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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북한 사람 아닌 증거 너무나 많다”

[KAL858 30주기⑤] 김현희와 악연, 탈북민 홍강철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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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17: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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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29일은 대한항공(KAL) 858기가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채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사라진 지 30주기가 되는 날이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 테러범 김승일과 김현희가 기내에 폭발물을 두고 내려 공중폭파됐다고 발표했고, 범인 김현희는 울먹이며 범행을 자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비행기의 잔해나 실종자의 유품과 유해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제기됐고,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이 사건을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 이용한 ‘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압송된 김현희가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장면은 생생하게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김현희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제기와 진상규명 요구는 끊이지 않았고, 2001년 14주기 추모식 전후로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 돼 국정원발전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사건을 다루기도 했지만 김현희 조사조차 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촛불민심으로 앞당겨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오는 11월 29일 30주기를 맞아 진상규명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국정원이 부분공개한 ‘무지개 공작’의 전면 공개와 유일한 증인 김현희와의 면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2001년부터 이 사건의 의혹을 다뤄온 <통일뉴스>는 ‘KAL858기 사건 30주기’를 맞아 주요 관계자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30년을, 어떻게 그 세월을 넘어갔지 싶어요”
[KAL858 30주기①] 차옥정 ‘KAL858기 가족회’ 전 회장


“김현희, ‘17살 이전 탈북자’ 확신”
[KAL858 30주기②] ‘KAL858 시민대책위’ 신성국 신부

“결국 김현희의 귀가 결정타가 될 것”
[KAL858 30주기③] KAL858 의혹 불씨 던진 현준희


“어떤 운명의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
[KAL858 30주기④] KAL858기 사건 연구자 박강성주

 

   
▲ 북한 보위부 파견 간첩으로 몰려 징역을 살다 1.2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홍강철 씨가 23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김현희 씨는 북한 사람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현희 씨가 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는 증거가 너무나 많다. 그러니까 어느 것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나 많으니까. 내가 장담하는 것은 군사교육도 받지 않았고, 북한에서 어렸을 때 학생교육도 받아본 사람도 아니다. 당원도 아니다.”

북한에서 살다 2013년 남한으로 들어온 홍강철(45) 씨는 KAL858기 폭파범 김현희 씨가 북한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북에서 살아온 자신이 김현희 씨의 수기나 책을 읽어보고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 투성이라는 것.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한 커피숍에서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홍강철 씨는 남한에 발을 딛자마자 ‘북한 보위부 간첩’으로 몰려 허위자백을 강요받았지만 1,2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김현희는 ‘국정원 조작간첩’의 롤 모델

   
▲ 홍강철 씨는 국정원이 간첩혐의 조사과정에서 김현희 씨를 ‘롤 모델’로 제시했다고 증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이 과정에서 김현희 씨와 악연을 맺게 됐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조작 간첩’들이 국가정보부(국정원)의 ‘김현희 팔이’에 걸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희 씨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국내에 들어와 합동신문센터에서 만화로 김현희 씨를 접하게 된 그에게 국정원은 “김현희도 비행기 폭파시켜 115명을 죽이고도 국정원 직원과 결혼해서 딸까지 낳고 지금 잘 살고 있는데, 너는 왜 (간첩이라고) 인정 못하냐”고 몰아붙였고, 결국 “감옥도 안 보낸다니까 허위자백하게”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6개월, 교도소 6개월의 시간을 고스란히 견뎌낸 뒤 출옥하고서야 “김현희 때문에 피해입은 탈북자가 많다. 국정원의 롤모델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내가 김현희에 대해서 언젠가 한번은 밝혀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간첩죄로 복역하고 억울해서 재심을 받아보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오는 탈북자들을 만날 때마다 하나같이 “국정원이 김현희처럼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허위자백 했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왜 날 버리냐”고 하소연 하더라는 것이다.

‘왜 김현희 씨가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선 공작원 선발과정부터 잘못됐다”고 짚었다. 시군당 간부부 ‘5과’에서 중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직접 학교에 나와 선발하고 6학년 때까지 검열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현희 씨는 초고속으로 선발됐고, 외가 쪽에 월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밝혀졌다는데, 이는 북한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그는 “북한에서 여기로 치면 경찰, 보안원 한 명 신원조회하는 데도 최소 6개월은 걸린다. 사돈네 팔촌까지 다 캔다. 그런데 한달반 안에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다. 이건 북한 사람 누구나 아는 거다. 나만 아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작원 양성 초대소에 ‘무기고’도 없나?

선발된 뒤 명함 사진을 시내 사진관에서 찍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전문적으로 공작원을 선발해서 키우는 중앙당 조사부가 사진기 한 대 없어서 시내 사진관에 가서 찍겠느냐”고 고개를 저었고, “김현희 씨가 자기가 머물던 초대소의 구조에 대해서 쓴 글에 어느 초대소나 있는 무기고가 없다”고 짚었다.

   
▲ 김현희가 작성한 북한 룡성 40호 초대소 평면도. 그녀는 수많은 도면을 그렸고, 비치품 목록도 하나하나 꼼꼼히 기록해내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줬다. 무기고는 보이지 않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공작원들이 머무는 초대소에는 어느 곳이나 무기고가 필수적으로 구비돼 있고, 총탄류와 무기류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씨가 손으로 그린 초대소 건물 평면도 등에는 무기고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김현희 씨는 그런 무장을 가지고 있는 단위에서 생활을 못해 본 거다”고 단언했다.

