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국정]프랑스 새 성장모델 모색 - 우파 좌파정책 추진

image
image
image image
프랑스는 지금 새 성장모델 모색중
모든 국민이 혜택 누리는 근본적 사회개혁에 초점
프랑스 사회경제는 자유시장 경제와 국가의 경제기획을 강조하는 사회주의를 절충한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랑스 사회경제제도는 저성장, 실업, 과도한 사회보장으로 인한 재정적자의 내적 요인과 세계화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된 폭력소요 사태는 프랑스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사회 계층별 불평등의 심화

프랑스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시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회조건은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데 있다. 프랑스 사회는 전통적으로 양분화된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총 경제활동 인구의 약 60 %정도를 차지하는 서민층은 중산층에 비해 소득 수준이 2.5~3배 낮으며, 실업률 수준은 3~4배 높다. 따라서 서민층 자녀들은 고등교육을 받는 기회가 적어지고 이는 또 다시 계층 간 소득의 차이를 만들며 각 세대가 누리는 사회혜택 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적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한 폭력소요 사태로 인한 정부의 비상사태 연장 결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민들.
경제성장으로 얻은 부의 분배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 질 때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은 깊어지게 되는데 프랑스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87~95년 사이 월급에 의한 실질적인 소득 증가는 거의 없었지만, 주식투자로 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평균 84%, 채권 수익은 105%, 그리고 부동산 가치는 33% 증가 했다 (프랑스 통계청 자료).

실업이 늘어나고, 특히 청소년 및 50대 이후 세대들의 고용 위기가 심각해진 1990년대 이후에는 사회 계층 간 소득 차이가 더 심화되고 있다. 한 예로, 기업이 창출한 총 부가가치 (노동수입+자본수입) 대비 노동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 추세에 있어 기업 이익창출에서 차지하는 노동자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이는 봉급생활자들의 사회적 협상 능력이 자본 능력에 비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경제 주도 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르몽드(2005년 9월 1일자)는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과연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사회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이 신문은 매우 낮은 경제 성장률이 적절한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는데 결정적인 제약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부유 계층의 소득을 축소해 재분배 정책을 구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방법은 현대 민주자본주의사회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 추세에 따라 자본이나 기업이 자국의 높은 조세율이나 인건비를 피해 언제든지 타국으로 이전할 수 있기때문에 단순한 조세정책을 통한 재분배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따라서 조세정책을 넘어 선 종합적인 사회정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사회 모델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고용증진 앞세워 사회 성장 달성

올해 6월 출범한 드 빌팽 총리 내각은 ‘고용 증진’을 앞세워 ‘사회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드 빌팽 총리가 말하는 사회성장이란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성장, 모든 국민에게 구매력을 회복시키는 성장, 그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드 빌팽 정부의 종합대책은 고용, 경제성장, 국가재정, 민생경제, 교육 등 핵심적인 국가 정책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급격한 세계화 추세에 따라 기존의 사회경제 제도를 ‘현대화’ ‘세계화’의 궤도에 맞추어 가려는 정책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 빌팽 총리가 말하는 ‘사회성장’은 단순한 경제 활성화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정책의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기본원칙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 양극화 해소 적극 개입

첫째, ‘정의와 책임’ 원칙.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경제적 위기가 아닌 사회적 위기에서 나온다. 사회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있어야 하는데 프랑스의 낮은 경제성장률로서는 파격적인 고용확대가 어려울 뿐 아니라, 늘어나는 실업으로 정부 실업보조금 혜택도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을 필요로 하게 된다.

드 빌팽 총리는 세제 및 서민주택 정책 등을 통해 공평한 부의 분배를, 그리고 고용, 교육 면에서 차별 없는 기회의 균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사회성장은 모든 국민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있는 행위를 할 때 가능하다.  드 빌팽 총리는 “모든 시민이 참여와 자기 개발을 이루어 나갈 때 국민적 총력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민의 책임있는 참여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개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고용 확대를 위해 정부는 실업자가 취업하면, 실업보조금보다 높은 경제적 혜택을 보장함으로써 취업동기를 유발하고 아주 작은 노동에도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공정한 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실업자에게 매달 생활보조비를 지급하는데 이는 최저임금의 절반에 해당해 실질적으로 취업동기 부여를 하지 못했다. 이러한 불공정한 점을 시정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일정한 고용수당을 저소득 취업자에게 매달 지급해 정부 생계비 지원만을 받는 것보다 최소한 800유로 이상 즉 50%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이나 국민 모두가 이러한 조치에 대해 연대적 책임의식을 갖고 동참해주길 권유하고 있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조화

