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5
1. AI 혁명의 인류 문명사적 위치 
2. 인간과 AI의 공통점과 차이점
3. 빅테크의 세계 지배 : 기술 봉건주의와 데이터 농노
4. AI 기본사회를 위한 진보의 과제

▲ 서울 서울 송파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출입구에 걸려있는 인공지능기본법 지원데스크 현판. 2026.01.22. ⓒ뉴시스
▲ 서울 서울 송파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출입구에 걸려있는 인공지능기본법 지원데스크 현판. 2026.01.22. ⓒ뉴시스

 1. AI 혁명의 인류 문명사적 위치 

 

인류는 자연을 지배하고 사회를 개조하며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인간은 도구와 기계를 통해 자연을 정복하는 한편, 시민혁명과 민족해방혁명을 통해 착취사회를 개조해 왔다. 과거 노예, 소작인, 무권리 노동자에 불과했던 인간은 투쟁을 통해 신분제를 타파하고 식민지에서 벗어났다. 나아가 독재 정권에 맞서 노동권, 선거권, 사회보장, 민주주의 등 기본권을 쟁취함으로써 세계의 주인이자 개조자로서의 지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 농업혁명 : 자연에 의존하던 수렵·채집 단계를 넘어 태양에너지, 토지, 인간 및 동물의 근력을 조직화하여 식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 산업혁명 :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기계 에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육체노동의 물리적 한계를 수천 배로 확장하고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 AI 혁명 : 과거 인간의 전유물이었던 지적 판단과 추론 능력을 기계에 이식했다. 이로써 육체노동의 자동화를 넘어 정보 처리, 의사결정, 창작 영역까지 기계가 담당하게 되었다.

종합하면, AI는 자연의 더욱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시장·경제구조·국가운영 등 사회구조 개조에 기여하며, 나아가 사고방식·의사결정·노동방식의 변화를 통한 인간개조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농업·산업·AI 혁명 비교
▲ 농업·산업·AI 혁명 비교

 2. 인간과 AI의 공통점과 차이점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지능 시스템이며, 인간은 의식을 바탕으로 목적을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 공통점: 학습하고 추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 차이점: 인간은 의식, 감정, 가치판단, 책임감을 지니지만, AI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계산과 예측을 수행함

그러나 AI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차이는 아래와 같이 점차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1) 창의성

일각에서는 인간과 AI의 차이를 창의성에서 찾지만, 인간 역시 경험과 학습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상상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새로운 발명과 창작도 기존 요소들의 재조합 및 확장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의 모든 자료를 학습할 수 있는 AI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과 매우 유사한 수준의 창의적 생성물을 내놓게 될 것이다.

2) 현실 세계의 직접 경험

AI는 신체가 없기 때문에 인간처럼 현실 세계와 직접 부딪히며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텍스트화된 경험만 학습한다는 한계가 있으나, 이는 향후 피지컬 AI가 보급되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다.

3) 학습 및 기억 구조

인간의 지능은 실시간 경험을 통해 뇌 신경망 구조와 판단 능력을 즉시 재구성한다. 반면 AI는 세션 단절로 인한 지식 휘발성과 소모적인 재학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는 지속 학습(Continual Learning)과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아키텍처의 발전은 AI가 대화 데이터를 실시간 지식 체계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주기적인 모델 재설계 없이도 경험이 지능 구조를 직접 재구성하는 ‘인간적 성찰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4) 인간의 정체성인 인생관·가치관

인간의 정체성은 삶의 경험 속에서 축적된 인생관과 가치관에 뿌리를 둔다. 반면 현재의 AI는 자기의식이 없고 주어진 목적대로 작동하므로 삶과 죽음, 위험에 직면하는 ‘실존적 이해관계’가 없다.

하지만 AI 설계에서 “이타심을 가지고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보상 함수를 강화하고, 이순신이나 안중근 같은 인물의 데이터로 학습시킨다면 AI 역시 훌륭한 위인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 AI 의료진이 밤을 새워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사회 범죄에 맞서 공동체를 지킨다면, 그 사회적 가치는 인간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피로, 사리사욕, 감정에 흔들리기 쉬운 인간과 달리 잘 설계된 AI는 변함없이 공공선을 위해 행동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는 ‘인간이 가진 훌륭한 가치관을 가장 완벽하게 실행하는 최고의 수행자(Agent)’로서 인간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역할 분담을 하게 될 것이다.

