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통한 한반도 핵문제 해법 도출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가 났는지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무리수를 둔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북으로부터 내릴 불벼락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지 바로 다음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1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한반도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 휴가를 위해 플로리다주(州)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에 대해 아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불어 시리아,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대해 1시간 30분 동안 통화했다고 덧붙였는데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박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오히려 나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 해외 수출량을 최대로 늘리고 있고 만경봉호를 통한 관광과 물류 이송 사업을 재개하는 등 대북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압박 요청에 응했을 리가 없다.
오히려 그런 대북 압박이 북을 자극하여 더 강한 핵무장력 강화만 초래할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지적만 잔뜩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는 러시아가 대북 압박에만 나서주면 시리아나 우크라이나문제에서 러시아에게 통큰 양보를 하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와 미국은 돌아오기 어려운 강을 건넌 상태이다. 그것은 이달 초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러-미 정상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만 봐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대립각이 더욱 예리해지고 있으며 미국의 대러시아 적대시 정책에 반발하여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 500명을 추방하고 미국은 자국 주재 러시아 영사관 3곳이나 폐쇄했으며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러시아 국기까지 끌어내리는 등 양국관계는 쉽게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든 상태이다.
그 여파로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러-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본지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에게 북미대화를 중재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양국정상회담이 다낭에서 열릴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중재를 중국에 맡기기로 하는 바람에 러-미정상회담은 물건너 가게 된 것이다.
미국의 중재요청을 받은 중국 시진핑 주석은 쑹타오(송도)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특사로 평양에 보냈지만 신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초유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중국 주석의 특사가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도 못한 채 되돌아서야하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단단히 화가 났는지 너무 큰 무리수를 두었다. 바로 대북테러지원국 재지정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성을 차리고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는 사실상 북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이 없다.
그간 미국과 근복적인 적대관계를 풀고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이 두 달도 넘게 군사적 조치 단행을 중단하고 물밑접촉을 진행하여 그 합의를 공식화하기 위해 공개적인 협상 단계로 넘어가자고 했던 것 같은데 미국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란 충격적인 정치 외교적 선제타격을 가해왔으니 북으로서도 대응 타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만 북은 무서운 군사력 과시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와 미국의 지배세력들도 무리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런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물론 세계 누구나가 쑹타오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되돌아 선 것은 순전히 미국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잘라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다면 미국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편승하여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을 중재국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측면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이는 북이 충분히 아량으로 넘겨줄 수 있다고 보고 아무래도 사전에 통보받은 내용 중에 중국과 미국이 공히 요구해온 핵포기를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쌍중단이건 뭐건 결국 중국은 북의 핵을 모두 없애자는 목표를 한번도 접은 적이 없다.
하지만 북은 이미 구축한 핵무기는 전세계 군축을 통한 세계 비핵화 없이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어디 한두 번만 강조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자신들은 핵을 가지고 있으면서 궁극적으러 북의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으로 잡고 있다. 그러니 김정은 위원장은 아예 특사 접견을 거부함으로써 그 의지를 확고히 표명하려고 했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함께 어떤 재제를 가해와도 자력갱생으로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쑹타오가 왔던 기간 트랙터 공장, 자동차 공장을 현지지도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중공업도 얼마든지 자체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임과 동시에 자동차의 속도로 트랙터처럼 대미 압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북의 의도를 모를리 없는 트럼프는 핵포기를 끝까지 하지 않으려는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을 한 것인데 그로 인한 북의 무서운 보복타격이 다른 한 편 걱정되어 그걸 막아보고자 급히 푸틴 대통령 붙잡고 1시간 30분이라는 긴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21일 미국 국무부의 카티나 애덤스 동아태담당 대변인이 같은 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하였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20일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여전히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책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합니다...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목적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는 걸 김정은 정권에 이해시키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지난 16일 일정 조건을 제시하며 미북 간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의 국제정세전문가 중의 한 명인 미국 국무부의 대니얼 러셀 전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2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향후 대북 협상 때 지렛대(bargaining chip)로 활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지렛대가 되기는커녕 북대대결전 격화 불쏘시개가 될 우려가 훨씬 높다는 데 있다.
미국이 물밑접촉에서 뭔과 큰 것을 양보하지 않거나 물위에서 공개적 대북압박 행보를 강화해간다면 북미대결전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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