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실거리는 것

from diary 2010/05/22 02:50

머리가 아프다.

광주에서 돌아온 후로 계속 머리가 아픈 것은 아마도 너무 피곤해서 이거나

그저께부터 시작된 생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난 좀 눈물이 많은 편인 것 같다.

버스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져버렸다. 민망하게....

그리고 계속 머리가 아프다.

 

518을 노래하였다는 루시드 폴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있었고,

전날까지 참석했던 행사를 생각했고,

그리고 슬퍼졌다.

 

518은 한때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짐이었다.

날 싸우게 만들었던 시작이었다.

그만큼 난 너무 진지한 운동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와 세대에 어울리지 않게.

 

어느순간부터는 그 바윗덩어리가

입안에 까끌거리는 자갈이 되었고,

그리고 어느순간부터는 넘어갈 듯 넘어가지 않는 모래알갱이가 되었다.

십여년이 흘러갔다.

 

망월동 묘역에서 눈물을 쏟았던 18살의 소녀는

이제는 518이라고 길거리를 뛰어다니지는 않는다.

어쩌다보니 아시아 각국의 활동가, 지식인들이 모여드는 워크샵에서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리셉션이라며 주는 밥을 얻어먹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자원활동가들의 원더걸스 춤을 구경하고 있다.

 

누군가는 광주 도심 외곽의 화려한 그 컨벤션 센터를 두고,

그리고 아마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사람들을 초청하고, 책을 찍어 내고 하였을 그 행사를 두고

광주의 핏값이라고 하였다.

 

아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얼마나 유의미한 것이냐를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계속 고민해야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고 하는 일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내 불편함의 정체는 대체 뭐냐.

무엇인거냐.

 

그 화려함?

이질감?

 

518을 제도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하면서,

광주인권상이 해마다 아시아의 인권활동가들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왜 그 상이 평등한 주체의 만남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왜 까실까실하게 자꾸만 걸리는 것일까.

상을 주고 받는 행위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일까.

 

또 한가지,

해외에서 온 활동가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

무의식 중에 내뱉은 00나라 애들 이라는 말버릇,

 

나는 광주를 다시한번 기억하려고 한다.

나를 돌아보고, 우리를 돌아보고

다시 518을 기념하는 행위를 돌아보고

 

머리가 정말 아프다.

고민할 가치가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5/22 02:50 2010/05/22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