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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이것 저것

나비는 아직도 아프다

 

다음까페 냥이네에서 추천을 받은 병원을 찾아 평택에 있는 동물병원에 갔다.

관절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한다.

엑스레이에 나타날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 너무 걱정은 말라고 한다.

아픈 곳을 자꾸 만지고, 엑스레이 찍느라고 제압을 하다가 여섯군데나 물렸다.

예전에 콩콩, 꼬맹한테도 물려봤지만 이번엔 곪고 부어오르기까지 해서 나도 병원에 갔다.

 

이틀 후 전혀 나아지는 기색이 없어서 다시 데려가서 일단 영양제 주사를 놓아줬다. 식탐이 워낙 심한 우리 나비가 거의 일주일간 별로 먹은 것이 없어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더위를 먹은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작년 여름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는데.

3일치 약을 다 먹이고도 차도가 없으면 아무래도 피검사를 해보자고 해야겠다.

나를 보면 안스럽게 울어대는데 해줄 것이 없으니 답답하다.

 

 

전철에서 한바탕?

 

지난 일요일 용산에 갔다가 전철을 타고 오는 길이었다.

금정쯤 지났을까? 저쪽이 시끄럽다.

나이도 왠만큼 드신 분이 부인인듯한 아주머니에게 큰소리로 욕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애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냥 좀 하다 끝났으면 좋으련만 그칠줄을 모른다.

 

잠시 고민모드

가서 얘기를 할까?

술도 한 잔 한 것 같은데 내가 말한다고 들을까?

그렇다고 그냥 두면 마냥 저럴 것 같은 기세이니

내가 가서 긁어부스럼을 만든다고 해도 더 나빠질 것도 없을 것 같고.

그래 가보자

 

최대한 공손하게

"어르신, 아이들도 많고 그러니 목소리 좀 낮추시고 욕도 삼가해주셨으면 하는데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운이 좋으면 이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불행히도 이번엔 운이 좋지 못했지만.

 

6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그 어르신의 레파토리를 대충 옮겨본다. 물론 같은 얘기를 최소한 서너번 이상을 반복하셨다.(누구나 쉽게 예상할만한 대사들?)

- 젊은 것이 건방지게

- 집에 가면 너만한 아들이 있다

- 넌 애비도 없냐?

- 내가 너한테 욕했냐? 젊은 놈이 오지랍도 넓게 왜 남의 일에 상관이냐?

- 내가 공수부대 출신이다.

- 나도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이다.

- 우리 아들이 법대 나왔다.

- 내가 소시적 같았으면...

 

너무 막무가내로 나오니까 건너편에 계시던 나이드신 아저씨께서

"젊은 사람 말 그른 것 하나도 없네"라며 거드셨더니 더더욱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공수부대 출신임을 수없이 강조하자 이 아저씨도 화가나서

"야, 너 내려"라고 하셨지만 자칭 공수부대 어르신은 내리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둘다 내릴 생각이 없다.

공수부대 출신이란 이 어르신의 필살기는 겸손하게도

"너 임마, 조인트 한대 맞아볼래?" 정도다.

화가 나 달려들듯 하다가도 내가 붙잡으면 못이기는척 다시 자리에 앉는다.

내가 별로 세게 붙잡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이밖에 내세울 게 없고, 입만 팔팔하게 살아있는 불쌍한 노인네.

 

대거리 하는데는 소질이 없지만 깐죽거리면서 상대방 열받게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 다른 승객들에게 너무 민폐가 될테니까.

게다가 난 싸가지가 꽤 있는 편이다.

 

물론 '넌 애비도 없냐?"고 하기에

"있습니다. 근데 저희 아버지는 전철에서 욕같은 거 안하시거든요."

"젊은 놈이 오지랍도 넓다"는 말에

"제가 좀 넓기는 하죠"라고 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그냥 혼자 떠들게 내버려 뒀다.

 

재미있는 것은 계속 열받아 떠들면서도 차츰 욕이 줄어들어 나중에는 계속 뭐라고는 하면서도 내게 욕을 하지는 않았다.

 

"나도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는데 이래줄 것 그랬다.

"전 카렌스가 있는데요."

 

 

황당한 DVD

 

이번에 용산에 가서 불법 두장, 정품 두장을 샀다.

에단호크가 나오는 '어썰트13'을 샀는데 정말 황당하다.

어떤 통로를 통해서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들이 나오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 외국에서 긴급 입수해서 나름대로 자막작업을 했나본데, 번역이 가희 압권이다.

번역이 좀 잘못된 정도가 아니다.

처음엔 눈치를 못챘는데 조금씩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신경을 써서 들어봤더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아예 소설을 썼다.

Holiday(우리발음으로 할러데이)를 할로윈데이라고 번역한 것은 애교스럽게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시간나면 이 황당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정리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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