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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돈 풀기’ 나선 세계 중앙은행들

미 연준 ‘0% 금리·양적완화’ 발표하자, 한국은행 기준금리 0.75%+유동성 개입력 확대…주요국 달러 통화스와프 공고히

홍민철·장윤서 기자
발행 2020-03-16 19:22:19
수정 2020-03-16 19: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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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에 흔들리는 금융시장에 돈을 더 많이 쏟아붓는다. 5년여 만에, 미국이 양적완화를 재개한다. 우리 돈 852조원으로 파격적 규모다. 3차 양적완화 규모를 넘어선다.

일본은 자국 주가지수 연계펀드 매입 규모를 130조원까지 늘렸다. 기업 어음·회사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0%대 자금을 공급한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0%대로 인하하고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 여지를 대폭 확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제공 =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양적완화 실시와 기준금리 0%를 전격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다.

기준금리는 0.00~0.25%로 인하했고 향후 수개월 동안 7천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한다. 5천억달러로 국채를 사들이고, 나머지 2천억 달러로 금융기관이 가진 부동산담보부 증권을 매입한다. 시장에 풀린 채권을 대폭 사들여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한다. 연준은 “코로나바이러스로 글로벌 금융 여건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일본이 나섰다. 이미 -0.1%인 기준금리는 어쩔 수 없이 동결했지만 양적완화 규모를 대폭 늘렸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2010년부터 자국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지속 매입해 왔다. 매입 규모는 매년 6조엔, 우리 돈으로 70조원에 달했다. 이번 조치에서 규모를 두 배 늘려 138조원까지 끌어올렸다.

기업 어음과 회사채 매입 규모도 기존에 비해 확대하고, 매출 감소 기업에 민간 금융사가 대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공급 루트를 만들어 0%대 자금을 공급한다. 유럽은행은 이미 3일 전, 유사한 조치를 내놨다. 0% 기준금리를 더 조정하지 않는 대신 회원국들에 장기 대출제도를 도입하고 다양한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규모를 162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75%로 낮췄다. 사상 첫 0%대 금리다. 정책대출로 볼 수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는 이보다 낮은 0.25%로 끌어 내렸다. 중소기업이나 창업·일자리 대출용으로 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리는 돈의 금리를 더 낮춘 것이다. 자금이 보다 신속하게 위기 기업에 전달 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려는 조치다.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한다. 한국은행은 국채나 통화안정채권을 공개시장에서 사거나 팔아 통화량을 조절해왔다. 이렇게 한국은행이 사거나 팔 수 있는 채권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은행법에 의한 은행 발행 채권,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 농·수협이 발행하는 농업·수산금융채권을 추가로 살 수 있게 했다. 채권 종류를 넓혀 유동성 공급 총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내달 1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제공 : 뉴시스
미국 기준금리 추이
미국 기준금리 추이ⓒ제공 : 뉴시스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 스와프 협력 체계 강화
한국 외환 시장 4년여 만에 최고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동맥경화를 막기 위한 통화 스와프 연결고리도 다졌다. 달러 대출 금리를 낮추고 기한을 연장했다.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캐나다중앙은행, 영국중앙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 6개국 중앙은행은 기존 달러 스와프 협정을 통해 전 세계 달러 유동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기존 1주일 단위인 스와프 거래에 84일 만기 거래를 추가 제공한다.

달러 유동성에 지장이 발생할 여지를 낮추려는 시도다. 달러가 부족하면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달러 자금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가격과 만기 혜택을 적절한 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G20 등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국은 달러 통화스와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상이 아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집단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시 당사국이었다.

최근 한국 외환시장은 달러 강세가 꾸준히 지속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6.7원 오른 달러당 1,226.0원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2016년 3월 2일(1,227.5원)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바탕으로 한다. 자칫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 총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여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적 불황이란 케이크가 90% 이상 구워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 단계에서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할 수 없다. 지난번 전망(2.1%)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충격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고 우려했다.

세계통화기금이 정의하는 세계 경기침체는 연 성장률이 2.5%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보통 세계 경제 성장률은 3.5~4%가량을 기록하는데 이보다 1.5%p 이상 떨어지면 ‘경기침체’로 보는 것이다.

홍민철·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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