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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나자 말 바꾸는 통합당, 긴급재난지원금 추경마저 발목 잡나

통합당 내부서도 입장 엇갈린 채 우왕좌왕…의총에서는 당 진로 논의만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04-20 18:06:08
수정 2020-04-20 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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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21대 총선 패배 후 당수습 방안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4.20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21대 총선 패배 후 당수습 방안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4.20ⓒ정의철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국회 논의가 20일 본격 시작된 가운데 미래통합당의 내부 기류 변화로 여야 협상이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총선 국면에서는 여당뿐 아니라 통합당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는 방안에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더니,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반대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계속되는 입장 번복에 실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늦어도 5월 초 지급돼야' 속도전 나선 민주당
총선 중에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던 통합당
선거 끝나자마자 모른 체?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4.20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4.20ⓒ정의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 중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킨 뒤 늦어도 5월 초에는 국민들에게 지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비상대책인 만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지급해야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이러한 '속도전'에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는 이미 여야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총선 과정에서는 통합당도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당초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힐 때만 하더라도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다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전 국민적인 지지가 이어지자 황교안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야당 대표까지 나서 '전 국민' 지급을 언급하자 여당도 정부가 당초 밝힌 지급 범위(소득 하위 70%)를 확대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총선 후 통합당의 입장이 또다시 바뀌고 있다. 당장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자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전 국민 지급' 주장이 힘을 잃는 분위기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0일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더욱이 김 의장은 추경안을 심사하게 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국회에서의 추경 논의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상당한 소비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100만원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진행될지도 모르는데 국가재정을 대폭 흔드는 방식의, 국채 발행을 통한 지원금 지급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소득 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올해 예산의 조정과 기금 재원의 활용 등을 통해 소요되는 예산을 충당하겠다는 내용이다. 김 의장의 이러한 발언은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받아들이지만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데에는 반대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역시 총선 국면에서 황 전 대표가 밝혀왔던 입장과도 상충하는 주장이라 '공약 번복'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참패 후 사실상 당 지도부 전멸
의총서는 긴급재난지원금 논의 않고 당 진로 공방만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총선 패배 이후 당 수습방안을 논의하고자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2020.04.20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총선 패배 이후 당 수습방안을 논의하고자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2020.04.20ⓒ정의철 기자

다만 통합당에서도 총선 과정 중 약속한 대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게나마 나오고 있다.

당 중진 중 한 명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저는 진작부터 국민들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만 있다고 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자는 여당의 입장과 유사하다"며 "야당이 과거의 발목 잡는 식으로 반대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정책이나 정치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 여당이 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협력해주는 그런 달라지는 야당의 모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참패해 사실상 지도부가 공백 상태라는 점도 추경 협상의 걸림돌 중 하나다. 황 전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다가 그 뒤를 이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다.

통합당 내부의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날 추경안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통합당 의원총회에서는 당 진로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공방이 이뤄졌을 뿐 긴급재난지원금은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자 "국채 발행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아직 논의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오늘은 당 진로 관련한 것만 논의했고,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선 여야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 입장은 지금 수정안을 낼 수 없는 것"이라며 "이제 국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다. 국회의 시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가 입장을 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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