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 상서

‘어용신문’이 쪽 팔린다더니 ‘검용신문’은 그리 좋은가?
 
강기석 | 2020-03-16 14:02:0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기자는 특종(요즘은 ‘단독’이라 한다더만)을 위해 죽어라 뛰지만 남이 죽어라 뛰어서 얻어낸 특종은 별 거 아닌 걸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신문이 나올 때가 되면 같은 출입처의 다른 경쟁사 기자가 혹시 나 물 먹이는 무슨 특종을 내지는 않았을까 조마조마하다가 정작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만한 기사가 나와도 겉으로는 호걸처럼 허~허 웃으며 “어~ 그거 별 거 아니여~” 하기 일쑤다.

▲MBC ‘스트레이트’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장모가 관련된 사건을 추적한 ‘검사와 장모’ 속편(저녁 8시55분)을 방송한다.

오늘 저녁 MBC가 윤석열(과 그 가족) 검찰청장에 얽힌 사기 의혹사건에 관한 특종 2탄을 날린다고 한다. 뉴스타파와 MBC가 연일 윤석열 일가의 ‘파렴치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데 다른 모든 언론들은 굳게 침묵하고 있는데 대해 비판의 소리가 드높다. 검찰청 출입기자들의 그런 호걸풍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대형 의혹사건이 터질 경우 취재 기자가 아무리 “별 거 아녀~” 시치미 떼려 해도 회사 데스크로부터 “너 이XX! 뭐 하고 있는 거냐!”는 불호령이 떨어져 마지못해 후속 취재에 뛰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윤 청장 의혹 건에는 전혀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갑자기 호걸이 된 검찰청 출입기자들 때문만은 아닌가 보다. 아예 모든 언론사가 윤석열 일가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취재해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가? 만일 뉴스타파나 MBC 보도가 맞다면 조폭을 능가하는 검사동일체라는 철혈 조직논리로 똘똘 뭉친 무소불위의 막강한 검찰권력이 한 소속 검사 가족의 사기극을 덮고, 오히려 그 사기 피해자를 핍박하는데 총동원됐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인데 이것이 과연 전 언론이 묵살할 만큼 사소한 이야기인가. 단순한 사기사건이 아니라 그걸 덮는데 검찰이 동원됐다는 이런 엄청난 공권력 남용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최소한 맞나, 틀리나에 대해 확인은 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그 해당 검사가 검찰의 수장 자리에 올라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는데 말이다.

혹시 다른 언론사가 특종한 것을 뒤치다꺼리하는 것 같아 쪽 팔려서 인가? 70년 대 초반 미국이 승산없는 월남전을 지속하면서 얼마나 국민을 속이고 있는지를 폭로하며 닉슨 행정부에 치명타를 먹인 ‘펜타곤 페이퍼’를 특종한 것은 원래 뉴욕타임스였다. 닉슨 행정부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자마자 즉각 1심 법원으로부터 국가기밀서류의 공표를 금지시키는 임시명령을 얻어냈다. 이 문서가 계속 보도된다면 미국의 안보이익에 ‘치명적이며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것을 깬 것이 뉴욕타임스의 경쟁사인 워싱턴 포스트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을 중심으로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부터 일선 취재기자까지 똘똘 뭉쳐 후속보도에 나섬으로써 결국 미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언론의 자유가 정부가 주장하는 국익에 우선한다는 역사적 판결을 끌어냈던 것이다. (여기서 ‘언론자유’란 허접쓰레기 칼럼을 실어놓고 왜 시비냐고 우겨댈 때 들이대는 그 언론자유가 아니다!)

피가 끓지 않는가, ‘언론자유’를 사랑하는 언론계의 젊은 벗들! 이미 수구권력과 한 몸이 된 수구언론 말고 한겨레, 경향 등 이른바 진보 언론에 몸담고 있는 젊은 기자들, KBS YTN 연합뉴스 서울신문 등 공영언론에 몸 담고 있는 젊은 기자들 말이다.

특히 관심법이 뛰어난 경향신문 검찰 출입 유XX 기자님.
당신이 그토록 애써서 “대통령에 대한 충심 그대로”라는 속마음까지 알아내 단독 보도한 검찰청장 이야기 아닌가. 그 정도 열의와 검찰 인맥과 취재 실력이라면 윤 청장이 과연 검사 선후배들에게 “우리 장모님 잘 봐 달라”며 어떤 청탁 혹은 압박을 했는지(혹은 안 했는지) 얼마든지 취재가 가능할 법 하다.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 분은 워낙 과묵하고 마땅히 해야 할 정의로운 말만 하는 분이니 주변의 온갖 측근들 다 동원해서 기어이 그 분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않았나. 왜 지금의 그 분 심경은 보도하지 않나.

한겨레신문의 젊은 벗들,
검찰 출입 선배기자 칼럼 하나를 싣지 않았다고 “편집국장 물러나라~”고 성명서까지 발표했던 그대들 아닌가. 그토록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고 싶어 하는 그대들, 왜 특별취재팀을 구성해서 저 악취 진동하는 살아있는 검찰권력과는 싸우지 않는가.

‘어용신문’이 쪽 팔린다더니
‘검용신문’은 그리 좋은가?

※어용신문(御用新聞)=권력에 빌붙는 신문
※검용신문(檢用新聞)=검찰에 빌붙는 신문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36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