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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개원’ 폐단 끊고 출발한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쟁탈전도 국회법대로?

‘8일 상임위원장 선출’ 의지 드러낸 김태년…박병석 의장 “합의 안 되면 의장이 결단”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06-05 17:49:00
수정 2020-06-05 18: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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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첫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첫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21대 국회가 5일 첫 본회의를 열었다. 13대 국회(1988년)부터 반복해 온 '지각 개원'의 폐단을 끊어내고, 국회법에서 정한 날짜대로 이날 문을 연 것이다.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박병석 의원과 김상희 의원을 각각 국회의장과 여당 몫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표결에 참석한 의원만 하더라도 193명에 달해 103명의 통합당 의원을 뺀 대부분의 의원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의원들은 예상을 깨고 본회의에 참석하는 듯 보였지만 표결에는 동참하지 않고 집단 퇴장했다. 자당과 합의하지 않은 본회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통합당은 관례를 앞세우며 원 구성 협상을 매듭짓고 개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법을 보면 5일에 첫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한다고 하지만 그 조항은 훈시조항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조항은 아니다"라며 "177석이니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면 21대 국회는 출발부터 협치와 상생으로 국가적 과제를 처리해달라는 요구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이에 맞선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쟁 때문에 국회를 멈추고 법을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관행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의 집단 퇴장을 겨냥해선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잘못된 관습에 따라 퇴장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법대로 국회 문 연 민주당, 통합당 뺀 야당도 동참
'발목잡기' 비판 여론 의식한 통합당도 본회의 참석 후 퇴장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첫 본회의에서 항의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0.06.05.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첫 본회의에서 항의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0.06.05.ⓒ뉴시스

이번 개원은 이례적으로 법정 시한을 준수한 개원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국회의원 선거 후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국회법이 개정(1994)된 후 국회법에서 규정한 시한 내 국회의장을 뽑은 경우는 2004년과 2008년 단 두 차례뿐이었다.

그동안 여야는 원 구성 협상이라는 지루한 줄다리기를 반복하다 국회 개원을 미뤄오기 일쑤였다. 심지어 2008년 18대 국회에서는 5월 30일 임기 시작 후 7월 10일에야 국회의장을 선출했고, 상임위원장 선출은 8월 26일에야 마쳤다.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만 평균 41.4일이 걸렸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 결과도 있다.

177석의 압도적인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21대 국회만큼은 이전의 국회에서 반복됐던 잘못된 관행들을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유권자들이 177석을 만들어 준 의미는 이전과 다른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달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국회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방침을 세우며 협상은 하되 법을 지키겠다고 공언해왔다. 국회법에 따르면 5일에 첫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8일까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법으로 정해진 날짜는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협상하겠다는 얘기다. 국회 개원에 동의하는 야당들과 함께 이날 국회 문을 연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물론 통합당도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합당이 이날 본회의 자체를 막아서지 않은 이유도 이전 국회에서 수없이 보여줬던 '발목잡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본회의에는 범여권 정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까지 동참해 통합당의 불참 명분이 힘을 잃었다. 통합당의 한 의원도 본회의에서 퇴장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본회의에 들어간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안 들어가면 발목 잡는다고 쓸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계획대로 '8일 상임위 구성'도 마무리될까
김태년 "좌고우면 않고 다음 걸음으로"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뉴시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핵심 상임위로 꼽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예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자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회법에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을 8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내대표는 물론 원내수석부대표들까지 짬이 날 때마다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접점은 찾지 못했다. 더욱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도 국회법에서 정한 대로 8일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만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법 규정대로 본회의서 표결을 통해 선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겠다"고 선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법이 정한 일정대로 상임위를 구성하겠다"며 "국정 운영을 논의하는 대화의 길은 언제든 열려있다. 하지만 야당이 과거의 관행대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원칙대로 행동할 계획"이라고 단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하는 방법까지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회법이 정한 절차가 있다. 법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여야 모두 막판까지 협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당장 이날 선출된 박병석 국회의장은 김태년, 주호영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원구성 협상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박 의장은 "원 구성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의장이 결단할 생각"이라며 여야를 압박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7일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며 막판 협상을 이어간다. 공식 회동 전에도 물밑 협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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