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6/12 14:33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우발적 결정으로 토욜 저녁의 극장가를 것두 젤루 잘 나간다는 영화를 혼자 보았다. 쌍쌍으로 떼로 몰려있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 반주 삼아 마신 와인 몇잔의 취기가 오르는 통에 정신이 없었지만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보았다.

 

개봉전부터 눈이 빠지게 기다린 영화였다. '누나 나도 잘 해요'라고 질투는 나의 힘에서 이야기 하던 박해일과 올드보이의 엄마 같기도 하고 딸 같기도 한 강혜정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강혜정이 웃을때 감기는 눈과 선해보이는 입매가 이뿐 조승우랑 연애를 한다지 않는가? 정말 바라만 보구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커플이란 말이닷!)

 

박해일의 무채색의 느낌과 강혜정의 원색의 느낌이 만나는 영화라... 거기다 캐릭터는 정반대인 그런 영화... 3류 연애영화라구 해두 기꺼이 봤을 것이다. 박해일과 강혜정을 볼 수만 있다면야... 겉두 세트루. ㅋㅋ @-@

 

영화는 박해일이 정말 연기하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단순하면서 귀엽(?)기도 한 성폭력범 이유림과 어렵게 연 마음의 문을 자신의 의지로 던져 버리고 세상으로 나오는 최홍의 이야기이다.

 

물론 정치적으로야 박해일의 행위들은 스토킹과 성폭행이다. 근데 그 남자... 귀엽단 말이다. (귀엽다고 느껴지는 이런 느낌에 대한 황당함이라니... 정말 당황스러웠다.)

 

느끼하게 추근덕 거리는 것도 그렇구 그저 여자랑 한번 자보자고 하는 '좋아한다'는 말도 그렇고 (물론, 이것이 이후 진정성을 담은 것이 되는 듯 하기는 하지만... 물론, 그 진정성이라는 것도 사회적 관계속에서는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었지만..) 한번 자보겠다구 아둥 바둥 하는 그가 귀엽다.

 


 

 



사랑이 전부라 믿었던 순진했던 그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남성의 폭력에 의해 상처 받고 사회에서도 버림 받는다. 사회적 권력을 교묘하게 이용한 남성의 정치적 폭력은 그녀가 세상 뒤로 숨게 만들어 버린다.

 

너무나도 당연히 홍에게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감정이다. 남자들이 다 그렇듯 (영화보고 나오는데 뒤에서 나오던 많은 여자들이 '남자들은 정말 다 그래'라는 말을 하는 진기한 풍경이라니...) 유림 역시 그냥 한번 자 보자고 덤비는 놈일 뿐이다. 그래서 결혼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요한 유림에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면서 그녀는 변한다. 영화 초반부 거의 웃지도 않았던 홍은 웃기도 많이 웃고 걸음걸이도 가벼워진다. 하지만 결국 유림 역시 사회적 권력속에서 홍을 버린다.

 

다시 한번 상처를 받는가 싶었던 홍은 유림을 성폭력범으로 고발한다. 사랑에 대한 상실감에 두 눈에 눈물이 흐를지언정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학교를 나선다. (순간 확확 변해버리는 사람들의 집단적 여론과 행위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폭력적인지...)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연애를 시작한다. 유림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유림이라는 사랑을 만들고 찾아간다. 그녀가 유림한테 이야기하는 것은 미안함이 아니라 불면증이 없어졌다는 고마움이었다.

 

첫 눈 올때 까지만 자신의 감정에 유예기간을 달라던 유림은 첫눈이 오는 날 모텔을 나서면서 연애를 아니, 어쩌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거다. 유림은 이제 조금 철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유림을 철 들게 한 것은 홍이지만 홍의 감정을 어루만져 준것은 자기중심적이었던 유림이다.

 

유림의 성폭력에 해당하는 접근방식과 이에 대한 홍의 대응, 그리고 그들이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이 유쾌하면서도 긴장감이 있다. 술먹고 수다떨고 섹스하고 공감하는 현실의 '연애'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물론 성폭력과 연애 사이의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되진 않지만 왠지 또 그렇게 사는게 인생같다는 너그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유림과 홍이 진정한 사랑을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커플의 일상들이 우리들 속 어딘가에서 숨쉬고 있을거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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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2 14:33 2005/06/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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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연애의 목적_그것이 궁금하다

    Tracked from / 2005/06/28 15:06  삭제

    다수의 폭력을 깔고 있는 복선이라 생각되니 끔찍하군...쩝.. 한국인의 성에 대한 이중성 좋아하는 건지, 본능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질척거리는 남자. 이유림.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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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zrael 2005/06/12 1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영화가 보여주는 관점의 문제를 떠나서...
    유림이 너무 귀여웠어요..ㅋㅋ
    올바르냐 올바르지 않느냐는 문제는 뒤로 밀려날 정도로..^^;

  2. hi 2005/06/13 1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쒸... 영화 보지말아야겠당...

  3. 해미 2005/06/13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즈라앨, 행인/ 맞습니다. 박해일의 귀여움으로 올바르냐의 문제가 뒤로 밀려날 지경이 되기는 하지만 분명히 성폭력, 성추행, 스토킹을 사랑(또는 연애)라는 이름으로 용서해주려는 의도는 비판받아 마땅한 영화입니다. 사실... 내용상으로는 보지 말아 마땅한 영화이나... 박해일과 강혜정의 거부할수 없는 매력땜시.. ㅠㅠ

  4. 이슬이 2005/06/13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어제 여성 두 명이랑 이 영화봤는데여..불쾌해서가지고 셋이 계단에서 담배피며 씩씩댔잖수. 근데 난 홍이랑 유림이랑 섹스할 때 왜 유림이 얼굴이 보고싶었는지 몰라. 카메라는 계속 홍이 얼굴만 비치구...흥.

  5. 해미 2005/06/14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슬이/ 흠 글쿤여. 생각해보니 진짜 홍이 얼굴만 비춘거 같네. 갑자기 저두 보구 싶어지네요. ^^

  6. 야총 2005/09/19 0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보기엔 성폭력을 연애라는 이름으로 용서해주었다기 보다는 연애라고 하는 관계속에 성폭력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되네...
    그리고 홍이 유림을 성추행범으로 꼬질렀던 장면은 너무 인상적이었어...
    만약 그때 홍이 유림에 대한 감정때문에, 예전처럼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면 홍은 자신을 더 이상 지킬지 못했을 거고, 둘의 관계도 거기서 끝이 났겠지...
    자신을 지키는 것의 소중함...

  7. 해미 2005/09/20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총/ 흠... 글구 연애의 목적에 대한 형의 견해는... 전 좀 달라요. 일단 유림의 작태는 성폭력이 틀림없구요. 그후 연애 과정은 분리해서 생각해얄듯... 제 생각에 연애는 모든게 정리된 1년후부터에요. 그전은 성폭력이라고 생각함. 글구 홍은 적극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몰린 것일 뿐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 순간에 '나는 살아야 겠다'라는 보호의지 보다는 '너 너무 심한거 아니니?'라는 원망과 상실이 더 컸을 거에요. 뭐... 것두 기회가 되면 더 얘기해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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