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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단식투쟁이라는 결기를 보일 때다

 

문재인, 단식투쟁이라는 결기를 보일 때다
 
[제안] 정도정치가 사술을 이기기 위해서는 결기도 필요하다
 
임두만 | 등록:2013-06-25 15:09:14 | 최종:2013-06-25 16:11:5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오늘 모든 뉴스라인은 국정원이 불법으로 기습 공개한 '남북정상회담대화록'이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이 건은 오늘만이 아니라 앞으로 그에 버금가는 이슈로 뒤덮기 전까지 긴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앞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문재인 의원의 긴급기자회견을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그의 기자회견은 필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전쟁의 한 복판으로 빨려 들어가게 할 개연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우려가 그대로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점이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 의원의 긴급기자회견을 비판했던 것이다.

당시 문재인 의원은 긴급기자회견의 화두를 "정상회담 대화록 전부 까자'가 아닌 '국정원 불법을 덮기 위해 정상간 외교까지 이용하는 작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어떻든 상황은 벌어졌으며 이제 수습국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수습국면으로 가기 전에 이 전쟁은 이겨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이번 남재준의 '쿠데타'는 잠시 이긴 것 같겠지만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실패한 쿠데타다. 박근혜가 정치적으로 이익을 본 것 같겠지만 손해도 그런 손해가 아니란 것쯤은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박근혜의 정상외교는 앞으로 어떤 합의,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이면합의에 대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고 그 이면합의에 대한 대화록을 국가1급비밀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그렇다. 즉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대화록을 까지는 야당의 공세를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방문에서 윤창중이 섹드립으로 깽판을 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방문을 앞두고 남재준은 대통령이 상대국 정상에게 어떤 우호적 언사도 쓰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꼴이니 말이다.

특히 중국은 현재 수교국이긴 해도 전쟁을 했던 적국이다. 북한과 형제국인데다 현존하는 국가 중 북한이 가장 의지하고 있는 국가다. 어떤 식으로 판단해도 우리보단 북한과 가깝고 자국이익 다음으로 북한이익에 천착하는 국가다.

그런데 이런 나라 방문을 앞두고 터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주는 중국의 부담과 중국의 판단은 당연하다. 전혀 믿을 수 없는 나라. 정권의 이익을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이 이용하는 나라. 이런 판단을 하게 한 지독한 패착을 이번 남재준은 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 사태는 잠시 이익을 본 것 같음에도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패착이었다는 결론을 그들도 알게 될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오늘 공개 된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은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이 어떤 도배질을 해도 노무현을 욕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박근혜가 미국 의회에서 'DMZ 평화공원' 조성을 말한 것이나 노무현이 김정일과 대담에서 '서해평화지대'를 말한 것은 똑같은 맥락이다.

노무현의 서해평화지대 발언을 'NLL 포기발언'이라고 몰아붙이려면 박근혜의 DMZ평화공원 발언도 '휴전선 포기발언'이라고 해야 한다.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박근혜도 국토를 참칭한 국사범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이런 명백한 논리로 무장, 저들의 공세를 물리쳐야 한다.

내가 문재인을 비판했던 것은 국정원 대선개입이라는 국사범 수준의 범죄를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물타기할 기회를 줌으로서 표적을 잃어버린 전술적 실수를 말함이다.

그러나 전술적 실수는 명장도 가끔씩은 한다. 전술적 실수를 얼마나 빨리 깨닫고 전술을 바꿀 수 있느냐가 전쟁의 종국적 승리를 가져온다. 이전 실수, 그 실수를 딛고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려는 새로운 전술은 없다. 정도로 가는 것이 전술이다.

정치에서 사술(詐術)은 잠깐 통하지만 아편보다 더한 자기피해를 준다. 반면 정도정치는 잠깐 지는 것 같으나 끝내 승리한다. 그러나 정도정치가 사술을 이기기 위해서는 결기도 필요하다. 지금 문재인은 사술에 걸려들었다. 이기려면 목숨을 건 결기가 필요하다.

재야 운동과 정치가 다른 것은 재야 운동은 언론과 정치권의 詐術에 무관하게 민중과 역사만 보면 되지만, 정치는 민심 언론 상대당 권력 미래까지 모두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야 운동가들이 정치인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언론인이나 법조인 출신이 성공하는 이유다.

문재인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데 어떤 식으로 할 수 있나? 남재준을 검찰에 고소하는 것으로? 그러나 그것으론 안 된다. 최소한 이쯤이면 '국기문란, 헌정질서문란, 헌법파괴 자행한 국정원장 남재준 구속수사' 현수막 걸고 목숨을 건 삭발단식 정도는 들어가야 하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전 대통령 후보의 목숨을 건 삭발단식, 유권자 48%의 지지를 받았던 후보가 자신의 상대와 이런 결기로 붙는다면 그 파장은 대통령도 감당할 수 없다.

사술로 잡은 잠깐의 승리가 지독한 패착이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몫도 문재인의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걸려들었으면 스스로 빠져나오는 결기를 보여라. 트위터에 몇 줄의 글로 방송 마이크에 몇마디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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