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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 달라진 ‘거야’...개혁 색채 키우는 민주당

조정식·추미애·정성호, 국회의장 후보군 앞다퉈 선명성 경쟁 “기계적 중립 말고 민심”, “차일피일 미룰 수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4.24. ⓒ뉴스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선명성 부각에 열중이다. 차기 원내대표, 국회의장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개혁 적임자를 자임한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권심판론’을 확인한 민주당은 그동안 여야 협상, 정부 설득 등을 이유로 주춤했던 개혁법안 처리에 지체없이 주도권을 잡겠다며 벼르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즉시 범야권 192석의 ‘입법 효능감’을 높이겠다는 태세다.

일찍이 선명성 경쟁을 시작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군은 24일 또 한 번 “개혁 국회를 이끌겠다”고 천명했다.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조정식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성호 의원 등은 입법부의 정부 견제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총선으로 6선에 오른 조정식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차기 국회의장의 주요 덕목으로 “개혁 국회를 만드는 것”과 “용산 권력에 맞서 입법부의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을 지목했다. 조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남발에 대해서 엄중 경고하고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을 겨눈 “정치검찰, 검찰 독재의 무차별 압수수색”을 비판하며 “야당 당선자들을 탄압하고 총선 민심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우려들이 있다. 만약 (22대 국회에서) 이런 시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고, 제가 국회의장이 되면 저를 밟고 넘어가야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한 민생이나 긴급한 현안들이 있을 때 여야 합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쭉 정쟁화되는 경우들이 많았다”며 “제가 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서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한을 통첩하고 여야 합의를 최대한 유도하되, 합의를 이룰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게 조 의원의 생각이다.

또 다른 6선 당선인 추미애 전 장관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기계적 중립, 협치가 아니라 민심을 보고 국민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며 “혁신 의장” 출사표를 던졌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22년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국민의힘의 의견을 반영해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사례를 언급, “검찰개혁의 힘을 빼고 주저앉혔다”고 짚었다. 그는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확 넣고 멈춰서, 죽도 밥도 아닌 정말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우를 범한 전례”라고 말했다.

5선 고지를 밟은 정성호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국회의 위상과 권위를 침해하는 행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꾸짖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거당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민복을 위해서 국회의장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결국 성과로 나타나야 된다. 아무런 입법의 성과가 없다면 국민들로부터 국회 자체가 비판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다수당에 속한 국회의장은 ‘당적 보유금지’ 국회법에 따라, 당선 뒤 소속 정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으며 쟁점 사안마다 중립을 지키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박병석·김진표 국회의장 체제를 겪으며 당내 호응이 높았던 쟁점 법안의 통과를 실기하거나, 지연한 경우가 잦았다. 특히 이태원 참사 특별법, 노란봉투법 논의에 있어 여야 합의를 중시한 김 의장의 ‘중재안 요구’는 법안 통과를 촉구한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빗발쳤던 부분이다.
 
왼쪽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병철 야당 간사, 김도읍 위원장, 정점식 여당 간사 (자료사진) ⓒ뉴시스

‘법사위원장 사수’ 나설 새 원내대표, 대여 투쟁력 강조

다음 달 3일 선출을 앞둔 원내대표 후보들 역시 대여 투쟁력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 주도권에 필수적인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을 모두 사수해야 한다는 요구는 당내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만큼, 신임 원내대표의 첫 과제로 제시된다.

오는 30일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도 ‘선명한 야당’에 있어 각 후보의 추진력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 21일 가장 먼저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최고위원의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안 재추진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 확보 ▲검찰·언론개혁 속도 등이다. 박 최고위원은 “일하면서 싸우는 민주당, 행동하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법사위원장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분위기는 180석을 거머쥔 4년 전 21대 총선 직후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민주당은 지도부 지침에 따라 선거 승리에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선례 등을 이유로 법사위원장직도 결국 국민의힘과 임기를 나누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중후반기 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며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거부권 정치’와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법사위 파행이 거듭됐다. 민주당에서 ‘국회 위상 복원’을 강조하는 이유와도 직결된다.

영수회담 앞둔 이재명, ‘국정기조 전환’ 의제 신경전

민주당은 남은 21대 국회 임기 동안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이를 22대 국회 개원 뒤 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조다. 지난 18일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한 차례 폐기된 양곡관리법을, 전날은 여당의 반대가 거센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을 각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결,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추진,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재추진 등도 시기를 엿보고 있다.

5월 두 차례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민주당은 연일 국민의힘의 협조를 압박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전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거나 본회의에 직회부된 주요 민생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준비하며 채상병 특검법 수용, 거부권 정치 사과, 민생회복지원금(국민 1인당 25만 원)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 정부의 국정 기조 전환을 강조한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특검법 통과시켜 반드시 진상 규명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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