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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MBC 방문진 별짓 다해... 공영방송 해법은 하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09/30 12:04
  • 수정일
    2017/09/30 12: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방문진 대담] 한상혁-이완기 전현직 방문진 이사가 말하는 공영방송 해법

17.09.29 21:10최종업데이트17.09.29 21:15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현 방문진 이사)와 한상혁 변호사(전 방문진 이사)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마포구 오마이뉴스에서 만나 MBC 총파업과 김장겸 사장 퇴진, 방통위의 MBC 파업 사태에 대해 개입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현 방문진 이사)와 한상혁 변호사(전 방문진 이사)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마포구 오마이뉴스에서 만나 MBC 총파업과 김장겸 사장 퇴진, 방통위의 MBC 파업 사태에 대해 개입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유성호


MBC 총파업이 한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총파업이 시작되면서 김장겸 MBC 사장의 고용노동부 출석, 유의선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구 여권 이사의 사퇴 등으로 빠르게 흐르던 파업 국면이 다소 주춤해진 모양새다. 여기에 방문진 이사를 임면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방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에서는 지난 26일 오후 구 야권 추천 방문진 이사인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현 방문진 이사)와 한상혁 변호사(전 방문진 이사)와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현재 총파업 국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이라는 파업의 소기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그 임명의 책임을 갖고 있는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방통위는 과연 MBC 사태에 개입을 해야 할지에 대해 묻고 답했다. (관련 기사: 이런 인사가 방문진에? 한 명만 더 사퇴하면 MBC 바뀐다)

"경영진이 물러나야 끝나는 싸움" 

- 일단 독자들이 가장 궁금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MBC 총파업 어떻게 풀릴 것 같나.

 
 한상혁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

한상혁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 유성호

한상혁 변호사(아래 '한'): 결과적으로 경영진이 물러나야 끝나는 싸움이지 않나. 그 전에는 끝날 것 같지 않고. 자의적으로 물러나든지 타의에 의해 물러나든지 가능성은 둘 중 하나지만 자의에 의해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 몇 분이 현행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이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이런 사람이 공영성·공정성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하는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할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방통위에서 해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 정상적인 법적 절차에 따라서 총파업 국면이 진행될 것이다. 총파업이 언제 끝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아래 '이'): 일단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진 파업이다. 우선 '공정방송을 하자'는 대의명분이 괜찮은 파업이다. 공정 방송을 위해 방송사 노조가 파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공정방송 조항'이 고등법원까지 와있고 국민들도 응원하고 있다. 또 파업의 성공 요건 중에 하나가 결속력인데 아시다시피 95%의 찬성률로 파업을 했지 않나. 조합원들의 결속력이 굉장히 단단하다. 파업의 당위성·정당성·대의명분이 맞기 때문에 세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노동조합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본다. 

물론 사장의 퇴진 자체가 이번 파업의 목표는 아니다. 공정방송을 하는 것이 파업의 목표인데 현재 김장겸 사장이 공정방송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에 사장 퇴진이 구체적인 파업 목표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사장이 퇴진하기 위해서는 검찰 조사, 근로 감독관의 판단도 있다. 법으로 판단하면 3심까지 가는데 시간도 오래 걸릴 거고 그때까지 파업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방문진이 파행 운영돼왔던 부분들이 실질적으로 나와 있으니까 방통위는 얼마든지 그런 결단을 할 수 있다 그런 판단이 되고 방문진의 이사분들이 교체가 되면 MBC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는 새 방문진이 판단할 수 있을 거다. 

 


