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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협력, 서해와 동해를 주목하라

경공업서 중공업으로, 한차원 도약할 서해…김정은 위원장 의지 담긴 동해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발행 2018-09-25 09:51:37
수정 2018-09-25 1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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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하였다”

역사적인 9월평양공동선언 2조의 첫 문구다. 남북 경제협력 계획은 2조의 4개 항에 상세히 담겨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1항이다.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연내에 개최할 것을 명문화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협이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고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추진되는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2조 2항,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항목이다.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가정이 붙기는 했지만 남북, 북미 간 훈풍이 시작되고 제재가 조금이라도 풀리게 되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기점으로 하는 양대 ‘공동특구’는 남북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잠재력이 매우 큰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평양시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서해안산업‧물류‧교통 벨트’ 
경공업에서 중공업‧신사업으로 ‘질적변화’ 예상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운영 목표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신경제지도의 핵심 사업은 ‘3대 벨트’로 요약되는데,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 그리고 비무장지대(DMZ) 환경‧관광벨트다.  

그중 남북이 합의한 ‘서해경제공동특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적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1단계 서해공동특구가 경공업‧중소기업 중심이었다면 향후 2단계 공동특구는 중공업, 첨단산업 중심의 중견 대기업 중심의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는 남한의 수도권에서 시작해 북한의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잇는 구상이다. 남한의 첨단산업력과 북한의 산업입지, 노동력 등을 활용해 제조업 전진기지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의선과 같은 철도노선 등을 중국 대륙으로 이어 새로운 수출길을 열 ‘물류 벨트’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장 1단계에서 멈춰선 개성공단을 제2개성공단 등으로 확대하고 주거지역 등 배후 시설 등을 개발할 프로젝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이 경공업 중소기업 중심이었다면 2단계 부터는 중공업과 첨단산업 등으로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

중견 및 대기업이 중심이 되는 2단계 사업을 경제 특별 수행단과 북한 당국이 얼마나 논의했는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제인들의 복귀 이후 재계에는 개성2공단에 삼성이 생산 기점을 조성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과 LG는 이미 2007경부터 평양 인근에서 TV 등 가전제품을 생산한 전력도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한반도 신경제지도ⓒ제공 : 통일부

동해관광공동특구, 금강산 기점으로 원산‧마식령 이어지는 휴양‧관광단지 특화
올초부터 신경쓴 ‘특구’ 김정은 국무위원장 특명 ‘올해 안에 완공’

문재인 대통령이 신경제지도에서 구상한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는 남북이 함께 금강산에서부터 원산‧단천, 청진‧나선에 이르는 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한 뒤 한반도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물류밸트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원유개발과 한반도 공급, 북한 지하자원개발 등이 프로젝트의 주축이다. 여기에 금강산과 원산, 마식령 등 북한의 대표 휴양지와 남한의 고성 등을 잇는 관광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우리측 계획이다.  

당초 동해권 개발은 ‘자원’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9월평양공동선언에는 관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정상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을 1차 협력 대상으로 선정하고 금강산을 기점으로 인근 원산과 마식령 등 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산과 마식령을 ‘관광특구’화 해 종합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산은 송도원해수욕장과 명사십리 등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 휴양지다. 현대아산 역시 지난 2000년대 초반, 금강산과 원산, 남측 고성을 연결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구상한 바 있다.  

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올해에 군민이 힘을 합쳐 원산 갈마 해안광광지구 건설을 최단 기간내에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은 이 해안을 중심으로 휴양, 레저 복합단지, 테마‧워터파크, 고급 주택촌, 호텔 건설 및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마식령은 마식령 스키장을 중심으로 슬로프를 추가 건설하고, 눈썰매장, 호텔을 새로 짓는 등 ‘종합 스키레저타운’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당장은 ‘관광’을 중심으로 개발되지만 문 대통령의 구상에는 북한 단천의 광산지대와 청진의 태양광 풍력 신재생 에너지가 더욱 중요한 ‘전략 요충지’로 표기된다. 특히나 단천 인근의 광산지대는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다. 단천은 40여개 광산이 반경 100km 안에 밀집돼 있는 국제적 규모의 광산지대다. 2007년 광물자원공사가 투자환경 현지 실사를 벌인 곳이다. 당시 연‧아연광산, 대흥 마그네사이트광산, 룡양 마그네사이트광산을 현지 실사했다. 단천지구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36억톤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마그네사이트는 용광로 내화벽, 시멘트, 고무, 제지, 도자기 공업에 사용된다. 알루미늄보다 가벼워 마그네슘 합금은 우주항공에도 유용하다.  

남과 북 모두 이지역의 자원개발과 수송인프라 구축에는 장기적인 이해관계가 달려있다. 우리정부가 신북방정책차원에서 러시아와 공동으로 추진하려는 북극항로 개척 사업은 조선과 해운 업계가 바라는 바다. 나진‧하산프로젝트는 이미 남북러가 함께 추진하려다가 멈춰선 상황이다. 관광중심 개발이 끝나고 동해선 남북 철도 연결이 마무리 되는 시점이 되면 자원개발이 본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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