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전국 법관 대표회의는 ‘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결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명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해 출석한 법관 대표 105명 중 53명의 동의를 얻어 ‘탄핵 논의 촉구안’도 통과됐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의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11월 20일 주요 일간지 5곳은 모두 1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먼저 제목만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조선일보 동료 판사 탄핵 촉구한 판사들
동아일보 ‘사법농단 판사’ 탄핵 요구한 판사들
중앙일보 법관대표 105명, 초유의 현직 판사 탄핵 요구
한겨레 법관대표, “재판개입, 탄핵소추할 중대 헌법위반” 최초 결의
경향신문 사법농단 법관 ‘탄핵의 문’ 법관들이 열었다
조선일보는 ‘동료 판사 탄핵’을, 중앙일보는 ‘현직 판사 탄핵’을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사법농단’을 제목에 넣었고 한겨레는 ‘재판 개입은 탄핵 소추할 중대 헌법 위반’이라는 결의 내용을 짚었습니다.
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기사 일부에 ‘사법 농단’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라고 표현한 점이 눈에 띕니다.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법관대표회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내용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어느 법관이 탄핵 대상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탄핵 소추를 촉구하면서 대상을 정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적으며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누가 지적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또 법관대표회의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대표성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한 원로 헌법학자의 “사법부 일을 국회에 해결해달라고 한 꼴이다.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성을 자해하는 일이 벌어졌다”라는 말을 붙이며 기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중앙일보는 ‘법원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라는 말을 적으며 “일부 판사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우려인지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법원 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고 적으며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보수 신문으로 분류되는 조.중.동은 모두 탄핵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탄핵 촉구안을 냈지만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동아일보의 언급도 있었습니다. 또 법관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절차와 헌법재판소 절차까지 나열하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경향신문은 ‘법관회의는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의결에 법률적 효력은 없다. 선언문에는 국회에 직접적으로 탄핵소추를 요구한다고 명시돼 있지도 않다’고 적으며 역시 절차의 어려움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이어서 ‘판사 탄핵으로 반헌법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 일선 판사들의 집단 목소리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적으면서 사법농단 탄핵 소추의 가능성에 대해 예측했습니다.
한겨레는 법관회의 토론 과정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법관회의 안에서는 찬반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졌다고 한다’고 적으면서 법관회의 공보를 맡은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찬성 의견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고, 탄핵소추 절차를 촉구하지 않는 게 법관회의의 중요한 임무를 방기 하는 것이다. 탄핵 절차를 통해 법관들에 의해 자행된 반헌법적 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적었습니다.
반대로 “탄핵 소추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게 옳지 않다. 국회에 사법부가 탄핵 소추를 요구하는 게 부적절하다”라는 반대 의견도 함께 담았습니다.
사법 농단의 종착점이 될 수도 있는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이 과정에서도 신문의 성향에 따라 기사의 온도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1면보기]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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