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5/30 13:41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밀려있는 일들을 과감히 제끼고 이틀 내내 걍 행사장서 이런저런 얘기와 고민들을 설렁설렁 했다. 물론 오래간만에 만나는 이 바닥 사람들과 인사하고 안부 묻는 것도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덕분에 이번주 울산회의준비를 하려면 밤을 몇일 샐듯 하지만 나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나는 행사였다.

브로셔를 다 집에 두고 온지라 정확한 세션의 제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걍 떠오르는 단어와 인상이 남은 느낌들을 중심으로 '주관적'으로 재구성한다. 뭐... 정확한 기술을 위해 홈피를 찾아볼 수도 있겠으나 나한테 남아 있는 단상과 기억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싶어서 걍 떠오르는 데로 쓰기로 했다.

 

물론 당시의 벌어졌던 토론에 적극 참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내 소양과 역량은 너무 부족하고 고민도 얕다. 지금 이렇게 단상이라도 기억해두고 남겨놓아야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내가 까먹지 않고 꾸준하고 진중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거 같다.


1. 2-1부 ; '차이'의 정치학과 '적대'의 정치학 (토요일오후)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나로서는 좀 생소한 느낌이었다. 학교때 무쟈게도 학습을 안했던(물론 단대의 특성상 못 한것도 있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나두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이진경'이란 사람이 절케 생겼구나 생각하며 생각보다 젊으시다는 것에 살짝 놀랐다.

암튼... 최근 정치학및 사회학의 흐름이 전통적인 맑스의 '적대'적 정치학에서 벗어나 '차이'의 정치학을 이야기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논의들이 '차이'와 '다름' 그리고 '적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론 워~~낙에 아는게 없는지라 (자랑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ㅠㅠ) 정확하게 개념들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발제자들 사이에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약간씩 다른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에서 '다양성'에 대한 포괄과 관리를 하나의 기제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의 차이점 또는 균열점에 대한 고민 잠시 들었으나.... 낭중에 조금씩 읽어보면서 고민해보기로 미뤘다.



2. '빛나는 전망'+'사회주의정치연합' (토요일 오후)

강석재 선생님의 노동과정론 관련된 강의가 진행되었다. 최근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지식경영이나 인간경영 같은 것이 신자유주의 자본의 작업장 정치로서 어떻게 풀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였고 대략 끄덕끄덕 하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 들였다. 신병현 선생님은 노동과정 속에서의 작업장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얼마전에 읽은 '노동자 문화론'의 문제인식이 여전히 진행중이시라는 생각이 들게 하셨다.


두 강의 다 나에게 비교적 익숙한 내용이었다. 경영담론과 이어지는 원인분석과 성격규정이 아니라 (이건 이미 현장에서 더 잘 알고 있는 것임) 그것의 효과로 나타나는 구체적은 투쟁의 지점들을 찾을 수 있는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90년 초반 신경영전략 도입, 5년후 무쟁의 선언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더 와 닿는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왜 이런 발제문을 쓰지 못했냐는 동지의 지적에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남들이 공부한걸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며 정리했다. ㅡ.,ㅡ;:

 

다음은 사회주의정치연합(준)의 발제로 러시아공산당의 혁명과 유럽 혁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출이었다. 오세철 교수님의 발제 였으며 레닌에 대한 다른 시각의 평가와 현실로 이어지는 비판의 지점에서 학술적인 논쟁이 가능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닌의 저작과 판네쿡의 저작을 비교 분석하는 매우 치밀한 과정을 사정연에서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이번에 발표한 것이 었다. 이것 역시 워낙 소양이 짧은 데다가 발제문이 길어서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역시 다음에 차근차근 읽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도 봐서 고민하기로 미뤘다.