홍 씨는 북한에서 군사학교와 유사한 고등물리전문학교를 2년간 다녔고, 군생활 3년 후 강건종합군관학교를 거쳐 중국 단둥과 마주한 곳에서 국경경비대 소대장으로 5년간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함북도당학교 제대군관반에 들어가 재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와 생산현장에서 ‘초급 지휘성원’으로 일해 북한 군사교육 등에 밝은 편이다.

예를 들어 “바레인에서 체포됐는데 눈을 떠보니까 검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기관단총을 45도 각도로 세우고 자기를 지키고 있었다고 썼다”며 “김현희 씨가 북한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기관단총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방 이후에 제일 먼저 만들어낸 총이 71연발 따발총 기관단총”이고 다른 종류의 기관단총은 자동총이라고 구별해 부를 정도로 “북한 사람들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기관단총조차 구분 못하는 김현희 씨에 대해 그는 “북한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또한 “김현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김일성종합대학에 가서 예과에 다녔다는데 나는 안 믿어진다”며 “예과라는 건 중학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군인, 노동자, 이런 사람들이 가서 기초교육을 다시 공부하는 곳”이라고 말하고 “예과에 입학하자마자 6개월간 교도대훈련을 갔다는데, 대학생 교도훈련은 대학 2학년 때 보낸다. 그건 북한 어느 대학이나 똑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화번호 5개 못 외워 수첩에 암호로 적어?

   
▲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 조사팀장인 서현우 작가와 김현희 씨 자필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는 홍강철 씨.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더구나 “조선노동당에 입당한다는 것 자체가 최대의 영예다. 그리고 그 당증 번호는 내가 정치적 생명을 받아안은 두 번째 이름이나 같은 거다”며 “당원이라면 생일은 까먹어도 당증 번호는 까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자신의 당증 번호를 단숨에 외워 제시했다. 김현희 씨는 조선로동당에 입당했다면서도 당증 번호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김 씨가 손으로 그린 당원증도 실제 당원증 모양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현희 씨의 압수된 수첩에 암호로 적힌 유럽지역 북한대사관 전화번호에 대해서도 “북한 대사관 전화번호들을 김현희 씨는 수첩에다 암호로 적더라. 전화번호 다섯 개인가 밖에 안 된다. 일반적인 사람들도 전화번호 열 개는 외우는데 공작원 교육을 7년 8개월 받았다는 그리고 머리가 그렇게 좋다는데 말이 안 된다. 증거를 남기는 거다”고 꼬집었다.

   
▲ 김현희 씨는 자필로 조선로동당에 입당했다고 밝혔지만 당증 번호는 제시하지 못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김현희로부터 압수한 수첩의 암호 내용. 왼쪽은 숫자를 이용, 오른쪽은 한자(漢字)에 방점을 찍어 내용을 은닉했다고 안기부는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주민 입장에서의 ‘상식적인’ 지적은 끝없이 이어졌다. 청년근위대의 박격포와 고사포 명칭, 김 씨가 걸었다는 배움의 천리길에 백두산이 포함된 점, 인분을 말려 바쳤다는 대목 등등... 더구나 공작원 교육과정에서 행군이나 격술훈련 과정 묘사 등은 ‘총참모부 훈련강령’에 전혀 맞지 않는가 하면, 금성정치군사대학에서 1년동안의 교육프로그램은 1년에 소화하기 불가능한 내용이라는 대목까지 짚었다.

그는 특히 “일본인화 교육을 일본에서 납치해온 리은혜 씨를 통해서 받았다고 하는데, 북한에 일본에서 살다 온 재일동포가 10만이 넘는다”며 자신이 만나본 재일동포 가정의 일본식 문화를 언급하며 “그런 사람들한테 배우지 않고 리은혜 같은 사람에게 배웠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김현희 씨는 정치술어를 잘 모른다”

   
▲ 인터뷰 내내 무겁던 그의 표정도 가족 이야기로 옮겨가자 환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나아가 그는 “김현희 씨는 정치술어를 잘 모른다”며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과 당의 유일적 지도‘체제’가 무엇인지 모른다. 체계와 체제가 뭔지 몰라 혼용해서 쓴다”는 점과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를 모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혁명사적지는 해방후 김일성이 다녀간 데고, 혁명전적지는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 때 싸운 곳이다. 그런데 왕재산 혁명전적지를 왕재산 혁명사적지를 다녀왔다고 말한다”며 “정치적인 개념이 완전히 제로다”라고 짚었다.

그는 KAL858기를 북한 공작원이 폭파시켰다는 이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에 대해서도 “북한에서는 남조선 인민들도 손잡고 조국통일을 같이 해나가야 할 혁명의 동반자라고 교육한다”며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죽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약 죽임으로 해서 북한이 얻을 이득이라는 게 하나도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북한에서는 ‘테러로는 나라를 구할 수 없다’ 역사에서 그렇게 배워준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 자체가 북한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 있기 때문에 뛰쳐나와서 좋지 않은 감정으로부터 북한을 비난하고 이런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건 틀리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김현희 씨가 하루빨리 테러범 딱지를 벗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수정,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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