는 자료도 많다.

▲ FTA 문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정부쪽에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 그런데 나도 정부 안 좋아한다. 별 신경도 안 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정말 FTA는 아니다.

▲ 교회는 왜 이렇게 FTA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다 무관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FTA로 인해 그 피해가 가장 크게 입게 되는 농촌교회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농촌교회는 인프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한미 FTA는 공동체적인 삶을 파괴할 것이며, 이것은 교회의 가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이 교수. ⓒ 이정훈
그러나 대형교회는 정치화 되어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미관계에서 친미를 주장하기 때문에 한미동맹에 이익이 되는 것인데 왜 반대하느냐는 식이다. 그런 논리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더욱 냉담할 것이다. 속된 말로 진보는 참겠는데, 반미는 못 참겠다는 것이다.

▲ FTA 문제에 무관심한 교회 목회자들이나 평신도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나도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 말하는 것이다. FTA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공동체 파괴라는 것은 사회적 물적 기반이 사라지는 것이다.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종교의 원리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그것도 정부가 앞장서서 그렇게 만들고 있다.

종교 쪽에서 멕시코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잘 살펴봐야 한다. 교계는 시민사회의 중요한 부분이고, 부문운동의 핵심이 아니었는가? 잘못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가 선봉에 서야 하지 않겠는가? FTA 반대 입장에 서 달라는 것이 아니다. 양자의 입장을 공정하게 잘 듣고 정말 어느 것이 바른 것인지 판단하여 민중들을 위한 편에 서야 하지 않겠는가?

 

입력 : 2006년 06월 06일 23:15:35 / 수정 : 2006년 06월 07일 09: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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