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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누구든 벗어나고 싶다.

 철 들고 한 순간도 '여기'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도 가능한 부모님의 '중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고자 했고(지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그러고 싶어하는 걸 보면, 20살 터울의 우리 반 아이들도 그 때의 나와 다르지 않다.) 지금 결혼 10년차에 이르러도 시가든 처가든 '멀수록 더욱 둏다'는 선인의 말씀이 금과옥조이다.

그런데 막상 중력의 끌림에서 벗어나 보면, 감당하지 못하는 자유로움으로 곧잘 낭만을 넘은 과도한 감상주의로 삶의 시간을 버거워했던 듯하다. 삶의 중력(관습일 수도 있을 테고, 습관일 수도 있을 테지)에 의한 고정됨, 안정됨이 주는 안도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따뜻하다. 그래서 무중력증후군은 '병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삶은 무중력을 꿈꾼다. 자유로움에 대한 지향은 어쩌면 천성(天性)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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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기>기록 정신의 위대함

 

이 책은 우리 나라의 기록 정신에 대한 글이다.

고려대장경, 직지, 다라니경, 실록, 승정원일기, 한글까지.

이 책은 쉽다는 것이 우선하는 장점이다. 청소년 권장 도서로 손색이 없는 쉽고 간결함, 편안한 문체까지 청소년 권장 도서로 빠지는 데가 없다.

또 이 책의 장점은 선조의 뛰어남을 칭송하되, 광신적 애국주의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족이란 용어 앞에만 서면 논리도 이성도 사라지는 어설프을 범하지 않는다. (국가를 말하면서 애국에 빠지지 않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민족임에야...)

또 이 책은 새로운 면을 적절히 담아 내고 있다. 내가 아는 것이 부족해서 새롭다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적절함이 넘치지 않아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 된 듯하여 좋았다.

 

"실록" 부분에 사관의 실명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폭군들은 실명제를 원했다. 역사에 자신의 행실에 그대로 기록되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실명제를 통해 역사의 평가를 자신의 임의대로 통제하고 싶었던 게다. 그러나 조선의 역사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다. 일시적으로 실명제를 한 적이 있기는 했으나 곧 제자리로 돌아 왔다.

MB정부가 실시하고자 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생각난다. 오늘 아침 뉴스에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미네르바에게 실형을 때렸다. 구글과 유튜브는 우리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했다. 우리가 거부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이 단호하게 거부했다. 우리의 수준이 옛 조선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거꾸로 가는 지금의 이 역사를 우리 손으로 곧 되돌려야 할 것이고, 그럴 것이라 믿는다.

 

선조들의 이 기록 정신을 읽으며 떠오르는 또 한 사람, 지율.

지난 주 스님이 다녀 가셨다. 낙동강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태백의 낙동강 발원지부터 양산까지 걸어 오신 게다. 마지막 하룻길의 낙동강 순례를 남겨놓고 오랜만에 들르신 게다. 스님의 낙동강 순례길을 밤 늦게까지 들었다. 물길따라 걸어오신 스님의 슬픔과 비분을 어찌 다 마음에 새겼으랴만, 천성산과 공명하시던 그 마음이 또 낙동강과 공명하고 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스님을 배웅했다. 부산 화명동 둔치의 공사장에서 낙동강 물길 따라 가는 순례 마지막 날을 시작하셨다. 둔치로 내려서는 스님의 모습을 봤다. 저 야윈 비구니에게만 이런 대기록의 짐을 떠념겨도 되는 것인지... 죄송함에 부끄러움이 낙동강의 끊임없는 물결마냥 겹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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