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남산 127배 ‘도시의 허파’ 사라진다

[도시의 허파가 사라진다①]남산 127배 ‘도시의 허파’ 사라진다

 

이종섭·백경열 기자 nomad@kyunghyang.com

인쇄 글자 작게 글자 크게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전국 도시공원 40%가 해당

벌써 도시공원 사유재산권 갈등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진입로에 토지주들이 쳐 놓은 철조망 옆으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내년 7월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전국 곳곳의 공원에서는 토지주들이 사유지를 표시해 시민들의 사용을 제한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벌써 도시공원 사유재산권 갈등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진입로에 토지주들이 쳐 놓은 철조망 옆으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내년 7월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전국 곳곳의 공원에서는 토지주들이 사유지를 표시해 시민들의 사용을 제한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사유지 출입 및 경작을 금합니다. 위반 시 민형사상 고발 조치합니다.”

지난 4일 대전 서구 월평공원의 한 등산로 입구에 ‘출입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아래로 둥글게 쳐져 있던 철조망은 한쪽으로 치워졌다. 주변에는 “대전시의 허파, 미세먼지 잡아주는 54년 토지사용료 내놔라”라고 적힌 팻말도 보였다. 

공원 부지 지정 이후 조성 안 해 
내년 지정 효력 사라져 개발 위기

지난 1월 월평공원 내 땅을 소유한 ‘월평공원지주협의회’가 등산로를 폐쇄하겠다며 설치해 놓은 것이다. 월평공원지주협의회는 “50년 넘게 행사하지 못한 사유재산권을 행사하겠다”며 모두 3곳의 등산로에 철조망 등을 설치했다. 지금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사라진 상태다. 등산로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오가는 주민들이 ‘매일 다니던 곳에 누가 철조망을 쳐 놨냐’며 치워버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전 월평공원은 1965년 건설부 고시에 의해 근린공원으로 결정된 곳이다. 전체 공원 면적이 약 4㎢로, 서울 여의도보다 크다.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대전의 중심 하천인 갑천과도 맞닿아 우수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십년간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해온 이곳에서 갑자기 토지주들이 사유재산권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올해 초 토지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는 단순한 항의 시위나 해프닝에 그쳤지만, 내년 7월 이후에는 전국 곳곳에서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전국 도시공원의 40%가량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시공원을 만들기 위한 부지로 정해 놓은 땅 923.86㎢ 중 367.77㎢가 20년 이상 공원 조성이 이뤄지지 않아 도시공원으로서의 결정 효력이 내년 7월부터 없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남산과 여의도 면적(각각 2.9㎢)의 127배 넓이가 되는 땅이다.

국민 1인당 공원 면적 8.8㎡ 불과 
실효로 축소 땐 ‘삶의 질’도 추락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뚝 떨어지게 된다. 2017년 현재 도시공원으로 결정된 부지를 기준으로 할 땐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17.8㎡이지만 실제 집행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8.8㎡에 불과하다. 장기 미집행 공원들이 일시에 해제될 경우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도시계획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스스로 내놓은 목표치에서도 한층 멀어지게 된다. 국토부는 일찌감치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서 2020년 1인당 도시공원 면적 목표를 12.5㎡로 제시했지만, 역설적으로 내년 7월 미집행 도시공원이 일시에 실효된다면 17개 시·도 중 목표를 충족하는 곳은 세종과 전남에 그치게 된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정해진 기준 면적(1인당 6㎡ 이상)에 미달하는 곳도 생긴다. 현재 조성된 공원 면적 기준으로 대구는 1인당 공원 면적이 4.8㎡, 제주도 4.9㎡에 불과하다. 광주는 6.1㎡로 겨우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부산도 6.6㎡까지 줄어든다. 1인당 도시공원 면적 8.8㎡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9㎡)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정부가 중요하게 관리하는 ‘국민 삶의 질 지표’에도 포함돼 있다.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1인당 도시공원 조성 면적은 ‘도시지역 인구 대비 도시공원 조성 면적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며, ‘도시공원 규모는 도시 환경의 쾌적한 정도를 나타내며, 시민의 휴양과 건강을 위한 생활공간으로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070600035&code=940100#csidx6c4c9cd4ac493849f160c61519ac24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