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5/04 09:59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어제, 비교적(?) 운수가 나쁜 날이었다.

 

옮겨야 할 짐이 너무 많아서 간만에 차를 가지고 출근하다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주차타워의 기둥에 차를 박았다.

 

새로 지은 센터에 나갔더니만, 공간이 깨끗하기는 한데 검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요즈음 검진센터 리뉴얼 땜시 엄청 스트레스 받아하고 있는 성실한 행정 계장님이 이런저런 문제들을 이야기를 해주신다. 병원장님을 만나서 쇼부를 쳐야 하는 상황이다.

 

일을 하려고 책을 바리바리 들고 왔는데 인터넷이 안 된다. 연구실에 컴터가 아직 안 들어와서 노트북까지 들고 왔는데 인터넷이 안된다. 내 노트북에는 병원에서만 사용하는 보완프로그램도 따로 깔아야 한다는데 시간이 없다. 인터넷이 안 되니 싸들고 온 책이 완전 200% 짐짝으로만 보인다.

 

게다가 새로 지은 센터의 독한 유기용제 냄새 땜시 이번주 초부터 시작된 설사가 구토 증세를 동반하고 위장장애까지 일으켰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라면으로 대충 때웠더니 증상이 더 심각하다. 그 와중에 두 시간 교육하고 나니 정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휘청거리며 집으로 와서 따뜻한 대잎차를 마시면서 노트북을 켰다. 낮에 보고서 땜시 전화로 한참 이것저것 해달라던 스탭 선생님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고 표를 다시 만들었다. 데이터의 용량이 너무 커서 우질나게 안 돌아간다.

 

그 와중에 최고의 대박이자 어제 나의 심기를 가장 크게 건드린 것은 바로 하이닉스 건이었다. 조합원 총회가 끝났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서 농성중이라는 동지들도 있고, 하이닉스의 직권조인 소식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던 장투 사업장 동지들도 생각난다.

 

하이닉스의 직권조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파하며 술을 마신다. 애꿎은 속만 고생시킨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잘 나가는 회사여서 공장을 어디에 세울건가를 가지고 지자체들이 경쟁을 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정도였던 하이닉스가 100명도 안되는 사내하청 동지들이 고용 못한다는게 이해가 안 된다.

 

98년도 현대 자동차의 정리해고가 몇명을 해고하느냐 보다 해고를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했던 것처럼 하이닉스도 재고용을 하느냐 마느냐가 젤루 중요한 모양이다.

 

그들의 생존권을 일순간에 박탈해 놓고, 그들의 삶을 나락으로 밀어놓고 그저 돈으로 때우겠다는 하이닉스의 자본에 정말 화가 난다. 공장을 새로 짓는 다면서 그 동지들을 고용하지 못하겠다는 자본의 심사에 괜히 내 위장만 쓰리고 아프다. 하이닉스의 타결 가능성과 교섭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간간히 전해 들으면서 참으려고 했던 화남이 운수 나쁜날을 맞아 터져나온다. 괜히 내 속만 더 아프다.

 

두 끼를 굶고 나니 속은 좀 편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하이닉스 동지들은, 그들의 삶은 언제쯤 편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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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4 09:59 2007/05/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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