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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3
    어제,오늘/푸념(4)

어제,오늘/푸념

이 이야기는 정확히 2월 2일 아침 8시56분 부터 시작, 2월 3일 저녁 7시59분 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지리산을 가려했었다. 조금 세세히 이야기 하자면 친구들 졸업식도 있고 학교간지도 오래되었고, 그냥 겸사겸사 놀러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2월2일 새벽 2시부터 밤을 새려고 작정하고 있었다.

기사를 쓰고, 라이브동영상(뷰욕)을 보고 6시 까지 버티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나니 8시 56분이었다.

첫차시간은 8시 20분, 가슴 한켠이 사르르 녹아내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지리산을 포기하고 거실에 보일러를 틀고 이불을 덮고 tv를 계속 봤다.

무한도전, 뉴하트, 라인업,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 돌발영상 을 보며 시간을 때우다 배가 고파서 집에 있던 김치를 썰어서 그냥 밥에다가 먹었다.

[여기서 잠깐, 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서 비비고 김치국물과 먹으면 정말 좋다. 황홀하다.]

맥주 한캔이 남아있길래 한숨만 쉬며 먹고있는데 아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연애를 아직 해 본 적이 없었던 친군데 정말 과묵하고 저음톤의 목소리로...

 

"고기먹으러 올래? 나 여자친구 생겼어. 고기 먹으로와 , 전화해!"

 

내가 '하~'하고 탄식을 지를시간조차 주지 않고 그 친구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난 고기를 먹는다고 하기보다는 시간을 때우러 그 친구에게 갔다.

친구는 얼굴이 예전과 달랐다. 분명 눈에서 광채가 나고 뒷모습은 후광이 비춰지는 듯했다.

저녁이었는데도 아침처럼 햇빛비스무리한 빛들이 내 눈알을 후비고 있었다.

다시한번 탄식을 내질렀다. '이럴수가...'

친구의 애인분은 자신이 벌써 고기를 2인분이나 먹고 냉명과 밥까지 먹었다고 나더러 제발 좀 잡수세요 하며 아우성이고 친구는 관대한 자세로 후광을 뿌리고 있었다.

애인분이 "친구가 예전에는 어땠어요?" 이렇게 물어봐서 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드렸다.

(물론 그 친구는 잠깐 담배를 사러 나갔다)

그리고 친구가 돌아오자 애인분이 친구를 놀려대고 갈궈대기 시작, 결국 둘은 서로를 갈구고 욕이 난무하는 자리가 되었으나, 여전히 친구는 후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

난 이때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배도 안고파서 고기를 먹지 않았으나 양파를 먹고 소주를 약간 마셨다.

배가 부르다. 배가 불러

 

그냥 솔직히 친구의 후광을 다 내치고 싶었으나 그래도 관대하게 난 후광을 받았다.

10시39분인가 40분쯤 그 친구와 애인분은 따로 산책을 하신다며 날 내치시고 낙산으로 놀러가시고

내쳐진 나는 그 친구와 같이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렇지만 그 친구의 룸메이트 친구는 영화를 정신없이 보느라 내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대학로 한가운데서 정말 공허했다. 두레주르 앞을 서성거리고, 방통대앞을 서성이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내 몸과 생각이 오락실 앞으로... 그래서 그냥 오락싱앞에 온 기념으로 500원 어치 오락을 10분 만에 끝내고 지친몸을 이끌고 친구집으로 갔다.

친구집은 오솔길이다. 빨래와 옷, 쓰레기를 헤쳐가며 간신히 친구방을 찾아 들어가 지친육신을 바닥에 고요하게 내려놓고 내 영혼은 낙산으로 가서 그 친구와 애인을 방해하고 있었다. '아아...'

 

그리고 닭을 시켜 맥주와 함께 먹었다.

머리가 아프다길래 아스피린을 찾다찾다 못찾고 그냥 잠이 들었다.

잠결에 잠깐 깨어나서 담배를 피웠던것 같고

잠결에 목이 말라 미지근해진 맥주에 목을 축였던것 같다.

잠결에 친구가 내 몸을 넘어 다른 쪽으로 이동을 했었고

난 꿈속에서 허덕거렸다.

 

다음날. 3시에 일어났다.

사무실에 가야하는 내 몸은 지쳐 샤우실로 향했고, 변기에 앉아 물을 맞으면서 한참을 있었다.

사실 따뜻한 물이 좋았던 거였다.

이불에 누워, 아니 정확히 바닥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쓰고 뒹굴거렸다.

담배를 사러나가고, 라면을 사러 나가고, 생선까스를 구워서 나눠먹었다.

그 집위에는 고양이가 살았다. 간혹 고양이 울음소리와 쿵쿵거리며 달려가는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집에 가려하는 시간이다.

고단한 하루였고, 또한 끝내 마치지 못한 하루였다.

그런 하루를 매일 보내고 있는 듯하여 목이 텁텁하다.

 

 

 

 

 

 

 

 

친구를 보니 굉장히 부러웠다.

사실 그 말이 하고싶어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한거였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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