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6일

수라바야에 왔다.

족자에서 7시 15분 기차를 타고 12시 수라바야 도착. 대략 5시간 쯤 걸렸나보다.

인도네시아의 기차는 다 이름이 있다. 한국의 기차에도 이름이 있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지금은 없어졌지만 비둘기호도 있었고. 인도네시아에서 두번째 탄 기차는 Sancaka pagi. Pagi는 아마도 아침이라는 뜻일텐데, 그럼 아침에 운행하는 산차카 열차라는 것일터. 난 75000 루피아짜리 비즈니스(bisnis) 열차를 탔다.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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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45분, 너무 밝아서 이른시간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기차시간 때문에 긴장한 탓인지 5시부터 일어나 샤워도 하고 아침밥도 먹었지만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기차는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도 이미 많이 타 있다. 훗, 전혀 빠르지 않아. 특실과 일반실의 차이는 꽤 크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_= 한국에서는 특실 아닌 일반실을 타고 특별히 그런 격차 따위 느끼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일반실 좌석 없어서 특실 탈 때면 어찌나 아깝던지) 굳이 여기서 그런 것에 배알 꼴려 하는 것은 여기서'까지'(!!) 하층계급인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그냥 낯선 눈으로 바라보니 하나하나 머리가 따지고 드는 것... 익숙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조리. 아니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일상. 자카르타에서 족자에 올때 탔던 엄청 좋은 열차(그런데 1시간이나 연착;;) 에 비교하면 이 열차는 비둘기호같다. 어차피 대접받으며 여행하는 여행자는 아니잖아. 엉덩이 밑으로 스프링의 감각이 살아있는 의자에 앉아 쓸데없는 끄적거림.

열차 직원이 베개를 주길래 받아들었더니 역시나 한참 후에 와서 돈을 받는다. 모든 서비스는 다 돈이다...

 

수라바야에는 연착 없이 거의 12시에 도착하였다. 도착한 수라바야 역은 지도를 보면서 거의 예상하긴 하였지만,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 역시나 오젝, 베짝, 택시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고, 난 길을 잘 모르면서도 이 사람들 틈바구니를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무시하고 역 밖으로 빠져 나왔다. 조금 걸어나와서 지도를 보았는데 당췌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그렇게 헤깔려 하고 있으려니 좀 전에 열심히 나에게 오토바이 택시(오젝)를 타라고 권유하던 이가 어느새 따라와서 나의 어리석음을 탓한다. -너 어디 갈건데? -음... 여기 갈려고... -너 반대로 나왔는데? 역 반대쪽으로 나갔어야지 -그래?  .... 이런 대화를 하다가 결국 그의 오젝을 타기로 하였다. 인도네시아에서 타는 첫번째 오토바이. (그 뒤로는 한번도 안탔다. 다른 사람들은 편하게 모르는 이의 뒷자리에 타는지 모르겠지만, 난 잘 모르는 이의 허리 또는 어깨 또는 아무튼 어딘가를 붙잡고 타야하는 그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안 붙잡기에는 좀 무섭기도 하고... ) 그는 싼 숙소에 데려다주겠다고 했고, 그의 말에는 왠지 신뢰가 느껴지기도 했고, 거기까지 쫓아와서 도와주는 것이 고맙기도 했고, ... 음.......

그의 오젝을 타고 첫번째 간 곳은 론리플래닛에도 나와있는 숙소였는데, 저렴하진 않았다. 가장 싼 숙소는 이미 다 찼다고 하고, 그 윗단계는 12만 루피아. 조금 고민을 하다가 오젝을 태워준 분에게 싼 곳에 데려다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고 묻자, 그는 이 곳이 보통 나같은 투어리스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먼저 왔다고 하며 다른 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6만 루피아와 8만 루피아 짜리를 아는데, 어디를 가겠느냐고 묻는다. 아무래도 6만 루피아 짜리라면 정말 허름할 것 같기는 하지만 하루만 묵을 꺼니까 어떠리 생각하며 그리고 가자고 했다.

그리고 가게 된 곳, 약간 곰팡이가 있긴 했지만 아주 더럽지는 않았다. (아주 더러움의 기준은 중국에서 경험한 상상 불가의 허름한 여인숙 ㅋㅋ) 물론 밤에 잘 때는 바퀴벌레 때문에 맘 고생을 하였고 심히 후회하긴 하였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또 다시 오젝 기사에게 다른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기 싫기도 하였거니와 그냥 하룻밤 여기서 지내면 어떠리 ....  그렇게 그곳에 하루 묵기로 하였다. 오젝 기사분께는 약속한 1만5천 루피아를 드리고, 안녕 안녕, 고마워요~

 

