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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재계·지방정부 이어 노동계도 가세

세상이 멈추면, 비정규 노동자도 멈춘다
 
2020.03.10 15:52:56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지역인 서울 은평구에서 일하는 학습지 교사 K씨는 3월 한 달 간 회원 53%가 수업을 중지했다. 학습지 교사 수입은 회원 수수료로 정해진다. 학습지 교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휴업수당 지급 대상도 아니다.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던 K씨의 수입도 반 토막이 났다.

 

쥬얼리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J씨는 일하는 날을 이틀 줄여 주 3일 일하기로 했다. 회사 매출이 줄며 강제휴직에 들어간 셈이다. 소득도 그만큼 줄었다. J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변에는 사업주로부터 '실업급여를 받게 해줄테니 그만 두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아예 휴업 혹은 폐업하는 공장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약 계층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재난생계소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재난기본소득 주장에 가세했다. 앞서 김경수, 박원순, 이재명 등 지방자치단체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의장, 이재웅 쏘카 대표 등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지자체, 재계,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며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코로나로 죽는 것보다 굶어죽는 게 더 빠르겠다" 

 

민주노총은 1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지원, 세제지원 위주의 추경 대책만으로는 취약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이고 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생계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지금은 저임금 노동자,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의 생계비를 직접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이 코로나19 특별요구안 및 대정부 교섭 제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민주노총의 재난생계소득 지급 주장 바탕에는 코로나19 피해가 취약계층 노동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번지는 현실이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제조업 사업장, 건설현장, 학교 비정규직, 공항 하청업체 및 면세점, 항공업체, 호텔, 의료원 등에서 무급휴직 및 휴가, 연차 강제 소진, 계약해지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매출 및 영업 축소 혹은 '방역상 필요' 등에 의한 것이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방학 중 비근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해당 기간을 무임금으로 버텨야 한다. 계약 건수가 그대로 수입으로 연결되는 학습지 교사도 소득에 직격탄을 맞았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노동자들도 고통 분담에 대한 고심이 깊지만 고통 분담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방과 후 교사나 학습지 교사들 사이에서는 코로나로 죽는 것보다 굶어죽는 게 더 빠르겠다는 탄식이 나온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재난생계소득 이외에도 △ 비정규직 노동자, 의료기관 노동자에게 마스크 지급 △ 과중한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의료 현장 및 공공기관에 인력 증원 등을 기업과 정부에 요구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협의체 가동도 제안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있지만 (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오히려 현장 노동자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정부와 경영계, 노동자가 참여하는 코로나19비상협의회를 만들면 응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노사정이 함께 3월 24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재난기본소득 실제로 지급될 수 있을까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약 계층과 경제 전반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한시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다. 지자체, 재계, 노동계 등 각계각층에서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금액이나 지급 범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금액은 50 ~ 100만 원 사이가 주로 거론된다. 지급 범위는 △모든 국민 △ 중위소득 100% 이하(박원순 서울시장) △ 대구 경북 지역(심상정 정의당 대표) △ 연말 정산으로 고소득자 지급분 환수(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는 10일 취약계층에 50만 원을 지급하는 형태로 '전주형 기본소득'을 시행하기로 했다. 

 

실제로 국가적인 차원의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될지는 미지수다.

 

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는 10일 "제안이 나온 취지는 이해하지만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이번 추경에 이 논의를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전 국민 50만원 지급' 제안이 있자 "재난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0일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포퓰리즘의 전형"이며 "총선용 현금살포"라고 비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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