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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자율화가 결국 9,000원짜리 사설모의고사 시행인가?

학교자율화가 결국 9,000원짜리 사설모의고사 시행인가?


<교수-학습-평가 상의 문제>

1.

가르치는 활동은 평가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가르치는 활동을 개선하려는 것이 가르침과 평가가 맺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평가를 교수-학습을 개선하는 표지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서열화를 통해 학생들의 경쟁 촉발을 목표로 한다. 이 경쟁이 교육력이나 학업성취력을 높이는 데 관련 있다는 믿음은 실재적으로든 학문적으로든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불순한 세력이 ‘배후’에서 만들어 낸 ‘괴담’일 가능성이 높다.


2.

가르쳤으면 서열화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비교육학적인 상식에서 출발을 하여도 납득되지 않는 것은 사설모의고사이다. 서열화를 하려면 표집 인원이 많아야 하는데, 도총괄평가나 평가원 주관 모의수능은 전국의 고교생들이 거의 다 응시한다. 지난 서울시교육청 주관 모의고사에 99% 이상의 학생이 응시했다. 몸 아프고 결석한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학생은 없다. 결국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고 통계를 낸 전수검사인 것이다. 도총괄모의고사는 전체 학생들이 응시한 시험으로 서열화 결과를 통지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정확히 개별 학생의 전국적 수준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반면 사설모의고사는 기껏해야 전국의 10% 내외의 학생이 치르는 것으로, 과학적인 샘플링 검사도 아니고 그저 신청자에 한하는 정도이니 그 결과가 과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서열화 결과라 말할 수 있을까?



<학사일정상의 문제>

1,2학년의 경우는 학기당 2번, 연간 4번의 도총괄모의고사가 있다. 학교 지필시험이 학기당 중․기말 2번, 연간 4번  있다. 수행평가와 서술형 평가가 학기당 1회 이상 과목별로 있어, 연간 2번 이상의 시험이 있다.영어듣기 시험이 연간 2번 이상의 시험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총 10회 이상의 시험을 연간 치르고 있다.

3월부터 해서 익년 2월까지 방학을 제외하면 8개월 정도의 수업기간이 나온다. 9개월 동안 학생들은 최소 10회 이상의 시험을 보고 있다. 월 1회 이상 시험을 보는 셈인데, 그것이 부족해서 사설모의고사를 본다는 것은 2․3주마다 시험을 보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시험을 치르는 기계이다. 그것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경쟁서열화를 전제하면서......

뿐만 아니라 모의고사를 보는 동안은 교수활동이 이뤄지지 않으므로 수업의 결손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가르치는 활동 없이 평가만 죽어라 하는 셈인데......



<사설모의고사...... 돈. 돈. 돈>

사설모의고사의 1인당 비용 9,000원에는 시험용지값(실제 얼마 안 된다)과 출제 비용과 채점비용(이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시험감독비이다. 시험감독은 원칙대로라면 업체에서 감독원을 파견하여야 하나, 그것이 불가능하므로 해당 학교의 교사들에게 위탁하면서 사설모의고사 경비의 일부(1,000원)을 감독비로 책정하여 해당 학교 교사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공무원 신분의 교사가 사설 업체의 이익에 복무하는 셈이 된다. 가령 1,000명의 학생이 시험을 치르면 사설평가기관에서 해당 학교로 감독비가 백만 원이 입금되는 셈이다.




4.15학교 자율화 조치는 과연 학교를 자율적이게 하는가? 단언하건대, 이 조치는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원 자본의 이익 획득을 자유롭게 하거나 교육관료나 학교 관리자의 권력 남용을 자유롭게 할 뿐, 가르치는 교사들의 자율적 책무성이나 학생들의 학교생활․학업과 관련한 선택의 자율성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88만원 세대로 내몰리는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좀 더 밝고 건강한 사회로 만들지는 못할망정, 어차피 그네들이 살아야 될 세상이 그러하니 일찌감치 서열화와 경쟁의 도가니에서 누가 더 늦게 죽나 내기(죄수의 딜레마)나 하라는 식의 내팽개침이 “4.15 학교 자율화 조치”라 확언한다. 그 시작이 ‘겨우’ 사설모의고사인 것이다.



“울어라, 울어. 하먼, 밥 묵고 살라먼 울어야제. 울어야 밥맛 나고 밥 묵어야 심이 나제. 별것이나 있간디. 암것도 없어. 태나서 우는 놈이 사는 벱이여. 울어야 산 목심이여. 그저 내 울음이 내 목심줄이여.”         -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 중 ‘영희는 언제 우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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