- 방통위의 직접 개입을 두고 정치권의 개입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 

한: 특히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한 문제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치권력이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확고한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 공정방송이라는 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사회적인 여론을 반영해 비판적 기사도 쓸 수 있는 건데 MBC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경영진이 F를 선택하라고 강요를 하고 ABCD를 선택할 사람은 아예 업무에서 배제해버리는 상황이다. F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만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이 무슨 기능을 하겠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MBC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 자체를 상실한 상황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회사 분위기가 그렇다. 일단 정상으로 돌리고 나서 그 다음에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내부적 자율성 등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저널리즘 측면에서 지금 MBC의 방송 행태가 굉장히 비정상적이다. 진보-보수를 다 떠나서 특정 정파를 위한 방송이 돼버렸다. 그리고 그런 보도를 하기 위해 수많은 MBC 구성원들을 불법적으로 해고하고 징계하고 전보시키는 짓을 해왔다. 소송이 들어오면 질 줄 뻔히 알면서 무조건 걸고. 사실 MBC 재원이라는 건 국민 혈세나 마찬가지다. KBS처럼 수신료를 받진 않지만 MBC의 소유 구조로 봤을 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의 내적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가 생기고 난 뒤 30년 동안 끊임없이 치열한 파업을 하고 그러면서 만들어낸 '단체협약'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런 것도 다 무시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해왔던 부단한 노력을 전부 다 무력화시켜버린 것이다. 지금도 망가졌지만 계속 이 상태로 간다면 복구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거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중요한 아이템도 못 맡게 하고 리포트도 못 하게 하고 이런 행태들이 계속 돼왔다. MBC 같은 경우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이 구성원의 대다수인데 그들을 다 전보시키고 쫓아내고 경력사원을 수혈해 체질을 아예 바꿔버리려 하는 거 아닌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MBC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문진 구성이 빨리 바뀌어야 한다. 

한: 그래서 방통위는 개입을 해야 하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MBC 망가진다"

- 그렇다면 이런 국면에서 방문진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이: 1988년 특별법을 통해 만들어진 방문진은 사실 외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과거 방송사에 청와대 낙하산들이 사장으로 들어오는 그런 것들을 차단하고자 굉장히 좋은 취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상당히 잘 운영이 됐다. 그게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망가지기 시작했다. 프로그램까지 간섭하고 출연자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출연을 못 시키게 하고. 내부 직원들뿐만이 아니라 출연자들이나 작가들까지 자기 입맛에 안 맞는 사람들을 물갈이하는 걸 그냥 간과하고 있었다. 방문진 내에 소수 이사들이 이를 문제 제기하면 방해하고 MBC 경영진들을 비호하고 이런 행태를 계속 해왔다. MBC 특정 임원이 불법으로 조합원을 해고한다든지 청탁을 받아주거나 회사 기밀을 누설하면 그런 행위를 한 임원에 대해 방문진에서 문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그저 불문에 부쳤다. 

한: 내가 방문진 이사를 할 당시가 MB 정권 초기였는데 당시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들어왔다. 자기들이 문제라고 생각한 방송 내용을 '정리'하겠다거나 MBC 경영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와 처음부터 별 짓 다 했다. 당시 엄기영 사장을 물러나라 요구하고 여당 인사들의 입맛에 맞는 대책들을 계속 들고 왔다. 엄기영 사장 입장에서는 계속 버티다가 마지막에 경영진 임명권을 놓고 누구를 선임할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보직에 넣을 건지까지 간섭했다. 물론 MBC 임원 선임권은 방문진이 갖는 게 맞지만 이들이 경영진으로 들어오고 나서 어떤 역할과 보직을 맡을지는 대표이사가 결정할 사안인데 당시 대표이사였던 엄기영 사장의 의사를 무시하고 계속 강요를 하니 결과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MBC 장악이 완성됐다. 그때 들어온 사람이 김재철 사장이다. 그때부터 MBC가 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백 보 양보해서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한다든지 그런 일은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보더라도 조합원들을 현장에서 배제시키겠다는 탈법적인 상황까지 몰고 갔다. 예를 들어 이상호 기자의 경우 해고를 시켜 재판에서 이겨 복직을 하면 다시 징계를 한다. 다시 정직 6개월을 때리고 또 소송해 승소를 해서 복직을 하면 징계를 한다. 기자로서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모욕을 주었다. 단순히 방문진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문제가 아니라 방문진 이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의지를 MBC에 관철시킨 거다. 방문진은 현재 MBC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들이고 정리를 해야 한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을 할지, 사장 선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추후에 고민을 하더라도. 지금 방문진은 어찌 됐든 빨리 나가야 한다.

