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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초중반까지 내 모습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뭐 대충 이런 스타일이었다.
내가 남들보다 좀 늦게 세계관이 바뀌었고, 내가 바뀐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바뀔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난 원래도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고.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한번 자리 잡은 생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란 걸 깨달았다. 물론 당연히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나 사실이 밝혀져도 꾿꾿하게 자신의 기존 생각의 틀을 벗어나려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실에 맞춰 생각을 바꾸느니 자신의 생각에 맞춰 사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안티조선 운동을 할 때 더욱 절실히 느꼈던 것 같다. 난 사람들이 조선일보의 낯 뜨거울 정도의 친일행각을 알게 되고, 살인마 전두환을 찬양한 조선일보가 립서비스로라도 "군사정권 시절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란 소리조차 없이 계속 광주'사태'라고 부르는 그 신문의 실체를 알려주면 사람들이 조선일보에 대한 생각이 바뀔 줄 알았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지.
내가 안티조선에 관심을 가진 건 대략 십년쯤 됐고, 요즘 진보진영에서야 안티조선이 당연시 되지만 그 당시에는 '조선일보 나쁜 신문이니 보지 말라'고 말하면 진보든 보수든 무슨 또라이처럼 바라보거나 할 일도 많은데 쓸데없는 짓 한다는 식이었다.
처음엔 조선일보가 친일을(그것도 굉장히 적극적인 친일을) 했다는 걸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교과서에도 민족신문이라고 나오는데 뭔소리냐는 거였다. 조선일보도 자신들이 친일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고 말이다. 난 그 때 조선일보가 친일한 사실만 제대로 알리면 사람들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친일의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그래서 조선일보도 더 이상 자신들이 친일한 적이 없단 소리는 못한다. 그럼 사람들은?
마치 조선일보가 친일한 게 사실이라면 조선일보를 끊기라도 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사실이 밝혀지자 태도가 바뀌었다. "그 당시 어쩔 수 없었겠지"로 말이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이런 관점으로 살펴보기 시작하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믿고 싶은 대로 사실을 바라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난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거나 하는 걸 대충 포기했다. 이미 어떤 생각(이데올로기나 종교 포함해서)이 자리 잡으면 상당수의 경우 그걸 남이 설득해서 바꾸는 것은 정말 힘들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고 그렇게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에게 있어서 그건 너무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라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속도 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느니 내가 할 수 있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굳이 되지도 않는 설득하느니 아예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논쟁 자체를 피하거나 만남 자체를 없애거나 아님 싸우거나! 물론 싸우는 게 유쾌할 리는 없다. 그리고 누구하고나 다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년회 시작할 때 색깔을 빼고 가자 했고 (그렇게 되지도 않았지만 우야뜬) 난 시큰둥 했었다. 민노당 사람들끼리 준비하는데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들까지 다 끌어 모아서, 하고 싶은 얘기 제대로 못하거나 듣고 싶지 않은 얘기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별로 재밌을 것 같지가 않았다. 생각 비슷한 사람들끼리 놀려고 민노당 활동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근데 민노당 안에서가 오히려 생각이 너무 달라 이러고 있으니 참 웃기고 자빠지게 씁쓸하다. )
사진반 반장을 맡고 내가 해야 했단 역할은 화합하고 조정하고 뭐 그런 것들이었는데 나처럼 나름 색깔 있는 사람이 그런 거 하는 게 그닥 체질에 맞지는 않았다. 굳이 차이를 드러내지 않고 공감갈 수 있는 것들로만 채우려 했다.
그러다 반장자리를 내놓고 나니 한결 맘이 편해졌다. 어느 정도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가진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나도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남에게도 스트레스를 준다.
대학 친구들도, 민노당도, 청년회도, 가족들도, 뭐 하나 온전히 맘편하게 하는 곳이 없다. 앞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살아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 겠다. 아무래도 난 사람들과 ‘화합’하며 사는 건 별로 어울리지 않는데... 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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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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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급 공감합니다! 저도 이런 경우 자주 겪었었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특히나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저와 가치관이 다르다는건 정말 인정하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설득의 설득을 끊임없이 해왔는데도 말할때는 알아 듣는것 같다가 행동으로는 전혀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볼때 완전히 좌절했죠. 얼마전에도 그 친구네 갔더니 홈에버에서 장을 잔뜩 봐왔다며 자랑스레 말하는데...OTL...(트랙 걸고 싶다..ㅎ)그나저나 가을의 막바지네요. 잘 지내시는지? 알엠네 이사가기 전에 한번 놀러 가기로 한거 유효한거죠? 저는 연말쯤에나 시간이 날 것 같아요..맞춰서 같이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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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요즘 같아서는 잘지낸다고 선뜻 얘기하기가 쉽진 않네요. --;;그냥저냥 지냅니다. 알엠네로 놀러가던 알엠네집 근처로 놀러가던 하여튼 함 가요. 알엠이 멀리 나오긴 힘드니까^^ 근데 집으로 가면 알엠의 일거리만 더 많아지는 건 아닐런지 모르겠네요. 애들은 아빠보러 보라하고 근처에서 노는 것도 생각해 볼까요? 그러다 비상사태 생기면 잠깐 갔다오라 그러고요. 지난번에도 막내가 짜놓은 젖을 안먹는다고 가야했잖아요. 그 먼 길을 와서 말이에요. 코앞이면 집에 잠깐 다녀오면 되지 않을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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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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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꾿하게는 꿋꿋하게로...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할 때 목표를 너무 높이 두지 마세요...두 분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온전히 바꾸려고 한다면 그건 일종의 오만함.
작은 변화를 칭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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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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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이라면 처음엔 안믿는것 마냥 굴다가도 결국엔 죄다 흡수해서 이러구 사는 저같은 인간도 있잖아요?ㅋㅋ 저는 요새 대학원 원서 내놓고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맨날 술마시고 있어요. -_-;;;ㅋㅋ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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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바: 첨삭지도 감솨^^ 이 글은 재열씨랑 한바탕 하고 나서 재열씨 보라고 썼던 글이에요. 내가 버럭 화를 내고 나가버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재열씨에게 내가 왜 그런지를 좀 이해시키려고요. 물론 앞으로도 또 그럴 수 있다는 걸 말하려던 것도 있고요. 사람 생각을 온전히 바꾸려고 하는 거야 종교 지도자들이나 하는 거고 난 그냥... 명주씨도 박정희나 전두환 찬양하는 사람 보고 그걸 다양성이라고 인정해 주진 않을 거 아녜요?도영: 술은 좀 작작 먹지. 뭐 나도 그런 말 할 자격 없지만서두 --;;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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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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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화내신적은 본적이 없고 들은바가 없는지라 의외네요. 항상 설득과 대화로 조근조근, 듣기만 해주시는 선생님 모습을 뵈온지라 생소할따름?! 성격은 변화한다고 하잖아요.^-^근데 위의 조선일보친일이나 박정희시절엔 다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들 하니 설득 시키다가 대화하면서 저는 세뇌당하는듯=_ =; 안그래도 귀얇은데 특히 저는요! 좋지도 옳지도 않은 경우라는거!! ㅠ_ㅠ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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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내가 너에게 화낸 적??? 뭐라 그런 적은 꽤 있지만 화낸 적은 없는 것 같군. 연애사업은 잘 되나?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