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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이 부끄러운 세상을 만들자”

  • 기자명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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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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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 아베규탄시민행동 ‘친일정치인 불매운동’ 선포

금요일 저녁, 젊은 청년들로 붐비는 신촌 연세대 앞 거리.
마이크를 통해 질문이 던져졌다.

∙ 자신이 생각하는 ‘친일정치인’이란?

“아베 생각을 미리 아는 듯이 먼저 대변해주는 정치인” (임진희, 노원구)
“아베가 좋아하는 말만 하는 정치인” (최연희, 영등포구)
“**특위는 국론분열, ‘우리 일본’이라고 말하는 정치인” (구현우, 경기 안성)
“NO아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무시하는 정치인” (강혜진, 노원)

∙ 친일정치인, 친일정당에 대한 생각을 다섯 글자로 적어본다면?

“그러고싶냐” (방슬기찬, 대학생)
“일본도움당” (이도천, 가전서비스 노동자)
“5월엔안봄” (권순규, 노원구)

4월15일 총선이 끝났을 때 21대 국회에서 “친일정치인은 안 보고 싶다”는 대답이다.
남양주에 산다는 박정옥 씨는 “조국의 적폐”라는 다섯 글자를 적었다. “1948년 제헌국회 때부터 쌓이고 쌓인 폐단을 우리가 청산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쓰레기통에 쳐넣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초콜릿을 주고 받는 발렌타인데이로 잘 알려진 2월14일. 몇 년 전부터 이날은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날로 그 의미가 확산되고 있다.

아베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은 14일 저녁 신촌 일대에서 ‘역사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친일청산’을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4월 총선에서 ‘친일정치인 불매 운동’을 선포했다.

“오죽하면 ‘총선은 한일전이다’, ‘국회를 국산화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겠는가”라는 사회자의 말처럼 총선을 앞두고 진보·시민단체 곳곳에서 ‘친일파 없는 국회 만들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행동은 이날 퍼포먼스에 앞서 21대 국회에 ‘친일청산 4대 입법’을 요구하고,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친일정치인을 심판·불매하겠다는 선언을 받았다. 4대 입법의 내용은 ▲친일망언 처벌 ▲친일파 재산환수 ▲친일파 국립묘지에서 이장 ▲친일파 훈장 서훈 취소이다.

이날 무대 옆엔 대형 ‘사발통문’이 등장했다. ‘사발통문’이란, 일반인에게 알리는 호소문이나 격문을 쓰고 나서, 주모자가 드러나지 않게 서명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사발 모양으로 둥글게 돌려가며 적은 통문이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사발통문 서명하며 선언에 동참했다. 사발통문의 한 구역에 자필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친일청산’을 요구하는 주민들 속에선 주모자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현장에서 받는 사발통문 중앙의 동그라미는 이름이 적히지 않은 빈 공간이다.

이날 퍼포먼스엔 50여 명의 시민이 참가해 발언, 춤, 공연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이며 “독립운동은 못 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의지를 모았다.

▲ ‘누가 친일정치인이냐’는 물음에 답하는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 [사진 : 함형재 현장기자]
▲ ‘누가 친일정치인이냐’는 물음에 답하는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 [사진 : 함형재 현장기자]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누가 친일정치인이냐’는 물음에 대답했다.
지난 여름, 주말동안 거르지 않고 진행된 ‘NO아베 촛불’의 사회자이기도 한 권 위원장은 “선언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누가 친일정치인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면서 “친일파의 행적을 감추는 대가로 부와 명예를 쌓은 자, 친일청산법 제정을 반대하는 자, 국민들의 반일행동을 무시하는 자, 친일의 역사를 부정하고 강제동원·‘위안부’피해자 분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자들이 바로 ‘친일정치인’이라고 대답해 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힘찬 박수로 동의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그들은 다시 누군가가 ‘친일청산’의 목소리를 높이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자신의 기득권이 뺏기게 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하고 있다”면서 “올해 총선에서 친일파 없는 국회를 만들어 우리 국민이 원하는 친일청산, 친일청산 입법 등에 대한 국회의 답을 듣자”고 외쳤다.

조영수 언론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친일파의 뒷배, 친일파를 친일파 아닌 사람으로 만드는 언론”에 대해 지적했다. 조 실장은 올해 창간 100주년이 되는 조선·동아일보를 지칭하며 “친일미화, 친일 언론의 거짓과 왜곡을 청산하기 위해 조선일보(3월5일), 동아일보(4월1일) 창간일 전후해 광화문에서 조선·동아일보 청산 촛불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100년이 됐으니 이제 폐간할 때도 됐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올해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선언운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은 “여의도(국회) 재개발의 의미를 담았다”면서 ‘사랑의 재개발’이라는 노래에 맞춰 공연을 선보였다. 청년겨레하나 회원들은 ‘이 땅의 주인은 우리’라는 노래 공연을 펼쳤다.

퍼포먼스를 마친 참가자들은 “친일이 부끄러운 세상을 만들자”, “4.15 친일정치인 심판하자”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연세대 앞길을 행진하며 ‘친일파 없는 국회 만들기’ ‘친일정치인 불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행동이 이렇게 열린 공간에서 ‘친일정치인 불매운동’을 선포한 이유는 총선까지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 불매운동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미이다.

시민행동은 ‘친일정치인 불매운동’ 홈페이지(http://nojapan415.com)를 열어 언제 어디서든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에서도 ‘불매운동 선언’에 참여할 수 있다. 시민행동은 이 선언을 모아 오는 3월1일 독립문 앞에서 ‘친일정치인 불매 1만인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2월14일 기준 4천 6백여 명의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또, 21대 총선 후보들에게 ‘친일청산 4대 입법’, ‘한국사회 친일청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를 전달하고 그 답변과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국민검증도 진행할 예정이다.

▲ 사진 : 함형재 현장기자
▲ 사진 : 함형재 현장기자
▲ 사진 : 함형재 현장기자
▲ 사진 : 함형재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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