이: 특별한 목적을 갖고 들어와 사장을 좌지우지하면서 방송 프로그램이나 보도의 노선 등을 은연중에 만들어준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장을 뽑았고. 사장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임원으로서 도덕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짓들을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방문진이 나름대로 지적도 하고 사과를 받아내든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전부 막는다. 명색이 사장이라는 사람이 뒷문으로 달아나고 동행명령을 거부하는 데도 그냥 놔두는 거다. 도대체 이게 방송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동안 MBC가 쌓아왔던 신뢰나 건강성이 다 무너져버렸다. 방문진이 그렇게 만들었다.

 


- 정치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방문진의 여·야 추천 구도 자체가 문제고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하기에 존재 이유가 없다는 주장들도 있다. 방문진을 없애야 한다는 건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버렸다. 방문진은 정권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외압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상당 기간 성공적으로 수행이 돼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정치권의 권력을 잡은 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그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없앤다기보다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개편되게 하는 게 맞다.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언론장악방지법에 특별다수제도 있고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은 경영 상태만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임원 추천은 별도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구에서 하자는 논의들도 있다. 요체는 방문진 본래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MBC의 왜곡된 상황을 먼저 정리해 MBC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MBC를 만들어 놓고 제도적 문제는 추후에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 임명된 방문진 여권 이사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던 거고, 그 전에는 비교적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려 했다. 과거에는 여·야 이사 모두 있었지만 그때도 그렇게 충돌하고 싸우진 않았다.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구조였다는 거다. MB 정권 들어서면서 방송 장악을 위해 임명돼 들어온 사람들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고. 사람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제도의 문제인데 아까 한 변호사도 말씀하셨듯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다. 현재 방문진 이사는 법적으로 방통위가 추천하고 임명하게 돼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방통위가 이를 지금까지 여야 정치권에 맡겨버린 거다. 방문진 이사를 임명할 때는 정치적 균형도 맞춰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성 혹은 환경을 대표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내부에서 적절한 논의를 해서 인격과 품위를 갖춘 분들을 임명해야 하는 건데 이를 하지 않고 정치권 놀음으로 변질돼버린 것이다. 사실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정권의 성격 문제도 있는 거다.  

제도적 보완장치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예컨대 독일 ZDF처럼 77명의 이사를 선임하면 정치권의 입김이나 영향력이 지금보다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고 배심원 제도를 도입해 사장을 추천할 때 방문진 이사들의 역할을 제한하는 그런 안도 나온다.  

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방문진 구성이 세 번 바뀌었다. 분석을 해보면 재밌을 거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는 적어도 언론학자들도 있고 다양하게 구성이 돼있는데 그 다음 이사들을 보면 방송이나 언론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 빠지고 이념적 편향이 아주 뚜렷한 사람들만 남게 된다. 그 다음도 마찬가지고. 이것만 보더라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MBC를 잘 꾸리고 좋은 공영방송을 만들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 현재 방문진 다수 이사들 중에 3명이 한 특정 단체에 소속돼있다. 똑같은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이 방문진 이사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 신속하게 내야" 

- 방문진 이사들이 합리적 인사들로 채워진다면 MBC에 어떤 변화가 올까.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유성호

이: 우선 당장 좋은 인격과 품격을 갖추고 방송의 전문성을 가진 사장을 선임할 수가 있다. 사장이 바뀌면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좋은 인사들을 배치를 할 거 아니겠나.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이 좋아지고. 지금까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에 걸쳐 MBC의 시청률이 엄청나게 떨어졌다. 뉴스가 2%까지 떨어졌고 신뢰도와 경쟁력도 다 떨어졌다. 공영방송은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불편부당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해야 한다. 그런데 태극기 진영에서는 MBC를 제일 공정하다 본다고 고영주 이사장이 이야기한다는데 그게 어떻게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나. 특정 집단의 방송이지. 합리적인 인사들로 방문진이 구성된다면 그런 것부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한: 단기적으로 MBC를 정상화하는 역할을 하는 방문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제도 자체로서의 방문진은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

- 지난 8일 돌마고 집회 당시 유경근 위원장이 나와서 했던 말 기억하나. '사장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유가족을 두 번 죽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언론 학자들 사이에서도 언론 개혁 자체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분들이 계시더라. 사장이 바뀐다고 방송사가 바뀌고 공영방송이 이뤄질까. 

