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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인스포팅 - 신나게 놀자

 

 

 

1997년 서울에 있는 4년재 대학교에 입학했다.

공부를 매우 잘 하지도 않고 특별히 거친 청소년기를 보내지도 않았던 나에게

대학은 '놀기 위한 무대'를 위한 변화일 뿐이었다.

스무살의 젊은을 탕진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였다.

 

당시 최대의 놀잇감은 영화와 음악, 술이었다.

성인인증을 받은 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양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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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퍼져 무료하게 하던 입학 초

수업을 땡땡이 치고 친해지기 시작한 친구 네명과 영화관을 향했다.

한 놈의 강추로 관람한 '트레인스포팅'

감각적인 포스터때문에 모두들 맘에 들었 했다.

강추한 놈도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엄청나게 수다를 떨었고

조명이 꺼지면서 영화가 시작되서야 우리는 수다를 멈췄다.

심장이 뛰는 듯한  이기팝의 '러스트 포 라이프'의 전주가 퍼지면서

이완맥그리거가 뛰어갔다.

 

나의 심장도 같이 뛰었다.

멍때리고 영화에 빠져드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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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주인공들은

영화와 음악, 술을 탐닉하는 것은 나와 같았지만

이들은 마약과 섹스라는 '놀잇감'이 더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놀잇감을 탐닉하기에는

소심하기도 했고 능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탐닉하다 부서지는 영화 속 그들의 젊음에 대한 무슨무슨 감정이 들기 보다는

그들이 노는 모습이 그저 좋았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친구들의 반응은

'이게 뭥미'였다.

 

한 놈은 '처음에 신났는 데 결말이 뭔 말을 하는 지 모르겠어'

한 놈은 '역겨워'

한 놈은 '영화로 재미는 있는 데....'

 

유일하게 나만 침 흘리면서 나오며 열광했다.

뭔가 부족해보이는 친구들의 반응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젊음이 죽을 듯이 놀다가 뽀게지기도 하는 거고

무엇보다 간지나는 화면과 패션, 음악이 있는 데

뭘 더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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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었기에 '트레인스포팅'에 미친듯이 열광했겠지.

30대가 된 지금 '트레인스포팅'보다 더 죽이는 영화를 봐도

열광하지는 못할 것이다.

 

스무살 젊음을 함께 불사르던 그 친구들은

결혼을 해 아이를 기르고 있다는 소식이 듣기도 한다.

얼굴을 안 본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 스무살 젊음의 '무엇'이 사라진 나에게

'트레인스포팅'을 기억하는 것은

당시를 되새김질하는 즐거운 여흥과

나이를 먹어가는 '무엇'을 느끼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직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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