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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형 - 특수고용 노동자의 임금인상?

@  x부재중통화

 

어제였나, 한창 늘어지는 오후 무렵이 출근인지라 요즘엔 늦잠에 완전 푹 빠져 있다.

꼼지락 꼼지락 늦은 아침을 챙겨 먹은 후 슬슬 출근 준비를 하면서 들춰본 핸드폰.

쓸데없는 곳에서 와 있는 문자들 사이에 새겨져 있는 문구 하나.

" 어랏, 형이자나~"

 

 

# 반가워요, 형~

 

밥먹고 티비보며 잠깐 졸던 사이에 전화가 와 있었다.

심심한 출근 길에 통화 버튼을 누른 후, 형과의 통화가 시작되었다.

머지 않아 구정이라 전화했다며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 어찌어찌하여 학원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대화의 요지는 월급이었다. 하하하.

모든 대화의 내용을 주저리 풀어 쓰기엔 사실 좀 귀찮으므로 생략. -_-;;

 

 

$ 임금, 임금인상, 그리고 노조?

 

형과의 통화를 마친 후, 사실 내가 받는 월급이 서울에 있는 웬만한 학원에 비하면 굉장히 적게 받는 것임은 잘 알고 있었다.  

면접 볼 때 " 선생님은 고졸이시자나요. " 한 마디에 임금을 쇼부치고 머시기 할 것없이 그냥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_-;; 

그래도 규모는 작지 않은 학원이라 근방의 다른 학원에 비해 조건은 좋아 그냥 다니길 몇 개월.

 

하지만, 생각해보니 시험 기간에는 별도의 수당없이 보충에 토요일 출근까지 하고, 평소에도 하루에 최소 한 타임은 보충을 하건만 그에 따른 별도의 수당은 없다.

영어 특강이 한창이던 방학중에 우리 영어쌤이 분노했던 것도 특강에 따른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들의 뻠프질로 특강 수당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리고 새로 들어온 신입 쌤들의 월급은 이미 있던 우리들과 한참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

생각해보니 최소 하루 다섯 타임을 기준으로 해도 일주일에 스물 다섯 타임이고 거기다 원생들이 적지 않은 편이니 계산하면 비교의 대상으로 적절할지 잘 모르겠으나 과외 대비 최소 월급은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다니고 있는 학원은 쌤들과 원장, 원장 똘마니(패밀리), 간사를 두고 있는데 간사는 학원의 모든 잡무와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원장 패밀리의 악행에 모두가 질려 있는 만큼 간사 또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우리 편이다. -_-;;(애들도 아니고 편가르기 한다 할지 모르지만, 정말 원장 패밀리는 짜증 그 자체다.)

한번은 간사님이 간수하고 있는 영수증들을 국어 쌤과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헉, 중1이 원비와 특강비 합쳐서 45만원을 내더라. 으헉......-_-;;

최고다. 그럼 한달동안 원비만으로 벌어 들이는 돈이 얼마이던가. 아. 계산도 안된다. -_-;;

패밀리를 제외하면 쌤들과 간사는 총 7명. 내가 받는 월급을 기준으로 하면 월급으로 나가는 돈은 수입에서 새발의 피도 되지 않는다.

거기다 원장 패밀리는 어린이집도 한다. 부자다. -_-;;

 

어쨌든 학원의 월 수입이 대충 감이 잡히는 만큼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만 남았다.

하지만 무엇을 근거로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보충에 대한 별도의 수당 지급과 시험기간 보충에 대한 별도 수당 지급 정도?  

내가 만약 요구를 한다면 분명 원장은 사설 '교육'기관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들 성적을 올릴 것을 먼저 주문할 테고, 중요한 것은 나의 치명적 약점(-_-;;)인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점을 거들먹거릴 것이다.

형과의 통화에서도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임금인상의 요구가 쉽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형은 한번 얘기하라고 한다. (머라머라 말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으므로 이해는 안됐다. 하하. 다음주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자세히 얘기해 봐야겠다.)

그런데 그렇게 개인적으로 제기하는 임금 인상의 요구가 무슨 이득(?)일지 잘 모르겠다.

물론, 그 요구가 먹히면 내 임금은 올라가겠지만 다른 쌤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나는 이렇게 요구할 것이니까 우리 다같이 해보자~라고 말한다고 할지라도 그 행동이 개인의 것으로 책임지워질때 주저할 사람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실 엄청나게 쪼아대고 압박하고 참견하고 말도 안되는 걸로 꼬투리 잡는 원장에게 흠 잡혀서 싫은 소리 듣고 싶어할 사람 없다. 나 같아도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아예 교무실에 잘 안 내려가니까.

그런데 임금 올려달라는 도박을 걸었다가 임금 인상은 커녕 찍히기만 한다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꼴이니, 사실 개인적으로 다같이 요구하자는 제안은 쉽게 먹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노조를 만들면 되나?

아~여기서 답답해진다.

사실 학원 쌤들 정규직이라는 개념보다는 죄다 비정규직이다.

원장이 맘에 들면 계속 쓰는 거고 맘에 안 들면 하루 아침에 전화로 해고 통보받는다.

오죽하면 예전 쌤들은 원장을 고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겨우 받아낸게 퇴직금 정도.

노조 만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이 답답하다.

아마 이래서 학원강사 노조가 없는 듯도 하다.

 

 

 *   형~ 반가워요.

 

sm 시절부터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는 형이었다.

그 얘기의 의중이 무엇인지 아직 감은 잘 안 집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다음 주에 얼굴 보면서 실컺 주절거려야지.

다음에는 원장과 그 똘마니들의 악행을 씨리즈로 실어볼까 생각중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응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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