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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하라! 점거하라! 전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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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FTA반대 집회를 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던 중
'홍대로 오세요'라는 연락을 받고 다시 홍대로 이동했다.
어째 별로 시위할 것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 경찰도 없었다.

그러나 한 세 시쯤.
갑자기 박수와 환호성이 나오더니
사람들이 차도를 횡당하기 시작했다.
물론 무단횡단이다. 그리고 이내 4차선 도로를 점거했다.

앗, 도대체 아까는 어디있던 사람들일까. 무려 2000여 명이
홍대앞 4개 차로를 점거하고 신촌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도로를 횡단하고 점거한 시위대는 활력이 넘쳤고,
눈, 비,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신촌 앞에서 우리는 대흥역에서 출발한 또 다른 대오들과 합쳤다.
무려 5000명이 신촌에서 이대가는 길 8차선 도로를 전부 점거하고
행진을 했다.

나는 거기서 더 가야 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괜히 전략을 세운다고 해산시킨 건 아닐까. 그 때 우리는 분명
엄청난 힘으로 전진하고 있었는데.

어찌어찌 하여 일단 경찰이 막자 해산하여 독립문 역에 갔으나
경찰은 - 그 씨밸롬들은 - 새까맣게 모든 출구를 막고
주민들과 시위대가 아닌 시민들의 출입조차 막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종각으로 간 게 5시 30분 경.

아, 놀라웠다. 독립문에서 그렇게 막아대다가 미처 종로에는 병력이
많이 미치질 못했나보다.

참으로 오랜만에 종로 전차선을 점거하고 우리는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행진했다.

경찰은 - 그 씨밸롬들은 - 끝내 물대포를 쏘고,
무지막지한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 고 한다.
사실 마지막 순간에 나오는 바람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물대포와 곤봉 방패 세례는 받지 않았다.

오늘 시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 불복종으로 이루어졌다.
나라가 민을 버렸는데 민이 나라의 법에 복종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그리고 법을 먼저 어긴것도, 경찰이다. 그들은 헌법 21조를 사문화시켜버렸다.

그리고 오늘 시위는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비폭력직접행동으로 이루어졌다.
경찰이 막고막고 또 막아대자 드디어 운동의 지도부란 사람들이
그 동안 합법에 의지하고, 숫자에 의지하던 관성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우리는 곳곳에서 도로를 횡단하고, 점거하고, 전진했다.

우리는 평화롭게 행진했으며, 평화롭게 외쳤다.
기쁨이 충만했다.

저들은 교통체증을 말하고 시민불편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애초에 교통체증을 야기한 건 결국 경찰이다.
내가 만약 경찰이라면 집회를 관리하에 두어 힘을 약화시키는 길을 택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바보 같이 막아댔고,
그래서 우리는 횡단할 수 밖에 없었다.
횡단하자 그들은 더더욱 막아댔고, 교통체증이 벌어졌다.

집에 가는 길에 의경 한명을 붙들고 이야기했다.

"전경이에요? 의경이에요?"
"의경이에요."
"그럼 지원해서 왔겠네... 아이구, 왜 이런 걸 했어요."
"몰랐어요. 이렇게 힘든지."
"에휴. 차라리 군대가 낫지."

국가는 전경, 의경이라는 거의 공짜로 부릴 수 있는 노예가 있기에
그런 식으로 무턱대고 막아내고 보나보다.
만약 경찰에도 노조가 있다면, 그래서 그런 업무에 나가길 거부하거나
제대로 된 근무조건을 요구한다면
정부는 결코 저런 무지막지한 노예부리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힘들게 나와서 고생하는 전/의경들, 미안하다.
그러나 당신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횡단하고, 점거하고, 전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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