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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멸종 동굴곰, 불곰 유전자 속에 살아있어

조홍섭 2018. 08. 29
조회수 2181 추천수 1
 
현생 불곰 게놈에 동굴곰 유전자 0.9∼2.4% 포함 확인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처럼 불곰과 동굴곰도 교잡 
 
Lajos Berde-2.jpg» 현생 불곰의 모습. 이 곰의 유전체 속에는 멸종한 선사시대 동굴곰의 유전자가 일부 들어있음이 밝혀졌다. 라요스 베르데 제공.
 
구석기인들은 종종 동굴에서 겨울잠을 자러 들어온 거대한 곰을 만나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불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덩치가 큰놈은 몸무게가 600㎏에 이르는 빙하기 동물 동굴곰이다.
 
불곰과 가까운 친척인 이 동굴곰은 스페인에서 이란 북부까지 유럽에 널리 분포했지만 2만4000년 전 멸종했다. 매머드, 검치호랑이 등 플라이스토세 거대동물과 운명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 선사시대 곰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굴곰은, 적어도 유전자 형태로 불곰 속에 살아남았다.
 
b1.jpg» 동굴곰 유골의 대규모 유적. 동굴곰은 동면 중에 죽어 오랜 기간 사체가 쌓여 루마니아의 한 동굴에서는 140마리의 골격이 발견되기도 했다. 안드레이 포스모사누 제공.
 
악셀 바를로프 독일 포츠담대 박사과정생 등 국제 연구진은 28일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에 실린 논문에서 멸종한 동굴곰과 불곰이 종의 차이를 넘어 교잡한 유전적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7만1000∼3만4000년 전에 살았던 동굴곰 4마리의 게놈과 현생 불곰, 반달곰, 북극곰, 자이언트판다 등의 게놈(유전체)을 비교한 결과 조사한 모든 불곰의 게놈에 동굴곰의 디엔에이(DNA)가 0.9∼2.4% 포함돼 있음을 발견했다.
 
b2.jpg» 동굴곰의 두개골을 조사하는 연구자. 안드레이 포스모사누 제공.
 
연구자들은 “고인류의 사례를 빼고 빙하기에 멸종한 종의 디엔에이를 현생 종에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아프리카인을 뺀 현생 인류의 게놈에서는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1.5∼4% 포함돼 있어, 두 인류 종의 교잡이 일어났음이 밝혀져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시베리아에 살던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일부도 티베트 등 아시아인의 게놈에 섞여 있다. 최근에는 네안데르탈인 여성과 데니소바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유전체가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생 인류와 멸종한 인류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동굴곰과 불곰 사이보다 훨씬 가깝다.
 
동굴곰은 주로 초식성이었으며, 동굴에서 다량의 뼈가 발굴되는 것에 비추어 동굴 속에서 겨울잠을 자다 그대로 죽는 개체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함께 주 서식지인 동굴을 사람에 빼앗겨 멸종했다는 복합가설이 나온다.
 
b3.jpg» 멸종한 동굴곰의 두개골. 그러나 유전자의 일부는 아직 살아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멸종은 흔히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만, 교잡을 통해 멸종한 생물 종의 유전자 풀의 일부가 현생 종의 게놈 속에 수만 년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xel Barlow et al, Partial genomic survival of cave bears in living brown bears, Nature Ecology & Evolution, DOI: 10.1038/s41559-018-0654-8,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18-0654-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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