한: 핵심은 독립성과 자율성이라고 본다. 일선에서 뛰는 기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정보가 많고 보편적인 인식을 가진 집단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얻어진 정보들을 갖고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이런 역할을 하도록 둔다면 그 안에서 바람직한 방향이 전달될 수 있을 거라 본다. 다양한 시각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면 그 안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론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간섭하니까. 간섭을 하고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더 나아가 자기들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을 아예 빼버리고 그게 뭐냐. 언론 개혁의 요체는 어떤 제도를 택해야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을 해줄 수 있는지 찾는 것, 이게 핵심이다. 그런데 쉽지 않다.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 만들어진 방문진이 상황이 바뀌니 MBC를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았나. 어떤 제도가 가장 좋은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모든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이 제도가 공영방송의 내적 자율성과 정치권력의 독립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이: 유경근씨가 한 말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언론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줬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특히 MBC와 KBS가. 한이 맺혀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거다. 언론 개혁에는 독립성과 자율성도 중요하다. 그게 핵심이고 또 한 가지는 언론이 정부나 자본 권력을 견제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거다. 보수 언론과 비교해서 공영방송이 똑같거나 오히려 더 심하니 이렇게 돼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세상은 점점 다양한 사회로 가고 있고, 결국 언론 개혁은 이런 다양한 사회에 맞춰서 변화해야 하는 건데 계속 방해하고 막는 상황이지 않나. 

지금 한국 언론 지형은 지나치게 보수 일색으로 돼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오너가 있는 조선일보 같은 매체에는 정부가 개입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공영 매체들은 정부가 좋은 제도를 도입해서 불편부당한 매체로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이 그거 아닌가.  

- MBC 총파업이 한 달째가 돼가고 있다. 생각보다 양대 방송사 총파업이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한: 그렇다.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안 물러나고 버티니까. 방송 장악이니 언론 탄압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부류들이 있지 않나. 자기들이 한 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총파업을 지속적으로 방해를 하고 있는데 크게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 방통위도 공영방송사 구성원들과 국민들의 뜻을 잘 헤아려서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길 바란다.

이: 결국 방문진 이사 구성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고 방통위가 빠른 판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이게 얼마나 큰 손해인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인데. 과거 MB 정권에서 하듯이 하면 안 되겠지만.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한: 지난번 PD연합회 주최 토론회를 갔는데 한 MBC PD가 '어마어마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보고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앉아서 공영방송을 흔들고 있는 것이 내란 수준의 문제가 아닌가'란 이야기를 하더라. 그만큼 심각한 문제라는 거다. 대통령에게 빨간색으로 덧칠하려는 자가 공영방송의 '왕회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은 빨리 정리를 해야지 다음 발자국을 뗄 수가 있는 거지 그대로 두고서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한: MBC가 그동안 굉장히 어려웠지 않나. 노조가 파업을 하려면 동력이 있어야 한다. 굉장히 힘들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힘 있게 파업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가진 방송인으로서의 자부심까지 송두리째 빼앗기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 모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모두 봐왔지 않나. MBC가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애들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 다들 봐왔다. 당분간 무한도전을 못 보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모두 참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에 정상적으로 될 거다.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나중에 한 마디 할 수 있을 거다. '내가 그때 열심히 싸워서 MBC를 정상화시켰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면 대대손손 영광스러운 일 아니겠나. 그런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지금 MBC 파업은 대의명분과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한 열정·결속력 그리고 바깥의 여론 이 세 가지가 다 좋은 상황이다. 그것처럼 즐거운 파업이 어디 있겠나. 사실 방송쟁이들은 굉장히 마음의 갈등을 많이 느끼면서 파업을 한다. 자기가 만들던 프로그램에 손 놓고 내려올 때는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그런 거다. 하지만 정당성을 갖고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파업을 할 수 있을 거다. 많은 사람이 지지해주니 이건 '시간문제'라고 본다. 다만 파업을 하게 되면 하루하루를 끌어가는 시간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울 거다. 일을 하다가 집회 현장에 앉아서 팔뚝질도 해야 하고. 그렇지만 희망을 갖고 언젠가 좋은 성과를 갖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파업에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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