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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염원한 검찰개혁 '결실'…곽상언은 '반대'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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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이 나라 최대 암적 존재…검찰 공화국"

노무현 "수사권 조정 밀어붙였어야, 정말 후회"

마침내 검사 직접‧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마무리

형사소송법 개정 국회 본회의 가결…국힘 불참

검사 수사 조항 통째 삭제, '보완수사요구' 강화

피해자 보호 두텁게…불송치 이의제기권 확대

검사 공소권 남용 통제 '공소기각' 사유도 추가

노무현 사위 곽상언, 민주당에서 혼자 '반대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출간된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재임 중 검찰개혁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노 전 대통령의 통한이 곳곳에 담겨 있다.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가운데, 검찰은 임기 내내 청와대 참모들과 대통령의 친인척들, 후원자와 측근들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정치적 중립은 물론이요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 버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10년 출간한 <김대중 자서전>에서 자신의 두 아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아들의 억울함은 나중에야 알았다. 당시 정권 교체를 확신했던 검찰은 '지는 권력'을 향해 비수를 겨누었다. 그 표적이 대통령 아들이었고, 홍업이었다. 홍업의 주변 인사 580명을 조사했다.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아들의 친구는 검찰의 요구대로 혐의를 인정했다. (…) 이 나라의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었다. 너무도 보복적이고 정치적이며, 지역 중심으로 뭉쳐 있었다. 개탄스러웠다. 권력에 굴종하다가 약해지면 물어뜯었다. 나라가 검찰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손뼉치고 있다. 2026.7.31. 연합뉴스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민주·진보 인사들과 시민사회의 염원이 담긴 검찰개혁이 마침내 제도적 결실을 맺었다. 국회가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한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며 공소청 검사는 수사개시권 없이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도록 한 법안들을 잇따라 처리한 데 이어 이번에 후속 입법까지 마무리함으로써 검사의 수사권은 지난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오는 10월 2일이면 검찰청은 완전히 역사의 유물이 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새롭게 출범한다.

국회는 3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보완수사권 존치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법안 전반에 반대하며 전날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했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하여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검사의 수사) 조항이 이번에 통째로 삭제됨에 따라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1차 수사기관에 보완수사(송치 사건) 또는 재수사(불송치 사건)를 요구할 수 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어 전광판에 보여지고 있다.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된 개정안에는 곽상언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의원은 기권했다. 개혁신당에서는 이주영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2026.7.31. 연합뉴스

대신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일 '안전장치'를 뒀다. 사법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1개월 안에 마쳐야 하며 그 결과를 검사에 알려야 한다. 보완수사 기간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해당 사법경찰관의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급 수사관서 또는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소청장은 수사 미진, 비위 정황을 포착한 경우 수사기관의 교체 또는 담당 사법경찰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피해자 보호 방안도 두텁게 마련했다.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검증을 실시하는 경우 강제수사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영상 녹화하도록 하고,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피의자의 진술 과정을 녹음하도록 했다. 아울러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를 기존 고소인, 피해자에서 고발인까지 확대하고 이에 필요한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킥스)에 기록하도록 했다. 검사는 공소제기 및 유지, 재수사 요구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면담하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법안에는 검찰개혁의 또 다른 주요 방안으로서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도 추가했다. 공소기각이란 검사가 특정 형사사건의 재판을 청구하는 공소(公訴)에 대해 법원이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의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형식 재판을 말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을 때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이중기소 등 6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대한 위법 수사에 기하여(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등 2가지를 더해 공소기각 사유를 더 구체화했다. ☞ 국힘·언론 '공소기각' 총공세…"또 검언 유착, 거짓 프레임"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이 민주당 당론이었음에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3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사진=곽상언 의원 페이스북

이날 법안 통과를 주도한 집권여당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해 온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국회가 응답한 결과"라고 당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70여 년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 체계가 마침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 위에 다시 서게 되었다. 이제 수사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하고 검사는 공소 유지에 전념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것"이라며 "비록 국민의힘이 시작부터 끝까지 무제한 토론으로 시간을 끌었지만 개혁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남은 과제는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이 민주당 당론이었음에도 다른 사람도 아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이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찬성이 175명이고 반대는 단 2명뿐이었는데, 보수정당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과 함께 곽 의원이 그 장본인이었다. 기권 1명은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다. 민주당에서는 유일하게 곽 의원만 반대한 것이다. 곽 의원은 페이스북에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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