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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홍보하고 유튜브로 비난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1/27 06:40
  • 수정일
    2019/01/27 06: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유승찬 스토리닷컴 대표 "유튜브는 소통"
2019.01.26 18:58:42
 

 

 

 

'여의도 정치가 유튜브로 옮겨 갔다'고들 한다. 자신을 '유튜버' 또는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하는 의원도 등장했다. 언론은 누구의 유튜브가 가장 '핫'하다며 순위를 매기고, 각각의 유튜브가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며 대결 구도를 만든다. 

유튜브로 간 정치, 정치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집에서 빅데이터 분석가인 유승찬 스토리닷컴 대표를 만나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유튜브를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의 관점이 아닌 홍보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도, 확장성을 가지기도 어렵다. 한계가 뚜렷하다." 

유 대표는 특히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같은 유명인사들이 자신을 홍보할 목적으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지언정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홍준표의 <홍카콜라TV>와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성격이 다르다. 유 대표는 "<홍카콜라TV>가 누군가를 배격하기 위한 채널이라면, <알릴레오>는 특정 정치세력을 비난하는 채널은 아니"라며 오히려 언론의 상업적·이념적 프레임에 "<알릴레오>가 잘못 인식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알릴레오>가 '유튜브 생태계'에 맞게 진화하려면, 정치·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영향력 있는 '유시민'이 유튜버가 되기 위해서는 그의 퍼스널리티가 부각된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관심이 유튜브라는 콘텐츠의 본질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외적 유명세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또 <알릴레오>의 구성이 기존 공중파 방송과 큰 차이가 없다며, 유튜브 속성에 맞는 창의성과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튜브 조회 수나 구독자 수가 아닌, 커뮤니티 구성과 유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유튜브, 홍보 수단 아냐 

유튜브는 그저 그런 홍보 수단이 아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窓)이자, 사회 문제를 제기하는 장(場)이다.  

유튜브 구독자 249만여 명을 거느린 크리에이터 '도티TV'의 퍼스널리티는 언어 사용이다. 비속어를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감정 표현도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2013년부터 5년간 매일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성실함까지. 도티는 자신이 크리에이터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크리에이터 중심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천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시 네이스탯(Casey Neistat)'은 폭설이 내린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는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회에 문제를 제기라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그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50달러를 내게 되자, 자전거 전용 도로에 놓인 장애물과 연이어 충돌하는 영상을 통해 '자전거 전용 도로에 장애물이 너무 많아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존 그린과 행크 그린 형제는 교육 콘텐츠 제작과 콘퍼런스 개최로 유튜브의 공공성을 극대화한 이들이다. 그린 형제는 인문·사회·과학을 넘나들며 유튜브를 '지식의 보고(寶庫)'로 만들고 있으며, 크리에이터와 미디어 종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비드콘(VidCon)'을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유튜브, 대명사 되다  

유승찬 대표는 "'유튜브'는 이제 모든 것의 대명사가 됐다"며 "유튜브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튜브는 '시간을 지배하는 플랫폼'이자, '직업을 창출하는 플랫폼'이자, '노동의 가치를 인정한 플랫폼'이라"는 것.  

따라서 "유명인사가 TV 토크쇼에 출연하듯 유튜브를 할 게 아니라, 모든 것의 대명사에 맞게 유튜브다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며 "단기간에 조회 수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잔 보이치 유튜브 CEO는 지난해 5월 유튜브 이용자는 18억 명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유튜브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셈이다. 이들이 하루에 유튜브로 소통하는 시간만 10억 시간이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도, 이용시간도 갈수록 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8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앱별 사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 앱의 월간순사용자수(MAU)는 3093만 명으로, 1인당 월 1077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외 카카오톡은 199억 분, 네이버는 136억 분, 페이스북은 40억 분, 다음은 32억분 순이었다. 
 

ⓒ연합뉴스


유 대표는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 유튜브를 잘 구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나친 정치·시사 편중을 경계하고, 보다 진보적인 관점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섭렵할 것을 권했다. △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굴러라 구르님' △ <껍데기는 가라>를 쓴 신동엽 시인의 시 세계를 1년 동안 탐구하는 '김형수의 문학난장' 등.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낸 '주요 OTT 서비스의 영상콘텐츠 제공현황 및 모니터링 정례화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의 정치·시사 분야 콘텐츠 비중은 36%였다. 유튜브 콘텐츠는 조회수, 조회수 성장률, 동영상 게시 기간 등이 반영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배열 및 추천된다.  

[굴러라 구르님] https://www.youtube.com·channel·UC12vNJwcWTzdHAknAPn7dUw

[김형수의 문학난장] https://www.youtube.com·channel·UCtRxs9D22MXhnkvkP1JqgRA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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