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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환자는 의료진에 침 뱉고 폭행…친척에 “오지마” 경찰 신고도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입력 : 2020.01.29 06:00 수정 : 2020.01.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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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대혼란
진품 마스크 ‘10배 가격’ 폭리, 병원은 장비 부족 ‘아수라장’
SNS서 ‘쥐의 해’ 위기설까지
시진핑, WHO 수장에 “우리는 마귀를 숨길 수 없다”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이 28일 인민대회당에서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나 “전염병은 마귀이며, 우리는 마귀를 숨길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내 혼란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가짜 마스크, 가격 부풀리기 같은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우한에서는 의료진 폭행 사건까지 벌어졌다. 상호 불신감이 높아지면서 친척이 방문하지 못하게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8일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랴오닝성 둥강시의 한 남성은 약국의 마스크 가격 부풀리기를 두고 언쟁을 하다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약국에서는 평소보다 3배 정도 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팔고 있었다. 톈진에서는 12위안(약 2000원)짜리 N95 마스크를 128위안(약 2만1600원)에 판매하며 10배의 폭리를 취한 약국과 판매 직원이 적발됐다. 이 약국은 신종 코로나가 발생하자 마스크를 사재기해두고 고가에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7일에는 저장성 이우시에서 유명 마스크 제조업체인 3M의 가짜 마스크를 제조해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 등으로 판매한 6명이 검거됐다. 이들이 만든 가짜 마스크 10만개는 이미 유통됐다. 우한을 비롯해 주요 지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 간 전염이 확인되면서 친척들 간의 불신감까지 표출됐다. 춘제(중국 설) 전날인 24일 밤 베이징역 파출소는 난징(南京)에서 친척의 방문을 막아달라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베이징에 사는 친척에게 전염 우려가 있으니 오지 말라고 말렸지만 거절당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경찰은 역 대합실에서 대기하던 가족 3명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신종 코로나 환자 수용병원 긴급 건설 중국 당국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긴급히 수용하기 위한 응급병원을 짓고 있다. 우한 | AFP연합뉴스
후베이성 샹양(襄陽)시 거리에는 ‘새해 인사는 남을 해치는 것이고,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은 죽음을 보내는 것’이라고 쓴 붉은 현수막이 걸렸다. ‘집 안에 우한에서 온 사람이 있으니 왕래를 삼가자’는 현수막을 집 앞에 내건 사진도 소셜미디어 시나 웨이보에 올라와 있다.
우한에서는 의료진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우한의 한 환자가 마스크를 달라고 요청했다가 간호사가 체온 측정을 요구하자 간호사를 폭행한 것이다. 또 다른 환자는 신종 코로나로 확진받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의료진을 향해 침을 뱉었다. 우한 시내 병원들은 의료진과 장비 부족 등으로 밀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 의료진은 플라스틱을 오려서 고글로 만들어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우한은 지난 23일 시 전체가 봉쇄된 뒤 거리와 도로, 상가 등이 텅텅 빈 ‘유령도시’가 됐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자년(庚子年) 위기설’ ‘쥐의 해 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1900년 8국 연합군의 중국 침공, 1960년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대기근에 이어 2020년 경자년 신종 코로나가 퍼져 수천명이 감염됐다는 것이다. 1996년 대만해협 미사일 위기, 2003년 원촨 대지진 등 ‘쥐의 해’마다 어려움이 닥쳤다고 주장하는 글도 퍼지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90600045&code=970204#csidx93ac161403c86c28a48c016df1698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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