 3. 빅테크의 세계 지배 : 기술 봉건주의와 데이터 농노 

만약 AI가 앞서 언급한 위인들의 가치관을 따르도록 설계되지 않고, 빅테크의 이윤 창출용이나 전쟁 무기용으로 개발된다면 AI는 빅테크 제국의 식민지를 확대하고, 디지털 봉건 사회를 형성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1)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빅테크 권력

AI가 인류의 지적·합리적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설계하는 소수 빅테크 기업이 사상과 가치의 중재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 독점은 AI 알고리즘을 통한 여론 조작으로 이어지며, 사회를 ‘AI를 쥔 자’와 ‘AI의 통제를 받는 자’로 분열시키는 디지털 봉건 사회로 후퇴시키고 있다.

• 여론 통제와 정보 왜곡 : 빅테크의 AI 알고리즘은 사용자별로 다르게 편향된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 AI가 추천하는 정보에만 노출된 대중은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치적 견해, 기업에 불리한 정보, 사회적 비판 등이 은밀히 숨겨지며 여론이 통제될 수 있다.

• 새로운 계급 구조의 출현 : AI 접근성과 데이터 주권에 따라 계급이 세분화된다.

① 최상위 계급(알고리즘 설계자) : AI의 규칙을 제정하고 데이터를 독점하여 가치를 수탈한다.

② 중간 계급(알고리즘 활용자) : 유료 서비스와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높은 생산성을 향유한다.

③ 알고리즘 피지배층(디지털 소작농) : ‘AI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배달 라이더’, ‘AI 평가 점수로 해고와 고과가 결정되는 노동자’,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며 데이터를 무상으로 수탈당하는 일반 대중’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국가 기능이 외주화되면서 빅테크의 권력은 더욱 강화된다. 국방, 행정, 국경 감시, 감염병 예측, 사이버 보안 등 국가의 핵심 기능을 빅테크에 외주화할 경우, 안보와 행정 시스템 전체가 빅테크의 AI 및 클라우드에 예속된다. 결국 미래의 권력은 정치인이나 전통적 자본가에서 ‘AI 모델과 데이터를 소유한 세력’에게로 이동하게 된다.

 

2) 범용 AI로 승자독식 시장을 구축한 빅테크

AI 모델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고정비가 들지만, 완성된 모델은 수십억 명이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기술을 독점한 빅테크는 초기 투자 비용만 감내하면, 이후 극단적인 부의 쏠림을 누리게 된다. 따라서 엄청난 부와 권력이 주어질 AI 시장 독점을 위해 아래와 같이 승자독식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여 천문학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초대형 자본 투입] ─► [데이터·알고리즘 독점] ─► [플랫폼 장악 및 생태계 확장]

① 초대형 연산 인프라 투입 : 수십만 개의 최첨단 반도체(GPU/NPU), 초대형 데이터센터(대구시가 사용하는 전력량 필요), 원자력 발전소급의 전력을 투입한다. 훈련에만 수조~수십조 원이 소요되므로 극소수 빅테크 외에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② 데이터 및 알고리즘 독점 : 웹 전체의 데이터, 검색 기록, OS(운영체제) 사용 기록, 오픈소스 코드를 무차별 흡수한다.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격차가 벌어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파운데이션(기반) 모델 성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

③ 지능형 독점 체제 구축 : 챗GPT와 같은 범용 AI를 검색, OS, 오피스(엑셀·워드·파워포인트 등), 클라우드, 스마트폰 등 자사 생태계 전반에 이식하여 소비자를 묶어둔다. 이는 과거 윈도우나 스마트폰 OS(안드로이드, iOS) 시절보다 훨씬 강고한 독점 구조를 만든다.