짐을 대충 풀어놓고, 한 나절의 수라바야 관광을 시작하였다. 숙소 위치에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 강을 건너면 수라바야의 monument가 있고, 거기서 더 올라가면 무슨 역사적 공간이라는 다리와 차이나 타운, 그리고 모스크가 있다고 한다. 수라바야는 걷기 썩 좋은 동네는 아니다. (내가 가 본 인도네시아 도시들 대부분이 걷기에 썩 즐거운 곳들은 아니었지만....ㅋㅋ) 왜 도시들마다 그런 썩 이쁘지는 않은 상징탑들을 세워놓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도 썩 이쁘지 않은 현충탑이나 뭐 그런 상징물들이 있듯이 어디에나 그런 것들은 있는 것이겠지. 독립을 기념하였든, 기념을 빙자하여 당대 권력의 정당성을 마련한 것이었든 어쨌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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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타운은 특별할 것이 없었고, 그냥 정신 없이 길거리.... (내가 간 곳이 차이나 타운이 맞나? )

그곳을 지나서 있었던 시장은 꽤 시장스러운 커다란 곳이었고, 수라바야가 바다에 접한 곳이어서 그런지 생선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그리고 모스크...  누군가 아주 중요한 인물이 묻혀 있는 모스크였는데, 정확히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모스크에 들어가려면 머리에 스카프를 써야한다고 해서 가방 속에 있던 작은 손수건을 쓰려고 했더니 빌려주는 용도인 듯한 스카프를 꺼내주면 쓰고 들어가라고 한다. 들어갔더니 그 중요한 인물의 비석 주위로 남 녀로 나뉘어진 기도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는 그 중요한 인물의 제자들의 비석이 들어차 있고, 그 비석들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앉아 기도를 한다. 나도 그곳에 앉아 잠시 기도 비슷한 것을 하였다. 사람들 구경도 하고...

 

난 무슬림이 되고 싶기도 하고, 천주교도가 되고 싶기도 하고, 또 불교신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모스크에 가면 무슬림이 되고 싶고, 또는 무슬림처럼 들판에서 기도를 하고 싶기도 하고, 성당에 가서 하염없이 기도를 하고 싶기도 하고 절에서 108배를 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 그러지는 못한다. 그렇게 할만큼의 신심이란 것도 없거니와.... 그래도 난 어디에서건 기도 비슷한 것을 한다.

 

내가 머무는 허름한 여관과 모스크는 꽤나 먼 거리. 아마 3-4km는 될 것이다. 돌아가려니 그간의 여행으로 쌓인 피로와 그날 걸은 피로가 겹쳐 지치기도 하고... 그러던 차에 버스들이 서 있는 정류장이 눈에 띈다. 내일 푸라바야(수라바야의 버스터미널)에 가야하는데, 어찌가야 하는지 모르니 저기 가서 알아봐야지. 그런 마음에 가서 물어보니 거기 있던 버스가 푸라바야에 간단다. 그럼 그 버스가 숙소 근처에도 가는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여 덥썩 버스에 올랐는데, 에구... 숙소는 남쪽인데, 버스는 자꾸자꾸 서쪽으로만 간다. 결국 버스가 도착한 곳은 푸라바야. 어쨌거거나 내가 물어보았던 둘 중에 한 곳을 가기는 갔지. 기왕 간 김에 프로볼링고에 어찌 가는지 정보 등을 알아보니 다음날 어디서 버스를 타면 푸라바야에 가는지도 알았으니 잘 되었지.

그리고 숙소 근처로 가는 버스를 물어서 다시 버스를 탔다. 시내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10킬로미터 남짓이지만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교통체증이 만만치 않다.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까지 와서 한참을 다시 숙소를 향해 걷는다. 그래도 적지 않은 여행 경험 덕에 지도 보기, 숙소 찾기는 선수가 다 되었다. 캄캄해 진 후에도 숙소는 귀신같이 잘 찾아간다. ㅎㅎㅎㅎ

 

숙소는 캄캄한 밤 중에 도착. 잠 잘 자고 다음날 시티버스 타고 푸라바야 가서 프로볼링고 가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 도착한 숙소에는 정말 엄지손가락 두 개 합친 크기 만한 바퀴벌레가 돌아다니고, 화장실에도 역시 똑같은 사이즈의 바퀴벌레가 .................. 그 간 바퀴벌레 쯤이야 익숙해 졌어! 라고 생각했지만 , 차마 바퀴벌레가 있는 좁은 화장실에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샤워를 포기하고 누웠는데, 나란 인간의 몸은 어찌나 까탈스러운지... 씻지도 않고 자려니 잠은 오지 않고, 샤워라도 해야 하루 종일 걷고 돌아댕긴 피로가 가실터인데, 그래도 참고 잠을 자려니 뜬 눈으로 몇 시간을 보냈다. 결국 바퀴벌레 공포를 극복하고 샤워를 한 후에 잠을 청했다. 그리고 6시쯤 일어나 후다닥 여관 탈출. 푸라바야로..... 그리고 프로볼링고 행 버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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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색깔이 거뭇거뭇한 것이 내 상식으로는 썩 좋아보이는 것은 아닌데, 이런 생두를 팔고 있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하긴 하였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생두를 사서 볶아 먹는 것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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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가는 길 아이스크림 노점에 달라붙어 있던 소녀들.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얼굴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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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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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에만 약수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모스크 앞에도 절 약수터 같은 물 마시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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