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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나는 나를 안다>

<서사의 겹침, 삶의 겹침>

마당 깊은 집의 저자, 김원일. 분단 문학의 깊이를 보여준 작가를 정평이 높다. 분단이 60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적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음을 목도하면서 이 글을 읽었다. 수구보수와 진보 간에도 분단은 존재했고, 내가 철 들고 처음으로 시민권을 획득한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 내의 사분오열에도 분단이 있다.

자칫 분단 극복의 주제가 감상적인 민족애로 귀결되는 것도 막으면서, 현실의 부조리로 환치된 고발을 넘어서면서, 인간 개체에 미치는 삶으로의 지평을 살뜰하게 보여준다.

 

 

환멸을 찾아서
손풍금

나는 나를 안다
임을 위한 진혼곡
 

 

네 개의 작품은 각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읽으면서 자꾸만 하나의 이야기인 듯 싶어, 앞서 읽었던 작품을 돌려보게 된다. 우연히 얻게 된 월북 지식인의 수기를 통해 이를 접하는 남한 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환멸'과 '이상 국가'인 북한에서 좌익 지식인의 '환멸'을 보게 된다<환멸을 찾아서>. 좌익 활동으로 비전향 장기수로 복역한 작은 할아버지의 삶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왠지 <환멸을 찾아서>의 이야기와 자꾸만 겹쳐진다.

수다스러운 할머니의 방백과 같은 <임을 위한 진혼곡>까지 읽고서 생각해보았다. 분명 다른 이야기들인데, 분명 독립된 이야기 구성들이 자꾸만 겹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제가 "분단"으로 하나였고, 분단으로 인해 극단적이고 폐쇄적 이데올로기로 강점된 남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삶을 비슷비슷하게 얽었다는 것이 '겹침'의 이유이지 않았나 싶다.

 

진보 세력의 분열의 근저에 '분단' 문제가 있고, 이것이 발현되는 형태가 북한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시점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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