④ 과거에는 토지나 빌딩 소유자가 임대료를 받으며 왕 노릇을 했다면, 앞으로는 인간의 지능과 판단력을 독점한 빅테크가 모든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월세(구독료)를 받는 ‘새로운 디지털 영주’가 될 것이다. 사고, 글쓰기, 코딩, 로봇 운용 등 모든 영역에서 AI가 필수화되면서 ‘생각하고 일하는 능력’ 자체마저 빅테크에 종속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3) 대안으로서의 특화 AI와 오픈소스 연대

이러한 범용 AI 및 연산력 독점에 맞서, 시민사회와 중국 등에서는 ‘모든 것을 잘하는 거대한 AI’ 대신 ‘더 가볍고 특화된 AI’로 대응하고 있다.

• 범용 AI는 모든 지식을 담으려다 보니 덩치가 거대해지고 환각 현상이 발생한다.

• 반면 법률, 의료, 금융, 제조, 신약 개발 등 보안과 정밀도가 생명인 분야에서는 특정 도메인 데이터로 학습된 특수 AI가 훨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 딥시크 사례처럼 오픈소스 AI를 통해 민주적 소프트웨어 연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공공 AI 인프라 구축, 데이터 주권 확보, 반독점 규제 방안 등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4. AI 기본사회를 위한 진보의 과제 

1) AI 기본사회 개념

AI 기본사회는, AI와 첨단기술이 창출하는 부를 소수 빅테크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고, 국가가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여 전 국민의 기본소득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이다.

• 재원 마련 : AI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 소득 체계 붕괴, 양극화 심화에 대비해 로봇세와 데이터 배당을 추진한다.

• 기술 접근성 보장 : 공공 AI 모델을 개발하여 스타트업, 중소기업, 모든 국민이 평등하고 저렴하게 AI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 공공재로서의 기본권 확대 : 기본소득을 넘어 기본주거, 기본금융, 기본에너지, 기본통신·AI 접근권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을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이다.

2) 현실적 한계와 추진 주체

AI 기본사회는 훌륭한 비전이지만,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기대하기에는 너무 벅찬 과제이다. 친기업 편향 정책과 미국 빅테크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에서는 평등한 기본사회가 건설될 수 없다. 실제로 빅테크의 압박으로 한국 국회는 온라인플랫폼법 하나 입법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행 AI 관련 법안들은 반도체·테크기업 인프라 지원과 규제 완화에 치우쳐 있어 노동 보호와 공공성 강화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AI 기본사회를 실현할 진정한 주체는 진보정당과 노동자·민중이다. 나아가 세계의 자주적 국가와 단체들과 연대해서 만들어야 할 AI 기본사회의 핵심 과제는 아래와 같다.

3) AI 기본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6대 핵심 과제

① AI 투입 우선순위의 재정립 : AI가 가장 필요한 곳은 고된 노동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업, 탄광, 돌봄 현장, 산업재해 다발 현장, 야간노동 등이다. 인간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더 고차원적이고 AI를 감독하는 직무로 전환한다. 그러나 현재 AI 투입의 우선순위는 제국주의 전쟁터와 상업적 돈벌이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공공의 필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② 서구 중심·신자유주의 편향 극복 : 빅테크가 수집한 데이터와 미국식 가치관으로 학습된 AI 모델은 제국주의, 백인, 남성, 신자유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서구 중심적 편향을 내재하고 있다. 이를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③ 환경 파괴 및 데이터 수탈 저지 : 빅테크의 초거대 범용 AI 개발은 엄청난 양의 물과 전력을 소모하여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가난한 국가 노동자들의 노동력과 데이터를 수탈하는 기반 위에 서 있다. 이러한 생태적·사회적 착취를 중단시켜야 한다.

④ 사회적·군사적 양극화 저지 : 빅테크의 AI는 소득, 지능 접근성, 노동 등의 양극화를 야기해 새로운 계급사회를 만들고, 첨단 무기 개발을 통해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AI의 군사화와 불평등 가속화를 저지해야 한다.

⑤ AI 공영화 및 사회적 규제 : AI의 판단과 추론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시대에서 AI는 핵심적인 공공재가 되었다. 따라서 AI를 소수 민간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방치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므로, 국가와 사회의 엄격한 규제 아래 공영화해야 한다. AI 개발과 인프라를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수익을 재분배하며,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모든 국민이 저렴하게 사용해야 한다.

⑥ 소버린 AI를 통한 기술·데이터 주권 확립 : 빅테크가 개발한 AI에 종속되어, 문화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은 자체적인 소버린 AI를 구축하여 기술과 데이터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