둘째, ‘사회성장’은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을 조화시킬 때 가능하다. 유럽 선진사회는 가장 앞선 사회경제 제도(자유시장경제+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이를 통해 불거진 문제들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체 제도를 아직 찾지 못했다. 결국 드 빌팽 총리는 기존 제도의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실행 방식에서 시각을 넓히고 새롭게 함으로써 ‘사회성장’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자유시장제도가 현재까지 가장 바람직한 경제제도이지만 사회정의를 세워 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자유경제 체제에서는 가진 자들이 못가진 자들보다 항상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부가 부의 재분배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인적 자원관리 측면에서도 공정한 재분배 정책을 수립할 때 경제가 사회와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공정한 부의 재분배, 고용 창출, 기회의 균등 등을 주된 지침으로 삼고 경제와 사회 두 분야의 정책을 조화 있게 실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드 빌팽 정부는 고용증대를 통해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로 고용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또 올 1월부터는 ‘고용서비스 수표제도’를 도입해 직장 근무로 인해 발생되는 가족관련 비용을 지원, 관리하고 새 고용계약, 기업 청소년 계약 등 다양한 노동계약을 실제화하고 인력 채용시 인종과 지역의 차별없이 고용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민서민층에 대해서도 명문대 입학 특례를 허용하는 등 인적 자원 면에서 재분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사회성장을 위한 구체정책들

프랑스가 2005년 9월에 발표한 사회성장 정책의 주요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 분야.

◆고용 정책의 활성화: 자발적인 실업을 줄이고 취업 동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고용수당 제도 도입, 복잡한 사회보조금 제도 간소화, 실업연금 혜택자에 대한 체계적인 통제장치 강구.  

◆공공투자 촉진 및 교통인프라 현대화: 50% 이상의 정부차관과 재정경비를 감축해 연말까지 재정 적자를 국민총생산 3% 수준으로 축소. 공공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고속도로 공기업의 일부를 민영화해 2006년도에 100억 유로의 재정수입을 확보.

◆구매력 제고 : 세제 개혁 특히 중산층에 대한 소득세 감면을 통해 35억 유로를 조세자에게 환원, 소득 과세기준을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재산소득세도 개혁하여 소비자 구매력을 제고. 사내 주주제도의 활성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의 견고한 자금원을 마련하고, 경제적 애국주의 실현의 도구로 삼음.

◆에너지 비용 보조 : 저소득층 가계에 등유 난방비 지원, 석유제품 가격 안정조세를 운수업체 지원과 고용수당 재원으로 전용. 무공해 자동차 구입시 2000유로까지 세금 공제, 식물성 연료기름의 점진적인 사용권장, 고속 및 일반 도로에서 자동차 주행 속도 10Km 감속 등.

◆주택 보급 확대 : 서민 주택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의 주택지원금, 무이자 주택융자 지원 폭 확대, 사용 목적을 제한했던 유휴 토지를 해제해 2006년 1분기까지 5000가구 서민주택 건설, 5000만 유로 국토개발자금을 즉시 주택환경개선사업에 투자한다. 사용되지 않는 건물을 정부가 구입하며 주택용으로 재건축. 2010년 올림픽을 위해 파리 북부에 확보한 파리 시소유 토지를 일정한 협정가격으로 민간주택업자에 매각, 주택 보급 확대.    


"기회균등 없는 자유경쟁은 속임수"

“경제문제는 경제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경제문제는 사회문제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수많은 연구 및 통계가 공통적으로 밝히는 현대사회 문제 중의 하나는 기회의 불균등 현상의 심화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자유시장경제는, 기회가 균등한 가운데 각자의 노력에 따라 그 결과를 보상받는다는 논리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회의 균등이 없다면, 자유경쟁이란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속임수에 불과하게 된다. 부유한 자는 자기가 가진 다양한 수단들 즉 부동산, 금융자산 등을 통해 노동을 통한 자산 증식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수익을 얻게될 뿐 아니라 많은 정보와 교육기회를 통해 불균형을 가속화, 지속화시키게 된다. 결국, 공정한 부의 재분배는 공정한 기회의 균등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서 경제문제와 사회관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성장 정책을 통해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사회정책을 통해 ‘기회 균등’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공정한 부의 재분배를 위한 경제제도가 계획되고 실시 될 때, 모든 국민이 책임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며, 비로소 민주 복지 사회의 풍요함을 골고루 나눠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성장’ 정책이 최선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다. 경제성장이 불투명하고, 누적된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가 과연 ‘사회성장’ 정책추진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지, 또는 정책이 불명확하거나 효과 분석이 막연한 면이 있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당면한 사회위기를 어떻게 타개해가는 지를 면밀히 지켜 보면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볼 때 ‘좌파’(?)적인 상기 정책들이 좌파인 사회당이 아닌 드골의 적통을 이어받아 위대한 프랑스를 꿈꾸는 ‘우파’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음미해볼 만하다.   

이승유(주 프랑스 홍보관)
등록일 : 2006.01.18
image image
imageimage
image
image imag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