3. 맑스 너머?(일요일오전)

강수돌 선생님의 공동체운동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최근 노동자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생협에 대한 조직적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공동체 운동을 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학자로서의 강수돌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했다. 획기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며 노동조합도 지역 공동체 안에서 환경, 농업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의 발제였다. 강수돌 선생님이 생태주의자이고 자연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선생님이 바라보는 공동체는 현실로 부터 너무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공동체 운동의 의미와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런 운동을 하기 위한 조직과 결의의 길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붕 떠있는 섬 같은 공동체는 자족적인 모임을 뿐인 것이 아닌가 잠시 생각하였다. 의료생협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 상에서 한번 모셔셔 강의도 듣고 이야기도 해볼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내희 선생님의 좌파적 문화운동에 대한 것은 이데올로기로서의 문화에 대한 재강조였다. 아마도 문화운동 판에서는 맑스의 이데올로기로서의 문화에 대한 경향들이 탈각되고 있고 이런 것에 문제제기를 하신 것은 아닌가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작업장에서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 문화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드는 터라 많이 공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여전히 난감했다. 노동자들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이 이데올로기화 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 개입되는 노자간의 관계와 자본의 관리/착취 기제를 어떻게 밝혀내야 할지... 토론자였던 신병현 선생님과 강내희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었으나 내 고민의 모호함에 참았다.



4. 좌파정치운동 (일요일 오후)

남구현 선생님의 대중정치에 대한 발제가 있었고 이에 대해 박성인 소장이 토론을 하였다. 주된 문제인식은 경제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었고, 정리된 내용에 대한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박성인 동지의 첨언과 제안 정도로 정리되었다.

 

반면, 오세철 선생님의 좌파정치 15년에 대한 정리와 이에 대해 진보넷 이종회대표의 토론은 전날 사정연 세션에서의 침묵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15년간 11개의 정치조직을 거치셨다는 사실에 놀랐고, 금속 선거를 통해 노힘과의 단절과 함께 비판의 칼을 날카로이 세우고 계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현장파를 전부 아나코생디칼리스트로 정리해버리는 정치적 판단속에서 부르짖는 '사상투쟁'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특히 '혼자 남더라도 사상투쟁을 하겠다', '(사람이) 적은게 어쩌면 (사상투쟁하기에는) 더 좋을수도 있다'는 발언에서는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오세철 선생님에 비하면 난 내용도 없는 휴머니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역시 타고난 낙관으로 나중에 생각해보자고 정리했다.

 

결국 선배에 대한 예우와 학술대회라는 분위기상(난 그렇게 보였다. 내 눈이 이상한건가?)로 점잖게 얘기하던 이종회 동지는 '선생님이 얘기하시는 종파주의가 도대체 뭐냐?'라며 격양된 발언을 하였고, 이에 '반성 없이 미래없다'는 말로 오세철 교수님은 얼음으로 만든 칼로 좌중을 순식간에 정리하였다.가야할 지점과 방법의 교란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정치라는 것에 대한 나의 혐오 또는 무관심 증이 발현되려는 것을 억누르면서 '그래도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기'로 다짐했다. 



5. 에필로그

 

여전히 맑스가 희망이라는 것이 이번 꼬뮤날레의 주제였는데... (다 본것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한 몇몇에서는 별로 희망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학문적/정치적 세례가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해야 하는 일과 역할이 있고 그것의 의미 역시 충분히 소중하지만 희망은 오롯이 현장과 계급에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이래서 한 선배가 나보고 아나코생디칼리스트라구 한건가?)

금요일 울산 플랜트 집회에서 느낀 안타까움은 주말에도 계속 이어졌다. 안타까움의 범주와 차원은 다른것 같기는 하지만 어디서든 안타까움 속에 약간의 희망의 기운을 느끼기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희망은 누가 던져주는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과정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희망이 있을 거라는 낙관이 지금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희망이 혁명이던 해방이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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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0 13:41 2005/05/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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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맑스 코뮤날레, 부실한 학술행사

    Tracked from / 2005/05/31 16:47  삭제

    * 해미님의 [[맑스 코뮤날레] 단상 & 느낌] 에 관련된 글. 맑스 코뮤날레를 시작하던 해에는 소식만 전해듣고 가볼 수가 없었다. 작년 토론회 때 나름 흥미롭게 토론을 지켜봤던 경험이 있어

  2. Subject : 좌파 교수님들....

    Tracked from / 2005/06/01 10:15  삭제

    * 해미님의 [[맑스 코뮤날레] 단상 & 느낌] 에 관련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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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류 2005/05/31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굳이 정정하자면 오세철 선생의 마지막 일격은 "반성없인 미래없다"였네. 너무 세게 나오셔서 잊혀지지기 않는구먼. 허허.

  2. 해미 2005/05/31 1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류/ 글쿠나. 고쳐야겠군. 오세철 선생님이 얘기하시는 미래가 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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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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