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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의 CCTV를 처음 본 젊은 부부의 대화

전화가 왔다. 애가 아파서 지금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다고 했다. 나보다 일찍 퇴근한 아내가 병원을 데려갔다면 애나 아내나 다 저녁을 못 먹었겠다 싶어, 애 먹을 죽과 아내가 먹을 간단한 요기로 김밥을 싸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4층에 있었고, 그 바로 아래층인 3층에는 학원이 하나 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젊은 부부. 젖먹이를 안고, 3살 정도 되는 아이는 걸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데 4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한 분이 탔고 3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그 아저씨를 내려주기 위해 3층에서 문이 열리고 그 아저씨가 내리는 잠깐 동안 학원의 카운터(?)를 보게 되었다. 그 학원은 3층의 전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엘리베이터를 주출입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보이는 중앙에는 카운터가 있고, 왼쪽으로는 복도가 이어져 있고 강의실도 보였다. 카운터 오른쪽에는 8개 정도의 모니터가 있었고, 모니터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 두 젊은 부부는 그런 학원을 처음 본 듯했다. 아기를 안은 젊은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

"저봐, CCTV도 있어. 애들 교실을 다 비춰주네."

"감시하는 것 같아 별로 안 좋네."

"감시? 누굴 감시하는거야? 학생들?"

"학생들을 왜 감시해. 학교도 아닌데. 선생들 감시하나보지."

잠깐 띵~했다. 감시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일반적인 생각이니 그렇게 들어넘겼는데, 뒤에 이어지는 생각은 교사인 나와는 정말 달랐다. 그들의 대화를, 특히 그 젊은 애 아빠의 말을 찬찬히 되짚어 보면 결국 이런 얘기가 된다.

"학원에서는 강사들을 감시하고, 학교는 학생들을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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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야간자습 감독(감시?)중이다. 자꾸만 그 젊은 두 부부의 말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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