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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합류로 급물살 탄 비례연합정당, 진보·원외정당의 4당 4색 움직임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03-13 19:19:12
수정 2020-03-13 19: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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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3.13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3.13ⓒ정의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전당원투표를 거쳐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진보·원외 정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 취지에 맞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 순번 앞번호를 소수정당에 양보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명분과 실리를 두고 고심이 깊어진 모습이다.

당초 비례연합정당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진보·원외 정당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하는 꼼수를 저지하기 위해 비슷한 꼼수로 맞대응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례연합정당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정치 상황이 변하면서 각 당의 입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불가' 여전히 확고한 정의당

정의당 심상정 대표. 자료사진.
정의당 심상정 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물론, 당 전국위원들도 만장일치로 비례용 연합정당에는 불참한다는 의사를 확인한 바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 왔던 정의당이 애초의 개혁 취지를 왜곡하는 비례용 위성정당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당원들은 당이 너무 서둘러 입장을 정한 게 아니냐며 지금이라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입장은 일관되게 참여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도 심상정 대표는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신을 찾은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비례연합정당 불참 입장을) 재론할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다.

심 대표는 "연동형비례대표제 개혁이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번 21대 총선이 결국에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간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어 정의당에게도 큰 시련이 될 것 같다"며 "정의당은 정의당의 이름이 21대 총선 투표용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굳건하게 정치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고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이 전했다.

정의당 이정미 선거대책위원장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비례위성정당 꼼수 논란에 정의당이 알리바이가 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중하게 논의 시작한 민중당

민중당 선거대책위원회. 자료사진.
민중당 선거대책위원회.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민중당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전날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다만 첫 논의였던 만큼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 당 지도부가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중당은 내주 중 선대위 회의를 다시 열고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에 대한 집중토론을 거쳐 결론을 낼 예정이다.

당내에는 다양한 의견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비례연합정당 합류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지만, 실리를 생각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중당 신창현 대변인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단순한 찬반 의견도 있고, 정세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견도 있다"며 "다음 주 중에는 다 정리가 될 것 같다. 계속 시간을 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지금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의견수렴 중인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당원 투표 부치고, 적극 의견 수렴 나선 녹색당

녹색당 고은영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자료사진.
녹색당 고은영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자료사진.ⓒ뉴시스

녹색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묻는 당원 총투표를 실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투표는 13일 오전 9시부터 14일 자정까지 실시되며, 투표 결과는 이르면 오는 15일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녹색당은 선거법 개정을 계기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원내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면서 선거 준비에 차질이 생겼고 또다시 원외 정당에 머무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비례연합정당 논의에 참여해 녹색당 국회의원을 한 명이라도 탄생시켜야만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당원 총투표까지 실시하게 됐다.

다만 투표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녹색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체 당권자의 과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고, 또 투표에 참여한 당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될 수 있다. 다른 정당보다 투표 기준이 높은 탓에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녹색당 내 '찬성파'들은 비례연합정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공학적인 논의가 아닌 가치 중심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은영 공동선대본부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녹색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 가치 연대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키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는 정치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국회 안에서 그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고, 반드시 (녹색당 후보가) 이번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비례연합정당 참여' 입장 정한 미래당

미래당은 지난 6일 국회 정문 앞에서 '미래당 21대 총선 선거연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래당은 지난 6일 국회 정문 앞에서 '미래당 21대 총선 선거연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news1

청년 정당을 표방하는 미래당은 가장 먼저 비례연합정당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당은 지난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수용하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정치개혁연합(가칭) 참여를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하루 전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당 안팎의 여론을 지켜보며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미래당은 13일 "시민사회가 길을 열어주셨으니 이제는 청년 정당 미래당이, 청년 정치인들이 앞장서겠다"며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미래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명분에 대해 "탄핵 세력의 부활과 개혁 무용론을 용인할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라며 "3분의 1이 조금 넘는 의석만으로 20대 국회를 만신창이로 만든 정치 세력이 만약 21대 국회에서 복수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회와 개혁에 대한 사망 선고와 같을 것이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 길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거제도 개혁에 힘을 보탰던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합당하면서 탄생한 민생당은 당 입장을 하나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생당 내 중진인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김정화 공동대표는 비례연합정당 참여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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