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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를 지르다.

이젠 실질적인 디카 시대가 됐다.

내가 몇년전 디카를 처음 살 때만 해도 디카보다는 아직 필카를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았는데 말이다.

내가 활동하던 곳 게시판에 "드디어 디카 장만"이라고 썼더니

"디카가 뭐에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었는데.

내가 쓰고 있는 디카 (니콘 D50) 렌즈교환은 되지만 전문가용은 아니다. 나도 전문가는 아니고 말이다. 켁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는 꽤 됐지만 해수만 오래됐지 뭘 제대로 찍은 적이 없어서 실력이 신통치는 못하다.

사실 필름값 무서워서 디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살 때만 목돈이 들 뿐 아무리 찍어대도 따로 돈 들 일 없는 디카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디카를 꾸준히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내가 쓰던 필카는 정말 구식이었다. 미놀타 X700이었는데 완전 수동이다.

초점, 노출도 일일이 맞추고 게다가 난 주로 표준렌즈를 사용했기에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하며 발로 사진을 찍었다.(실제 '사진은 발로 찍는다'란 말이 있긴하다.)

 

그러다 디카를 쓰니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있을까?

감도 조절도 즉석에서 되고(필카는 필름을 통째로 갈아껴야 한다. 그나마 다른 감도의 필름이 있는 경우에나)

오토 포커스에 4배줌까지

게다가 찍자마자 그자리에서 확인 할 수 있고

현상 인화해서 스캔 뜰 필요도 없이 곧장 컴터로 읽어 들이고

 

 



전에도 한 말이지만 '미련'이 남다의 미련과 '미련'하다의 미련은 같은 걸까?

대단히 궁금한 사항은 아니어서 굳이 검색해 보지는 않았다.

 

그래, 필름 카메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디카의 단점도 제법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빠르게 단점은 사라져 갔고 눈부신 장점들 앞에 사소한 단점들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가 되어갔다.

 

내가 아는 '붉은'이란 친구가 있다.

애초부터 사진을 디카로 시작했다.

그당시 난 필카를 쓰고 있었는데 그 친구 왈

"필름카메라는 찍자마자 곧장 어떻게 찍혔는지 알 수가 없어서 너무 갑갑하다."

 

그래 분명 갑갑하다.

며칠전 평택역에서 범국민 대회 사진을 흑백필름으로 찍었다.

네통을 찍었는데(돈이 얼마야???) 시간이 없어 두통만 현상하고 두통은 아직 못했다.

현상만 했을 뿐 인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 아직도 내가 찍은 사진을 못보고 있다.

현상액과 정착액 약품을 타고 암백에서 필름을 롤에 말아 현상통에 집어넣고 온도를 맞추고 스탑워치로 사간을 재 가며 현상->정지->정착 과정을 거쳐 물에 30분간 씻어내고 몇시간 동안 말리면 겨우 필름을 볼 수 있다. 필름만 봐도 어떤지 감이 전혀 안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확인하려면 또 한나절을 투자해서 인화를 따로 해야한다.

 

사진을 찍겠다는 것인지 사서 고생하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잘 모를 정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필름의 단점이 바로 필름의 매력이다.

 

필름값 걱정하느라 마구 셔터를 눌러댈 수가 없다.

이건 아주 커다란 단점이긴 하지만 사진을 찍는 태도를 사뭇 다르게 만든다.

한컷 한컷 집중을 하고 진지하게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디카로 돈 걱정없이 수많은 셔터를 눌러대지만 정작 건질 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필름카메라도 같은 경우가 무지 자주 발생하긴 하지만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썩 괜찮은 일이다.

 

찍은 사진을 곧장 확인할 수 없다는 것도 나름 큰 매력이다.

셔터를 누르자마자 확인할 수 있는 디카와 달리 아무리 짧아도 몇시간, 보통은 며칠이 걸려야 볼 수 있는 사진은 궁금증과 설레임을 갖게 한다.

"그깟 사진에 무슨 설레임씩이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것도 사진의 맛임을. 그렇게 기다렸다 건질 것 하나없는 실망감까지도 말이다.

 

이번에 지르고야만 니콘 F4, 렌즈는 디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80년대 나온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중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디카시대가 도래하야 값이 폭락한 덕에 나도 장만할 수 있게 됐다. 몇년 전까진 140~150만원(물론 중고이고 렌즈없이 바디만 말이다)이었는데 이번에 50만원 주고 샀다. 있던 카메라와 렌즈를 처분해서 실제 든 돈은 25만원. 나이는 먹어가는데 너무 무거워 많이 고민했지만...

디카는 가벼워서 망원으로 당겼을 때 삼각대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 흔들리는데, 오호홋 이건 묵직한 덕에 300미리 망원으로 당겼는데도 흔들리지 않았다. 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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