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매가 이번 침공의 진짜 이유라고 믿기 어려운 이유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권교체를 노골적으로 추진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약 거래 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던 2000년대 초부터 정권 교체를 위해 쉬지 않고 움직여 왔다.
2001년 차베스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직후, 백악관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정권교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는 OPEC을 자극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린 차베스의 자원외교도 한몫 했다. 트럼프가 "국유화 과정에서 미국 기업이 입은 손실"이라 표현한 것은 2001년 11월 차베스가 선포한 탄화수소법을 말한다.
탄화수소법은 이미 국유화되어 있는 석유 산업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에게 30% 이상의 로열티를 부과하고, 외국 기업과 합작 시, 국영석유회사(PDVSA)가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한, 비교적 온건한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은 2001년 11월 국무부와 국방부, 국가안보국이 베네수엘라 합동회의를 가지고 "베네수엘라를 외교적 고립 상태에 몰아넣겠다"고 발표한 후, 상공회의소와 베네수엘라 노동조합총연맹(CTV), 군부와 민영방송, 야권이 총동원된 2002년 4월 11일 쿠데타를 은밀하게 준비했다.
미국은 쿠데타 직후 스스로 '새로운 대통령'임을 선언하며 차베스의 모든 개혁 조치와 국회와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해 모든 선출직 의원까지 해산과 해임을 명령한 상공회의소 의장 페드로 카르모나(Pedro Carmona)의 '새 정부'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유일하게 승인한 나라였다. 쿠데타는 대통령궁을 포위한 민중 저항과 대통령수비대의 역쿠데타로 3일 만에 종료됐지만, 당시 카르모나의 해산, 해임 문서에 지지 서명을 했던 사람 중에는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차도(Maria Corina Machado)도 있었다.
이후에도 베네수엘라는 2002년 12월 2일부터 2003년 2월까지 이어진 시장 철시, 2004년 8월 대통령 소환투표 등 지속적인 사회갈등을 겪어야 했고, 이 배후에는 어김없이 미국이 있었다. '부정선거 의혹'도 단골 소재다. 2004년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소환투표가 무산된 이후 베네수엘라 야권 연합은 전자투표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미국 역시 투표 결과 판단을 유보한다고 선언하며 맞장구를 쳤다. 지미 카터 미 전 대통령이 나서 투표소 150곳을 무작위로 추출해 수작업으로 재검해 부정이 없다고 확인하면서 논란이 종결됐지만, 선거가 끝나면 부정선거 레퍼토리는 항상 반복됐다.
정말 베네수엘라에서 선거 부정이 일상적으로 일어날까? 만일 그렇다면 차베스 사후 치러진 2015년 12월 6일 총선에서 집권당이 반차베스 정당의 연합체인 민주통합원탁회의(Mesa de la Unidad Democrática, MUD)에 대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999년 차베스 집권 이후 집권당의 첫 총선 패배였던 2015년 총선은 전체 167석 중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야권이 109석(65.29%)을 차지했고,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55석에 머물렀다.
그동안 미국은 CIA는 물론 '미국 국제노동단결센터'(ACILS, (American Centre for International Labour Solidarity), 민주주의진흥재단(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등 온갖 기관을 통해 베네수엘라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거나 각종 제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2020년에도 콜롬비아 준군사조직이나 용병업체를 활용해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와 미국 압송을 시도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매번 이유와 명분은 달랐지만,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일관된 정책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정권을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교체하는 것이었다. 마약 밀매 혐의는 이런 꾸준한 시도의 명분으로 선택된, 최신 버전일 뿐이다.
파탄 난 베네수엘라 경제, 미국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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