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10/15 16:35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이러고 있는 내가 나도 한심하다. 하이텍 지회장 언니는 송전탑 위로 기어이 올라갔고, 기륭 농성장은 침탈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가을을 타는지 살짝 우울했던 마음을 스커트를 입어 보는 걸로 풀어보려고 했었는데 하필이면 오늘이 지회장 언니가 올라가는 날이었고, 하필이면 학부 학생들한테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이런 저런 소식들을 보고, 사진을 보면서 서울도 아닌 대전에서 안절부절 하고 있는게 참 쓸쓸하다.

 

오늘이 마감인 리뷰 논문은 아직 시작도 못 했고 직장에서 이번 금요일 직원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인 교안이나 다음주 2박 3일 교안의 교안 작업도 이미 다 마감을 넘긴 일인데... 지역 사업 기획에 대한 고민들이 머리 속에 둥등, 하이텍 언니에 대한 고민이 둥둥, 청탁받은 원고에 대한 고민이 엮이지도 않고 깊어지지도 않고 그냥 둥둥 떠 다닌다.

 

마음이 잡히지가 않아 사진 정리를 해보지만 그래도 둥둥.

 

마흔을 앞둔 선배가 꼭 가보고 싶다하여 몇 달전부터 계획을 세웠던 지리산 종주. 할 일은 많지만 그냥 가자 싶었다. 땀도 흘리고 출렁이는 정서도 정리할 겸. 산장을 예약 못해 첫날은 연하천 취사장에서 불편하게 자고 둘째날은 장터목서 술마시고 대취.

 

밤차타고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대전서 새벽에 출발해 여유있게 연하천에서 하루 자고 장터목서 하루 자니 종주 하루만 지나면 쑤셔대던 무릎도 괜찮더라. 첫날 그 동안의 운동부족으로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해서 이러다가 이번 종주도 엄청 고생하겠구나 싶었는데 같이간 선후배를 앞서 보내고 차근차근 한발씩 바람 소리도 듣고, 숲에 쏟아지는 햇살도 받아보고, 차가워지는 공기를 폐속 깊이 넣으면서 천천히 가니 둘째날도 세째날도 무릎은 멀쩡했다. 부지런히 간다고 가봐야 1시간 차이인것을 그 동안은 왜 그렇게 무릎 아프게 산을 탔나 싶다.

 

일들도 밀려있고, 마음도 복잡하고, 머리 속이 둥둥 거리는 것이 가을 바람이 내 가슴 속으로 슬쩍 스며들어온 모양인데 산을 타던 마음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급하지 않게 해가면 되겠지 싶다. 그리고 천천히 느리지만 한발짝씩 확실하게 지역사업도 고민하고 할 일들도 고민하면 되지 싶다. 미안하고 한심스러운 나이지만, 그래도 무사히 내려오길 빌어주고 싶다.

 

하이텍 지회장 언니랑 같이 올라갔다는 콜텍 동지는 무사히 내려왔으면 좋겠고, 앞으로 날씨가 좀 덜 추웠으면 좋겠다. 그냥, 그렇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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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5 16:35 2008/10/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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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뚱띵이 2008/10/15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날은 연하천 취사장에서 불편하게 자고 둘째날은 장터목서 술마시고 대취" ㅎㅎㅎ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겠군요. 지리산 가고 싶지만 민폐만 끼칠까봐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해미님 덕에 롤라이35에 자꾸 눈길이 가는 중이지요. 필름카메라 들고 산에 가는게 왜이리 버거워졌는지...

  2. 해미 2008/10/16 0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간뚱띵이/ 다른 필카는 안 써봤지만, 롤라이35는 사진사의 실력을 300%쯤 상승시켜 주는 것 같아요. 작고 귀여운 것이 우찌나 기특한지..ㅋㅋ

  3. dh502 2008/10/16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터목 술먹으로 함 가자. 딴거하지말고 온리 주님만...

  4. 콩!!! 2008/10/16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 그렇게 하면 마음의 무릎도 쑤심없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거라 믿어. 둥둥 떠다니는 것들을 붙잡으려 손사래칠수록 더욱 둥둥거릴테니, 가만히 지켜보면 저절로 내려앉는 것들이 생기지 않겠수.

  5. 해미 2008/10/17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h/ 접수!
    콩/ 언니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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