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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적폐청산 수사 제동]거침없던 6개월…고민 깊어진 ‘윤석열호’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입력 : 2017.11.26 22:49:02 수정 : 2017.11.26 22:54:46

 

ㆍ‘비리·적폐’ 피의자 석방·영장 기각에 잇단 소환 거부
ㆍMB·박근혜 정부 ‘국정원 수사’ 연내 종결 계획 차질
ㆍ정치권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 논의 본격화도 부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지난 6개월간 전·현 권력을 조준하며 거침없이 진행돼온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비리 의혹을 받는 여권 핵심 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이미 구속된 전 정부 인사들은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잇따라 석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사들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윤석열 지검장(57)이 주도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적폐청산 수사가 위기로 몰리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뇌물수수 등)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59)의 구속영장이 지난 2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이 현 청와대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한 첫번째 수사를 시작하며 결과가 주목됐던 사건이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정무수석직을 내놓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향후 수사에 타격을 받게 됐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강 수사 후 영장 재청구 방침을 공표했지만 전 전 수석은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여권에서는 전 전 수석 수사를 계기로 검찰을 향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수사가 한창일 때 ‘여야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전 전 수석 비리를 수사선상에 올렸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초반인 2003년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정치권이 검찰 수사에 휘둘리며 검찰개혁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연내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국군 사이버사령부 적폐수사를 종결짓겠다는 검찰 수뇌부의 계획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사이버사 댓글 공작을 지휘·감독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이 지난 22일과 24일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차례로 석방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김 전 장관 등을 풀어주면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못박았다. 이 수사의 최종 목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인데, 이들에 대한 범죄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는다면 이 전 대통령 수사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가 예정돼 있음에도 ‘혐의에 대해 다툼이 있다’는 취지로 석방한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67)에 이어 김 전 장관까지 구속될 때만 해도 이 전 대통령의 2012년 총·대선 개입 혐의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원 전 원장 역시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보다 앞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재판 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변창훈 검사(당시 국정원 파견)와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적폐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잇따라 검찰 소환을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입건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62)은 28일 예정된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는 협조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현역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특권이 인정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나와야만 체포가 가능하다. 

야권에서는 이우현·원유철 한국당 의원 등 다른 동료들을 향해서도 검찰 수사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현역 의원 체포 선례를 만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2012년 12월 경찰의 국정원 댓글 공작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수사정보를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고 있는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도 지난 25일 출석해달라는 검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서장의 소환 거부는 경찰 수뇌부의 재가 없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검경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여당은 당·정·청회의를 소집해 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 전략을 논의했다. 


야당에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여야는 각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에서 검찰개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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