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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허정ㆍ선광ㆍ석안ㆍ대안스님. |
16일째 단식을 이어온 허정스님, 14일째 단식을 한 선광ㆍ석안스님이 단식정진을 회향했다. 이로서 지난 8월 18일 명진스님을 필두로 효림ㆍ대안ㆍ용상스님으로 이어진 ‘적폐청산 릴레이 단식’은 43일의 대장정 끝에 9월 29일 마침표를 찍었다.
세 스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 회향을 최종 결정했다. 의료진을 비롯한 불자들의 단식 중단 요청이 이어진 점, 단식정진단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당국의 강제철거 조치에 따른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점, 장기간의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단이었다.
이에 현장에서 각종 봉사를 도맡아 온 현장실천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43일간 이어져 온 릴레이 단식정진을 매듭짓는 회향식을 봉행했다. 이날 스님들은 하나같이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 닦은 공덕을 남에게 돌린다는 뜻의 ‘회향(回向)’을 몸소 실천하려는 듯, 십 수 일간 여법하게 단식을 이어온 공을 주변 대중들에게 돌렸다.
허정스님은 “여러분과 함께해서 참 행복했다. 이런 분들이라면 앞으로 언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
허정스님은 “오늘의 회향에는 적폐청산을 위해 진행해 온 단식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는 전환점의 의미가 담겨있다”면서 “여기 계신 모든 분들, 특히 저희가 단식을 하는 동안 밤새 외호에 힘써준 봉사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동고동락하며 때론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이것이야 말로 마음을 닦는 수행의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선방이나 또 다른 그 어디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배우고 가르침을 많이 얻었다”고 밝힌 스님은 “여러분과 함께해서 참 행복했다. 이런 분들이라면 앞으로 언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선광스님은 “단식에 돌입할 무렵 발표된 비구니회 성명서를 보며 ‘우리의 단식이 참으로 외롭겠구나’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불교계 여성단체를 비롯한 여러 불자들께서 많은 호응과 관심, 도움을 주셔서 여기까지 왔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또 석안스님은 “일종의 숙제를 끝낸 가벼운 마음으로 회향한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편안하고 행복했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14일간 단식을 진행한 용주사 중진 비대위원장 대안스님은 “단식을 해보니 이때가 제일 고비다. 세 분 스님께서 애를 많이 써주셨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도록 응원하자”면서 “단식정진은 오늘부로 회향하지만 본래 입재와 회향은 경계가 없다. 우리의 적폐청산 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몇몇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
20여 명으로 시작한 회향식 인원은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달려온 불자들로 인해 식이 끝날 무렵 인원이 배로 늘어나 있었다. 스님들이 소감이 이어지는 동안 몇몇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해 수많은 요구를 이어왔다. 적폐가 청산되고 정법이 구현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더욱 힘을 내어 함께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처장은 “아울러 촛불법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스님들이 징계 위협을 당하고 있는데, 단 한명이라도 징계를 받는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43일 간의 릴레이 단식정진은 막을 내렸다. 허정스님과 선광ㆍ석안스님은 참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끌어안고 마주 손잡으며 격려했다. 장기간의 단식으로 전문 치료가 필요한 세 스님은 회향식이 끝난 뒤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후 현장실천단 봉사자들은 천막 세 동이 설치되어 있던 우정총국 앞 정진단을 자진 철거했다.
스님들은 참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끌어안고 마주 손잡으며 격려했다. |
회향식 사회를 맡은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
스님들은 참가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끌어안고 마주 손잡으며 격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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