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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탄도미사일 실험' 예고…다시 고조되는 긴장

[기고] 미국, 살얼음판에 돌 던지지 말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02 오후 6:11:50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질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달 연기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실험을 이달 중 실시할 예정이라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보도한 것이다. <교도통신>은 미 국방부 관계자가 "이번 실험은 미사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닌 만큼 북한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3월에 B-52와 B-2 전폭기, 그리고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보내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ICBM 시험 발사까지 강행하면, 핵잠수함-전폭기-ICBM으로 구성된 전략 '핵 삼중점(nuclear triad)'을 모두 과시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2~4월 위기 국면을 딛고 냉각기를 거치려고 하는 한반도 정세에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언행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맞대응을 선택해온 북한이 미국의 희망처럼 "오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북한은 4월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는 잠시 연기하였다고 하나 그것도 5월에는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일단 두고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ICBM를 발사하면 북한도 유보했던 '무수단' 미사일 발사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2010년 10월 10일, 당시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탄도 미사일(IRBMs).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다. ⓒ연합뉴스


불안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미국의 ICBM 발사→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대북 대응→북한의 4차 핵실험→한반도 위기 다시 고조.

미국은 성능 확인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미국은 수없이 많은 시험 발사를 통해 '미니트맨-3' 450기를 실전 배치한 상황이다. 또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어 북한도 ICBM을 이용한 타격 대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미국은 당초 4월로 예정되었던 시험 발사를 연기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이번 ICBM 실험이 혹자들에 의해 우리가 북한과의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러한 오해와 조작을 피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ICBM 발사를 강행하려 한다. 북한이 그 사이에 미국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또한 북한이 미국의 ICBM 발사를 또 다른 도발적 언행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미국은 너무나도 잘 안다.

음모론적 해석일 수 있지만, 미국이 ICBM 발사를 강행하려고 하는 데에는 '숨은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한-미-일 3자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이를 위한 한일 군사정보호협정 체결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한 더없이 좋은 환경 조성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특히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이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서는 자신이 ICBM 발사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해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이 ICBM 발사를 강행해 또다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면 그 책임을 미국에 묻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또한 한-미-일 3자 MD와 한일 군사협정 체결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도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미국의 압력에 의해 박근혜 정부가 이를 추진했다가는 한국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여름에 치렀던 홍역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당연히 미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이미 충분히 공개적인 방식으로 근육질을 과시했다. 또다시 ICBM까지 동원해 근육질을 선보인다면, 이는 과유불급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하여 미국이 태평양 상공으로 보내야 하는 것은 ICBM이 아니다. 북한에 분명하면서도 조건 없는 대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미국 특사를 태운 비행기를 평양에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자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주변국들에 대한 배려이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도 가장 부합하는 방법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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