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는 빵을 위해 싸운다. 그러나 우리는 장미를 위해서도 싸운다(...) 삶의 영광을 함께 누리자, 빵과 장미, 빵과 장미..."
인디 싱어송라이터 루시 다커스가 고요한 목소리로 축하송 '빵과 장미'를 부른다. 반주는 옴니코 (Omnichord)라는 소박한 악기다.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과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현장에서 불린 이 노래가, 21세기 한복판 뉴욕 시청 앞 제대로 된 정식 무대에서 울려 퍼진다.
빵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와 경제적 권리를 의미하고 장미는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말한다고 알고만 있던 그 '좌빨' 노래를 뉴욕의 시장 취임식에서 듣는 느낌은 비현실적이었다. 나도 이렇게 감동적인데, 평생을 '민주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버니 샌더스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다. 루시 다커스의 무대 뒤로 흰머리의 노정객 모습이 비친다. 두툼한 파카에 털장갑을 끼고 주최 측에서 나눠준 무릎 담요를 덮은 그는 미동도 없이 노래를 음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노래가 끝나고 오늘 가장 노인으로 보이는 84세 버니 샌더스가 소개됐다.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전광판 앞의 인파는 오늘 보여준 것 중에 가장 큰 환호와 박수로 그를 맞았다.
먼저 그는 조란 맘다니 선출로 미국과 전 세계에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영감을 준 뉴요커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급진적'이란 말의 뜻을 재정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저렴한 주택을 보장하는 건 결코 급진적이 아닙니다."
"진짜 급진적인 건 소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다수에게 삶의 기본적인 것조차 빼앗은 체제입니다."
추위로 목소리는 떨리고 기침으로 여러 번 연설이 끊겼다. 강추위 속 행사가 버거워 보이는 80대 할아버지지만 삶에서 우러나오는 연설에 사람들은 존경을 표했다.
"이 도시와 이 나라의 억만장자 계급이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극소수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나라여야 합니다."
그리고 버니 샌더스는 자신이 꿈꿔왔던 세상을 앞으로 실천해 나갈, 서른넷 새 뉴욕시장의 취임 선서를 주재했다. 맘다니의 할아버지가 쓰던 이슬람 경전, 쿠란에 손을 얹고 말이다.
공식 취임식이 있기 13시간 전인 1일 0시. 미들 맨해튼에 위치한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에서 요란한 볼드롭 행사와 불꽃놀이가 펼쳐졌던 그 시각에, 뉴요커들에게도 낯선 시청 지하의 폐쇄된 올드 시티 홀(Old City Hall)역에서 조촐한 비공개 취임식이 있었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1904년에 개통된 이 역은 당시 이민자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대중교통 시설이었다. 대중 인프라가 튼튼해진 바탕 위에서 뉴욕은 당시 최고의 도시였던 파리, 런던 등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즉, 지금 미국의 부와 명성의 바탕이 된 역사적인 장소다.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로 남을 것입니다. 이민자들이 세웠고 이민자들이 움직여 왔으며 오늘부터는 이민자가 이끌 것입니다."
선거 승리 직후 맘다니가 했던 위의 말이 생각나는 행보였다.
맘다니에게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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